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09회 월드시리즈가 보스턴 레드삭스를 챔피언으로 등극시키고 막을 내렸다. 레드삭스는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7전4선승 월드시리즈에서 3차전까지 1승2패로 뒤지다 세인트루이스에서 2연승을 거둔 뒤 보스턴에 돌아와 6차전을 따내며 4승2패로 정상에 올랐다. 지난 2004년 이후 10년만에 3번째 우승이자 구단 역사상 8번째 타이틀이다.
레드삭스가 펜웨이팍에서 월드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무려 95년전 전설적인 홈런왕 베이브 루스가 선발투수로도 활약했던 1918년 월드시리즈가 새삼 화제가 됐다. 레드삭스가 펜웨이팍에서 월드시리즈 우승을 확정짓고 축배를 마신 것이 그때가 마지막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레드삭스는 시카고 컵스를 4승2패로 제치고 구단 역사상 5번째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는데 루스는 1차전 선발투수로 나서 6안타 완봉승을 거뒀고 4차전에서도 승리투수가 돼 시리즈 2승을 따냈다고 한다.
사실 루스는 메이저리그 역사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수퍼스타이자 수많은 미국인들의 넘버 1 히어로(영웅)지만 그가 메이저리그에서 뛰었던 시기가 워낙 오래전이라(루스는 1914년 메이저리그에 데뷔, 내년이 데뷔 100년째가 된다) 그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갖고 연구한 사람이 아니라면 그를 잘 알기가 쉽지 않다. 그에 대한 지식이 대부분 그를 불세출의 홈런왕으로 그린 영화나 드라마를 통해 얻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가 원래 투수출신이라는 사실도 그리 잘 알려진 것은 아니다. 본 기자는 루스가 원래 투수출신이란 사실은 알고 있었으나 투수로서 그의 구체적인 활약상은 이번 월드시리즈를 거치면서 새롭게 알게 됐다.
루스는 1914년 레드삭스를 통해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왼손투수였던 그는 빅리그 데뷔전에서 승리투수가 됐으나 단 4게임만 뛴 뒤 마이너로 내려갔다. 하지만 1915년 레드삭스의 스타 피처들이 대거 부상에 시달리면서 그는 선발자리를 차지했고 18승8패, 방어율 2.44의 성적을 남겼다. 레드삭스는 그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으나 루스는 단 한 경기도 나서지 못했고 타석에도 대타로 딱 1번 나서 범타로 물러났다고 한다.
이후 루스는 1916년 23승(12패), 1917년 24승(13패)을 올렸으나 1918년엔 엄청난 홈런파워로 인해 타자로도 자주 출장하게 되면서 투수론 단 20게임에 나서 13승(7패)을 올리는데 그쳤고 대신 타자로 11개의 홈런을 때려 그해 리그 홈런왕에 올랐다. 하지만 그해 월드시리즈에선 선발투수로만 나서 2승을 따내며 레드삭스를 월드시리즈 챔피언에 올렸다.
루스는 이듬해 시즌이 끝난 뒤 현금 트레이드로 뉴욕 양키스로 팔렸고 이때부터 양키스와 레드삭스의 운명이 완전히 뒤바뀌기 시작했다. 그때까지 15번 열린 월드시리즈 가운데 5번이나 우승했던 최고 명가 레드삭스는 이후 2003년까지 무려 84년에 걸쳐 월드시리즈 우승이 없는 지독한 가뭄에 시달리게 됐다. 반면 루스가 오기 전에 단 한 번도 월드시리즈에 나가지 못했던 양키스는 이적 이후 투수를 포기하고 전업타자로 변신한 루스의 전설적인 활약을 타고 메이저리그에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최고의 명문구단으로 발돋움했다. 루스가 온 1920년부터 레드삭스가 마침내 월드시리즈 가뭄을 끝내기 전해인 2003년까지 84년동안 양키스는 무려 39번이나 월드시리즈에 나가 이중 26번을 우승했다. 이로 인해 루스의 애칭인 ‘밤비노’를 딴 ‘밤비노의 저주’란 용어가 레드삭스와 양키스 라이벌 관계에 최대 키워드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하지만 지난 2004년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에서 레드삭스에 양키스에 첫 3게임을 뺏긴 뒤 이후 4연승을 거두고 월드시리즈에 올라 카디널스를 4연승으로 휩쓸고 우승하면서 84년째 이어졌던 ‘밤비노의 저주’는 막을 내렸다. 레드삭스는 이후 2007년에도 콜로라도 로키스를 4연승으로 KO시키고 우승을 차지했고 이후 ‘밤비노의 저주’란 말은 찾아보기 어렵게 됐다. 대신 이번 월드시리즈를 통해 95년만의 펜웨이팍 우승축배가 부각되면서 ‘밤비노의 추억’이 관심거리로 떠올랐다. 메이저리그를 대표하는 전설적인 영웅의 발자취를 더듬어보게 된 것도 이번 월드시리즈를 통해 얻은 부수적 즐거움 중 하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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