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주택구매능력 최저 5대 도시
▶ 디트로이트는 매물 부족에 가격마저 급등, 가장 핫한 새크라멘토 1년새 40% 치솟아
주택시장이 침체에서 빠르게 회복됨과 동시에 주택 구매자들의 주택구입 능력은 현저히 떨어지는 양극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주택시장에 거의 6년 만에‘사자’ 분위기가 가까스로 찾아왔지만 현재 여러 요인으로 주택구입이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올해 초에는 매물부족에 따른 극심한 주택구입 경쟁으로 주택 구입난이 펼쳐지더니 이제는 주택가격과 모기지 금리 상승이 실수요자들의 주택구입을 가로 막고 있다. 매물 품귀현상이 해결되나 싶더니 1년 사이 주택가격이 치솟고 모기지 금리마저 상승세로 주택 구매자들의 주택구입 능력이 날로 하락하고 있다. 현재 3개월째 주택가격 상승세가 정체상태지만 내년 초부터 다시 오를 가능성이 제기돼 주택구입 능력이 더욱 떨어질 것으로 우려된다. 주택시장에 힘겹게 확산된‘사자’ 심리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어 현재 여러 대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구입 능력 4년 만에 최저치
주택 구매자들의 주택구입 능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은 최근 여러 기관의 발표를 통해 나타났다. 지난달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는 8월 중 주택구입 능력이 2008년11월 이후 약 4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NAR에 따르면 8월 중 중간가구 소득의 구매자가 중간가격대의 주택을 구입할 경우 예상되는 월 모기지 금액은 약 851달러로 1년 전보다 무려 약 200달러나 높아졌다.
중간가구 소득층의 소득 수준을 감안할 경우 주택구입 계획을 얼마든지 철회할 수 있는 상승치다. NAR는 주택가격 급등, 모기지 금리 상승, 소득증가 정체 등을 원인으로 지적했고 향후 모기지 금리 추가상승이 예상돼 주택구입 능력이 더 하락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부동산 전문 웹사이트 트룰리아 닷컴 역시 지난달 초 주택가격이 중산층 구매자들의 구입 능력을 벗어난 수준으로 오르고 있다고 지적했다. 트룰리아 닷컴에 따르면 10월 초 전국 100대 도시 중 약 14곳의 주택매물 중 절반이 중산층의 구입 능력을 초과할 정도로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전문 웹사이트 인터레스트 닷컴의 조사에서도 10월 중 중간소득의 가구가 중간가격대의 주택을 구입할 수 있는 지역은 전국 25대 도시 중 8곳으로 1년 전보다 6곳이나 줄었다.
■디트로이트, -28%
디트로이트 지역의 주택구입 능력은 전년 대비 28%나 하락, 전국에서 하락폭이 가장 높은 도시로 조사됐다. 이처럼 주택구입이 힘들어지고 있는 이유는 매물부족에 따른 주택가격 급등 현상 때문이다. 디트로이트 다운타운 지역의 경우 주택 공실률이 2% 미만으로 빈 집을 찾기 힘들 정도다. 주택가격은 7월까지 무려 25개월 연속 상승 곡선을 이어가는 중이며 1년 만에 무려 17%나 치솟은 것으로 나타났다.
디트로이트시는 지난 7월 약 185억달러의 부채를 막지 못해 파산을 신청했지만 최근 ‘자동차 메카’라는 과거의 명성을 차츰 찾아가며 경제가 활력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다.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속속 복귀하면서 일자리가 늘고 이에 따라 주택 수요까지 증가 추세다. 자동차 업체 외에도 온라인 융자업체 퀵큰 론스와 대형 보험업체 블루크로스 블루쉴드까지 최근 디트로이트 지역으로 본사를 이전, 주택 수요가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새크라멘토, -19%
새크라멘토 주택시장은 전국에서 가장 ‘핫’한 여름철을 보냈다. 인근 샌프란시스코 지역의 주택 수요가 새크라멘토까지 넘쳐나 1년 사이 전국에서 가장 높은 주택가격 상승률을 기록했다. NAR에 따르면 지난해 2분기와 올해 2분기 사이 중간주택 가격은 무려 39.2%나 올라 지역 주택구입 능력을 현저히 떨어뜨렸다. 새크라멘토 지역의 주택구입 능력은 지난해보다 약 19% 하락해 전국에서 하락폭이 두 번째로 높은 도시로 조사됐다.
