▶ 월드컵 한국축구 아슬아슬 `죽음의 조’ 탈출
▶ 독일-가나 버틴 G조에 한국 대신 미국 `당첨’ 행운의 H조 4번 포트엔 포르투갈 대신 러시아... 한국, 억세게 운좋았다
3번 포트에서 미국이 독일, 가나가 버틴 G조로 뽑혀가면서 한국은 한결 쉬운 H조로 배정되는 행운을 잡았다.
‘죽음의 조’와 ‘행운의 조’의 차이는 그야말로 종잇장 하나였다. 한국축구가 아슬아슬하게 벼랑 끝을 탈출하며 2014 브라질월드컵에서 16강 진출의 청신호를 밝혔다.
6일 브라질의 휴양지인 코스타 도 사우이페에서 벌어진 브라질 월드컵 본선 조 추첨에서 한국은 벨기에, 알제리, 러시아와 함께 H조에 포함됐다. 모두 한국보다 FIFA랭킹이 한참 높은 팀들로 어려운 상대들이지만 그래도 한국이 넘을 수 없는 팀들은 아니어서 충분히 ‘행운의 조’라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특히 자칫 최악의 ‘죽음의 조’로 떨어질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모면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이날 조 추첨에서 한국은 호주, 일본, 이란 등 나머지 아시아 3팀 및 미국, 멕시코, 온두라스, 코스타리카 등 북중미 4팀과 함께 3번 포트에 포함돼 있었다. 1번과 2번 포트의 추첨이 모두 끝난 뒤 3번 포트 추첨이 시작됐을 때까지 나온 결과는 다음과 같았다.
A조에 브라질과 카메룬, B조에 스페인과 칠레, C조에 콜롬비아와 코트디부아르, D조에 우루과이와 이탈리아, E조에 스위스와 에콰도르, F조에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 G조에 독일과 가나, H조에 벨기에와 알제리가 들어갔다.
이 결과를 보면 한국 입장에서 가장 먼저 피하고 싶은 조는 G조(독일, 가나)와 D조(우루과이, 이탈리아), A조(브라질, 카메룬) 등이었고 B조(스페인, 칠레)와 C조(콜롬비아, 코트디부아르), F조(아르헨티나, 나이지리아)도 달갑지 않는 조 편성이었다. 결국 스위스-에콰도르가 모인 E조 또는 벨기에-알제리가 포함된 H조가 한국의 ‘희망 1호’ 행선지였다.
3번 포트 추첨이 시작된 뒤 가장 먼저 멕시코가 뽑혀 개최국 브라질, 카메룬과 함께 A조에 들어갔다.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거쳐 천신만고 끝에 본선에 오른 멕시코의 미겔 에레라 감독은 개최국 브라질과 같은 조로 떨어지자 곧바로 얼굴이 굳어졌다.
이어 두 번째로 호주가 뽑혀 스페인과 칠레가 있는 B조에 들어갔다. 이 B조엔 마지막 4번 포트에서 네덜란드까지 가세해 지난 2010 남아공월드컵 결승 두 팀(스페인, 네덜란드)이 한 조로 모였다. 호주로선 사실상 월드컵이 시작되기 6개월 전에 이미 16강 진출 희망이 사라진 것이나 마찬가지가 됐다.
3번 포트에서 다음으로 뽑힌 팀은 일본이었다. 콜롬비아, 코트디부아르와 함께 C조가 됐고 4번 포트 추첨에서 그리스가 합류하며 ‘죽음의 조’라고 부르긴 어려워도 하나같이 무시할 수 없는 실력파들인 팀들이 모여 예측불허의 그룹이 됐다. 다음으로 전통강호인 우루과이와 이탈리아가 포진한 D조에 들어갈 팀을 가리는 추첨에선 코스타리카가 뽑혔다. 이 결과로 코스타리카 역시 16강 진출은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부담스런 A~D조를 모두 피한 한국은 스위스와 에콰도르가 모인 다음으로 추첨한 E조로 들어갈 기대를 부풀렸으나 ‘당첨’의 행운은 온두라스에 돌아갔다. 다음 조는 아르헨티나와 나이지리아가 버틴 F조. 만약 한국이 이 조에 들어간다면 2010 남아공월드컵 때 같은 조로 만났던 3팀이 또 만날 뻔 했으나 이번엔 이란이 뽑혀갔다.
이제 3번 포트에서 남은 두 나라는 한국과 미국이었고 남은 그룹은 독일과 가나가 모인 G조와 벨기에, 알제리가 모인 H조였다. 두 조 중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물어보나마나였다.
벨기에가 유럽의 신흥강호로 떠오른 팀이지만 ‘전차군단’ 독일에 비하면 위압감이 훨씬 덜하고 아프리카팀 가나와 알제리를 비교한다면 누구라도 알제리를 상대하길 원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죽음의 조’와 ‘행운의 조’ 갈림길에 선 이 추첨에서 뽑혀 ‘죽음의 G조’로 떨어진 팀은 미국이었다. 미국 팬들 사이에선 탄식이 터져 나왔고 당연히 H조에 배치된 한국의 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그런데 드라마는 여기가 끝이 아니었다. 아직도 마지막 4번 포트 추첨이 남아있었고 차례로 추첨이 진행된 끝에 다시 마지막 두 조 차례가 오자 또 다시 긴장감이 높아졌다.
마지막으로 남은 두 팀은 현 FIFA랭킹 5위로 세계 최고 수퍼스타 중 하나인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버티고 있는 포르투갈과 러시아였다.
포르투갈이 온다면 H조 역시 ‘죽음의 조’가 된다. 하지만 포르투갈이 먼저 뽑히면서 G조는 독일, 가나, 미국, 포르투갈이 모인 최고 ‘죽음의 조’가 됐고 H조 팀들은 모두 또 한 번 안도의 한숨으로 내쉬었다. 3번 포트와 4번 포트 마지막 추첨에서 한국은 연타석으로 ‘행운의 홈런’을 친 것이었다.
<김동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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