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이슨 성 <뉴스타부동산 발렌시아>
▶ 부동산 클럽
"What are you talking about?"
미국 와서 그 당시 처음으로 귀에 쏙 들어오는 영어가 있어서이 구절은 평생 잊혀지지 않겠다 싶었는데 오늘 일요일 아침 막내딸이 "아빠. 우리 이번에도 크리스마스트리 만들자!"라고 하는 말에 그냥 바로 이 구절이내 입에서 튀어나왔다.
아니 벌써 한 해가 다 지나갔단 말인가? 어! 그렇구나, 벌써 땡스기빙 연휴이고 그 다음 주는 12월이니, 아! 그렇구나, 이제 연말이구나. 시간은 쏜살같이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쏜 총알같이 날아가는 것이구나. 앞으로 지내야 할 시간이 아니라 이미 지나온 시간만을 보고 하는 소리이겠지만 이렇게 빨리한 해가 지나간다는 생각에 또 다시 회환에 잠시 젖어드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리라.
부동산업에 있다 보니 정말 시간이 잘 지나간다. 집을 파고 사는 일이 보통 2~3개월걸리다 보니 일주일 혹은 2주 단위로 페이체크를 받는 샐러리맨 생활이 아니라 3개월을 단위로 사는 쿼터생활이라 1년 지나가는 것이 일반 사람들 2~3개월 지나가는 것과 같게느껴진다. 그러니 한 해가 후딱 지나가는 것에 깜짝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열심히 살았다는 증거일까? 아니면 정신없고 두서없는 와중에 한 해가 지나갔단 말일까? 올 한해는 내가 무엇을 했지? 지난해 이 맘 때에는 서울에 있었다. 무슨볼 일이 있어서 한국을 들른 게 아니라 지금 이 때처럼 마음 한쪽 구석이 하도 허전하고 써늘해서 도저히 안 되겠다. 한국의 가족들, 친구들 얼굴을 보고 와야겠다. 지금 얼굴을 보지 못하면 이제 다시는 볼 수 없을지도 모르겠다 하고 하던 일 잠시 제쳐두고 서울로 날아갔었다.
2주 한국방문 기간에 가족들, 친지들 그리고 서울 대구 부산 등지에 흩어져 있는 친구들을 모두 만나 얼굴을 보고 손을 만져보고 뜨거운 소주잔을 나누고 돌아오고 난 뒤에야 가슴에 남아있던 그 허전함을 다소나마 지울수가 있었다.
가을비가 주룩주룩 내리던 광화문 거리, 화려하면서도 어두운 강남역 사거리 뒷골목, 바람이 많이 불었던 광안리 횟집, 새벽 두 시가넘던 대구 범어동 커피샵에서 친구들과의 그 만남들의 기억과 추억을 매일 같이 되새김질하면서 또한 해를 이렇게 보냈던 것 같다.
참 이상한 것이, 모든 사람들은 매년 나이를 먹어가고삼십이 되고 사십이 되고 또오십이 넘어가는데, 어찌 항상 마음만은 20대 초반 학창시절에 머물러 있는 것인지,그렇게 젊었던 그 시절에 우리의 마음이라도 머물러 있어야 몸도 따라 조금이라도 더 젊어지는 것인지, 아니면 조금이라도 더 늦게 늙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가도 문득, 운전을 하며 프리웨이를 달리다가도 문득, 혼자서 이 생각 저 생각 하다가 우리들이 더 없이 젊었을때의 그 시절로 돌아가다 보면, 늘 가슴 아팠던 기억, 참 슬펐던 기억, 너무 안타까웠던 기억들이 자주 떠오른다.
그때는 왜 그렇게 행동했을까. 그러지 말았어야 했는데 왜 바보처럼 그랬을까. 지금 생각하면 너무 창피하고 너무 부끄러운 그런 기억들만 떠오른다. 좀 더 잘할 수 있었는데 왜 그런 어처구니없는 행동을 했을까 하는 그런 생각이 떠오를 때마다 긴 한숨, 안타까운 한숨이 절로 나온다.
그보다 더 즐거웠던 기억들, 행복했던 기억들, 아름다운 추억들이 훨씬 더 많은데 그런기억들은 잘 생각나지 않고 항상 가슴 아픈기억들만 떠오르는 것은 왜 일까? 그 때의 아프고 가슴 저리는 안타까움이 너무 깊은 상처로 새겨져 우리의 잠재의식 저 깊은 아래구석에 몰래 침전되어 숨어 있다가 생각이 그 근처만 다가가면 불현듯 불쑥 고개 들어 떠오르는 것이 아닐까? 다시 그 시절 그 때로 돌아갈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좀 더 자연스럽고 좀 더 현명하게 좀 더 멋지게 다시 그시절을 다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주말에 비가 오고 바람이 몹시 불었다. 비는 항상 밤새 내렸다. 밤비는 새벽 어둠이 걷혀지면서 젖은 낙엽으로 발밑으로 다가왔고 짙은 비안개는 오전 내내 마을을 감싸고 떠나지않았다. 11월이 다 지나간다. 로스앤젤레스의 11월이 또 이렇게 지나간다.
(661)373-4575 jasonsung@newstarrealt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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