새크라멘토 지역은 또 전국에서 셀러스 마켓 현상이 가장 뚜렷한 지역 중 한 곳이다. 지역 업계에 따르면 올 상반기 가운데 매물이 주택시장에 나오면 대개 1주일 내에 팔리고 길어도 1달을 넘기지 않을 정도로 매매 속도가 빨랐다. 최근 전국적으로 판매 대비 재고비율은 약 5개월치 정도로 추산되고 6개월치일’ 때 주택시장의 매물 수요와 공급이 균형 상태를 이룬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비하면 새크라멘토 지역의 올해 상반기 재고비율은 턱없이 부족한 상태여서 구매자들이 주택구입에 특히 어려움을 겪었다.
■LA, -17%
LA 지역은 전국에서 주택구입 경쟁이 가장 치열한 지역이다. 외국인 바이어들의 주택구입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데다 대형 IT 업체들이 해안 도시에 잇달아 둥지를 틀면서 고소득 젊은층 수요자까지 가세해 주택구입 열기가 뜨거웠다.
인터넷 부동산업체 레드핀에 따르면 5월 중 약 43만달러였던 LA 지역 단독주택의 중간 판매가는 9월 약 47만달러로 급등했으며 전년 대비로도 약 10만달러 이상 오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집값 상승 등의 이유로 LA 지역의 주택구입 능력은 현재 지난해보다 약 17%가량 떨어졌다.
LA 지역의 주택가격 급등은 실수요자의 주택구입과 함께 투자자들의 활발한 투자용 주택구입 활동이 가장 큰 요인이다. 전통적으로 임대 수요가 높은 LA 지역에서 투자자들이 주택을 구입한 뒤 매매용으로 다시 내놓지 않아 매물부족 현상을 가중시켰다.
주택시장의 열기가 한풀 꺾인 9월에도 LA 지역에서는 주택구입 경쟁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레드핀에 따르면 9월 중 LA 도심 인근에서 자사 에이전트들이 제출한 주택구입 오퍼 중 약 70% 이상은 다른 바이어의 오퍼와 경쟁을 치렀던 것으로 조사됐다.
■피닉스, -16%
피닉스 지역 역시 가파른 주택가격 상승으로 주택구입 능력이 갈수록 떨어지는 지역이다. 9월 중 주택구입 능력은 전년 대비 약 1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에서 차압률이 가장 높았던 피닉스는 지난 1년간 화려하게 부활했다. 부활의 중심에는 대형 투자기관이 있었고 덕분에 일반 주택 소유주도 혜택을 입는 현상이 나타났다.
주택가격 폭락 여파로 헤지펀드와 사모펀드까지 가세한 투자기관들이 피닉스 지역의 차압 매물 등 저가 급매성 매물들을 싹쓸이하다시피 사들인 뒤 임대용으로만 대거 전환, 주택매물 부족사태를 심화시켰다.
결국 매물 부족으로 주택가격이 오르면서 일반인들이 보유하고 있던 주택의 가치가 덩달아 상승하며 깡통주택에서 벗어나거나 차압률이 감소하는 등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
9월 중 피닉스 지역의 차압률은 1년 전보다 약 64% 하락했다. 그러나 주택가격이 오르면서 최근 투자자들이 급격히 주택시장을 빠져나가고 있어 주택가격 상승세가 둔화될 조짐이다.
■볼티모어, -16%
볼티모어 지역은 지난해 주택가격이 바닥을 친 뒤 주택구입 수요가 물밀듯 밀려들었다. 지난해 단독주택의 중간 판매가격은 전년보다 약 4만달러 떨어진 20만6,000달러였지만 올해 9월 조사에서 약 26만2,700달러로 폭등했다. 주택가격이 1년 만에 무려 약 28%나 치솟은 결과 주택구입 능력은 약 16% 곤두박질쳤다.
주택가격은 비교적 저렴한 반면 워싱턴 DC와 가까운 입지조건으로 수요가 몰리면서 매물 재고기간은 지난해의 절반인 약 46일로 단축됐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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