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환 목사 (북부 보스턴 한인 연합감리교회)
지난 11월 8일 필리핀 중부 지역에 초대형 태풍 ‘하이옌’이 불어와 큰 피해가 발생했다. 18일 현재 사망자가 5,500명이나 되고 실종자는 1,000명을 넘었다. 부상자도 1만 3,000명에 달한다. 가옥 피해는 54만 가구나 되고 총 1,150만 명이 태풍 피해를 입었다. 농경지등 물적 피해는 2억 4,000만 달러에 달한다.
재난이 발생하자 필리핀을 돕는 손길들이 늘어나고 있다. 미국은 항공모함 조지 워싱톤호로 구호물자를 전달하고 부상자들을 치료하고 있다. 피해 복구를 위해 3,700만 달러를 지원하기로 약속했다. 한국도 수송기 2대에 구호물자를 실어 보냈고 500만 달러를 지원키로 했다.
엄상익 변호사라는 분이 있다. 그는 법적인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는 그리스도인이다. 그에게 이런 일이 있었다. 그의 고등학교 친구가 뇌경색으로 쓰러졌다. 친구의 아내는 폐암 4기이다. 친구 아들은 다니던 대학을 그만두고 아버지의 병수발을 한다. 돈이 없어 시간제 일을 하는데 영장이 나와 입영하게 되었다. 자기가 입영하면 부모는 누가 돌볼 수 있을까 고민한다. 엄변호사는 그가 병역 면제를 받도록 병무청장 앞으로 보낼 진술서를 써준다. 그리고 친구들에게 진술서에 서명해달라고 부탁했다.
친구의 아들은 얼마 후 엄 변호사에게 전화했다. 서른여덟 명의 아버지 친구들이 서명했고 병무청 담당자도 제출한 진술서를 꼭 올리겠다고 약속했단다. 뿐만 아니라 아버지 친구들이 돈을 보내 주어 천만 원이 생겼다. 절망했던 친구의 아들은 엄 변호사를 만나고 나서 희망을 갖게 되었다. 외아들은 부모가 병들어 병수발 하기가 너무 힘이 들었지만 주위에 도움의 손길이 있음을 발견하고 고맙게 생각했다. 친구 아들이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은 고등학교 친구들의 우정 때문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며칠 전 부근에 있는 스페니시 교회로부터 추수감사절 터키가 필요한 여러 가정이 있는데 도와줄 수 있느냐는 요청이 왔다. 성경공부에 참여한 교우들이 이 소식을 듣더니 즉시 한 마리씩 돕겠다고 자원했다. 교우들에게도 광고하니 목표가 초과 달성 되었다. ‘십시일반’ 이라는 말이 있다. 여러 사람이 힘을 합하면 한 사람 돕기는 쉽다는 의미다. 내가 가진 것을 조금 나눔으로 배고픈 사람이 배부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일인가? 그러나 다른 사람을 돕는 동기가 건전한 가 반드시 확인해 보아야 한다.
사람은 태어나서 세상을 떠난 후까지 다른 사람으로부터 도움을 받는다. 그 말은 나도 누군가를 도우면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내가 도우면 내가 도움이 필요할 때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어떤 사람은 많은 사람들을 돕고도 자기가 도움이 필요할 때 도움을 받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러면 어떤가? 내가 지금 누군가를 도울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감사한 일이 아닌가? 내가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없다면 그것은 더욱 고마운 일이 아니겠는가?
다른 사람을 도울 때 어떤 태도를 가져야 할까? 사도 바울은 에베소 교인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그분은 이 둘을 자기 안에서 하나의 새 사람으로 만들어서 평화를 이루시고, 원수 된 것을 십자가로 소멸하시고 이 둘을 한 몸으로 만드셔서, 하나님과 화해시키셨습니다.” (에베소서 2:15-16) 이때는 이방인과 유대인들이 서로 원수처럼 생각하던 때였다. 바울은 예수가 이방인과 유대인이 한 몸이 되게 하여 교회가 시작되었다고 가르친다. 대단히 파격적인 가르침이다. 원수가 내 몸의 일부가 되었다.
다른 사람을 도울 때 가진 자가 적선하는 태도를 갖는다면 그것은 잘못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은 이 세상에 태어날 때 빈손이었다. 지금 뭔가 내가 가지고 있다면 내가 가지고 있는 것은 내 것이 아니다. 잠시 나에게 맡긴 물건이다. 그래서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은 내게 잠시 맡긴 것을 다른 사람이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 사람이나 나나 지은 분은 같다. 그 분은 모든 사람을 지으신 창조자다. 우리가 필리핀 사람들을 도와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창조주 안에서 형제와 자매이기에 서로 도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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