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 브라이언트(35· LA 레이커스)의 계약 연장에 대해 말이 많다. 올해 연봉이 3,000만 달러가 넘는 일등공신 ‘직원’은 재건에 나서야하는 ‘회사’사정을 감안해 약 20% 삭감에 합의했고, 회사 또한 ‘최고 명문’ 명성답게 18년간 큰 공을 세운 직원의 체면을 끝까지 세워주기로 한 ‘의리의 계약’으로 볼 수도 있건만 양측 모두 비난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NBA에는 샐러리캡이란 시즌 당 한 팀에서 선수 연봉으로 쓸 수 있는 돈을 제한하는 상한선(내년 시즌 6,300만 달러 추정)이 있는데, 2년간 4,850만 달러면 코비 혼자 차지하는 비중이 38.5%나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르브론 제임스-드웨인 웨이드-크리스 바시 ‘수퍼스타 3총사’를 앞세워 지난 2년 연속 우승한 마이애미 히트와 같은 시나리오를 기대했던 레이커스 팬들은 이미 “이제는 맥시멈 연봉 수퍼스타를 한 명밖에 잡을 수 없다”며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코비는 현재 아킬레스건 수술에서 회복 중으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온다는 보장도 없는데, 구단에서 서둘러 ‘올인’할 일이 아니었다는 의견이 거세다.
그뿐 아니라 코비는 워낙 독보적인 존재라 함께 뛰고 싶어 하는 다른 스타플레이어를 찾기 어렵다는 문제도 있다. 결국에는 샤킬 오닐과 갈라놓아야 했고, 드와이트 하워드는 못 견디고 떠났고, 또 스티브 내시는 그 옆에서 완전히 망가져버린 모양새다. ‘회사’가 새로운 인재를 영입하는데 도움이 되기는커녕 걸림돌이 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코비의 계약연장은 구단은 물론 레이커스 한국어 TV 중계방송 해설자로 활동 중인 팬 입장에서 볼 때도 상당히 풀기 어려운 숙제였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모두들 코비와 레이커스의 계약 연장은 시간문제로, 코비가 과연 얼마나 큰 삭감에 응하느냐만이 관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샌안토니오 스퍼스의 기둥’ 팀 덩컨(37)이 보여준 화끈한 협조(?)를 은근히 강요하는 분위기였다.
스퍼스 4차례 우승의 주역인 덩컨은 한번 더 정상에 오르고 은퇴하겠다는 뜻에서 팀에서 다른 선수들을 잡을 수 있도록 단칼에 절반도 넘는 연봉 삭감에 합의했다. 그의 연봉 랭킹이 NBA 전체 3위에서 팀 내 4위로 내려간 ‘전례’다. 덩컨은 올해 연봉도 1,000만 달러를 밑돈다.
그래도 레이커스는 구단의 5차례 우승을 이끈 간판스타의 체면을 세워주는 선에서 이 문제를 해결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코비가 다음 2년 동안 받을 금액은 내년에 두 번째로 많은 연봉을 받을 선수(뉴욕 닉스 포워드 아마레 스터들마이어)와 2015~16년 시즌에 두 번째로 많은 돈을 받기로 계약돼 있는 선수(브루클린 네츠 가드 조 잔슨)에 딱 10만 달러씩만 더 얹어 준데서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 동안 받아온 것보다는 적지만 끝까지 리그 전체에서 최고 대우를 받는 선수로 자존심을 지키게 된 코비는 “아주 쉬운 협상이었다. 나는 구단에서 제시한 금액을 받아들이기만 했다”며 만족하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이번 계약 연장에 대한 전체적인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코비가 “나의 브라더나 다름없다”던 레이커스 동료 파우 가솔마저“다들 놀랐다”며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가솔은 매일 코트에 나가 팀을 이끌고 있는 자신의 계약은 거들떠보지도 않으면서 현재 뛰지도 못하는 코비는 어떤 모습으로 돌아올지 확인도 않은 채 계약을 연장해준 것에 대한 불만을 그대로 드러냈다.
LA 타임스에도 코비의 아킬레스건 부상을 빗대 “레이커스의 아킬레스건은 이제 코비의 계약”라고 꼬집은 빌 플래쉬키의 칼럼이 실리는 등 비난이 쏟아지자 코비는 트위터 계정을 통해 “이 샐러리캡 룰은 억만장자 구단주들이 직장폐쇄 조치까지 취해가며 만들어낸 것인데 선수에게 더 큰 희생을 강요하니 어이가 없다”고 반박했다. 그리고는 “일반 팬들이나 기자들이 레이커스 경영진보다 샐러리캡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샐러리캡 여유는 충분히 있다. 밋치 컵책 단장과 버스 구단주 가문은 똑똑한 사람들”이라고 설명했다.
사실 나중에 어떤 결과가 나올지는 지금 아무도 알 수 없는 것으로, 메이저리그에서 대형 계약을 앞둔 추신수는 이번 겨울 당장 또 어떤 소리를 듣게 될지 궁금할 뿐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