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입학에서의 소수계 우대정책, ‘어퍼머티브 액션’이 4개월이 채 못 되어 다시 연방대법원 법정에 섰다. 지난 회기 6월말 텍사스법대를 상대로 한 역차별 소송에서 사실상 백인여학생의 손을 들어주었던 대법원은 그러나 위헌여부 결정은 유보했었다. 인종에 근거한 우대정책 적용을 현실적으로 대단히 힘들게 제한시키는 강펀치로 어퍼머티브 액션을 비틀거리게는 했지만 완전히 녹다운 시키지는 않았던 것이다.
그러나 금년회기 전문가들이 예상하는 어퍼머티브 액션의 운명은 풍전등화, 살아남을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지난주 대법원이 심리한 이번 회기 케이스는 주립대학의 어퍼머티브 액션을 금지하는 미시간 주 주민발의안에 대한 위헌소송이다. 어퍼머티브 액션 자체의 합헌여부가 직접적 논의 대상은 아니다. 공립교육에서 “인종·성별·피부색·출신민족 및 국가를 근거로 차별하거나 우대해서는 안된다”는 내용으로 미시간 주 헌법을 수정한 프로포지션 2가 연방 수정헌법 제14조의 ‘평등보호’ 조항을 어기는 위헌인지를 가리는 것이다.
‘슈티 대 어퍼머티브 액션 옹호연합’으로 명명된 이번 소송의 핵심은 “주 유권자들이 대학의 소수계 우대정책을 금지시키도록 주 헌법을 개정할 수 있는가”의 한마디로 정리할 수 있다.
존 F. 케네디 대통령이 1961년 행정명령을 통해 처음 사용했던 ‘어퍼머티브 액션’은 지난 반세기 동안 흑인과 여성, 라티노와 아시안을 비롯한 소수계에게 오랫동안 닫혀져있던 기회의 문을 열어주는 효과적 도구가 되어왔다. 동시에 백인에 대한 역차별을 주장하는 도전 또한 끊임없이 제기되었다.
UC 데이비스 의대에 두 번이나 불합격한 앨런 바키의 1978년 역차별 소송 승리를 시발점으로 어퍼머티브 액션의 입지는 계속 약화되어 왔다. 1996년 어퍼머티브 액션을 금지시킨 주민발의안 209가 통과된 캘리포니아를 비롯해 현재 8개주에서 시행이 중지된 상태다.
미시간의 프로포지션 2는 2003년 연방대법원이 내린 어퍼머티브 액션 합헌판결에 반발한 정치적 대응이었다. 당시 중도보수 샌드라 데이 오코너 대법관이 결정적 한 표를 던진 판결에서 대법원은 미시간법대가 다양성 확보를 위해 입학사정의 여러 조건 중 하나로 인종을 사용하는 것은 정당하다고 판시했다. 반대자들이 2006년 주민투표에 회부한 프로포지션 2는 58%의 찬성으로 통과되었고 통과 다음날 ‘어퍼머티브 액션 옹호연합’은 주지사와 빌 슈티 주 검찰총장 등을 상대로 위헌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연방 제6순회항소법원은 어퍼머티브 액션 수혜자인 소수계 인종에게 해를 주는 프로포지션 2가 연방헌법의 평등보호조항에 위배된다면서 무효화 판결을 내렸다. 그러나 이번 미시간 발의안과 내용이 거의 동일한 1996년의 캘리포니아 발의안 209에 대해선 당시 연방 제9순회항소법원이 합헌판결을 내렸고 연방대법원은 상고를 기각한바 있다. 1982년 6월에도 LA의 인종통합 버싱 중단 주민발의안에는 합헌 판결을 내린 대법원이 시애틀의 유사한 법안엔 위헌 판결을 내리기도 했다. 어쩌면 대법원의 이같은 상충 판결이 끝없는 도전을 부르는 지도 모른다.
15일의 대법원 심리에선 보수파 대법관들의 프로포지션 2 지지 신호가 감지되었다. “한 주가 인종차별을 금지하는 것이 인종차별에 대한 연방헌법 금지를 위반하는 것이냐”라고 되묻는 미시간 주의 주장에 존 로버츠 대법원장, 앤토닌 스칼리아와 클레어런스 토머스 대법관 등 보수파는 확실하게 손을 들어주었다.
스스로 ‘어퍼머티브 액션의 수혜자’로 자부해온 히스패닉계 소토마요 대법관은 “소수계 지원자들을 차단해 인종분리교육시대로 되돌아가려한다”고 지적했고 루스 긴스버그 대법관도 “불리한 소수계의 앞길에 장애를 방치할 수는 없다”고 반대를 강조했다.
확실한 찬반의견을 피력하지 않은 새무얼 얼리토와 스티븐 브레이어 대법관은 결국 평소 이념대로 보수와 진보 쪽에 설 가능성이 크다. 법무차관시절 어퍼머티브 액션 소송에 참여했었던 진보파 엘리나 케이건은 이번 재판에서 빠지는 기피신청을 냈다. 혹시 보수파 한명이 진보편에 서서 4대4 판결이 나올 경우엔 하급심 위헌판결이 그대로 확정된다.
결국 열쇠를 쥔 것은 스윙보터, 앤소니 케네디 대법관이다. 평소 인종우대 정책에 회의를 숨기지 않고 주정부 권한을 존중해온 케네디의 성향으로 미루어보면 어퍼머티브 액션의 운명은 절망적이다.
최종판결은 내년 6월에나 나올 것이다. 미시간 발의안에 대한 위헌판결이 나온다면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여러 주들의 금지안에 대한 줄소송사태가 벌어질 것이다. 합헌판결이 나온다 해서 42개주의 어퍼머티브 액션이 당장 중단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오코너 판사가 우대정책이 더 이상 필요치 않은 사회가 될 것으로 예상했던 2028년보다는 훨씬 빠르게 어퍼머티브 액션은 무대 뒤로 사라져 갈 것이다.
“평등대우 요구는 평등보호 위반이 아니다”라고 미시간 주 변호팀은 주장한다. 대법관들이 “평등이란 비슷한 사람들에게 같은 대우를 하는 것이다. 각 개인의 상황이 동일하지 않다면 동일한 대우는 평등한 대우가 아니다”라고 일깨워준 아리스토텔레스의 가르침을 기억하며 평등의 개념을 정리한다면 어퍼머티브 액션은 이번에도 기사회생할 수 있을 것이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