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마케어의 핵심인 ‘개인의 의무적 보험 가입’이 오늘로 시행 3일에 접어들었다. ‘전국민 의료보험시대’를 향해 떠나는 역사적 출범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시행 첫날 로즈가든에서 ‘환자보호와 감당 가능한 의료법(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이라는 정식명칭을 가진 오바마케어에 대해 국민의 “삶과 죽음이 걸린 중대사안”이라고 다시 한 번 옹호하면서 “매년 수만 명의 미국민이 보험이 없어 죽어가고 있다. 수천만 명이 병들면 파산할까 두려움에 떨고 있다. 오늘, 우리는 수백만 미국민들을 이런 두려움에서 구해내기 시작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의료보험은 다른 선진국의 국민들에겐 오래전부터 당연하게 누려온 기본권리다. 미국인들에겐 직장인의 혜택으로 꼽혀왔다. 직장인은 실직과 함께 보험도 사라질까 전전긍긍 해왔고, 메디케어 받는 노인도, 메디케이드 받는 빈곤층도 아니면서 직장보험 마저 없는 어중간한 수많은 서민들은 무보험자로 전락해 버렸다. 무려 5,000만명에 달한다. 오바마케어의 첫 목표는 이들에 대한 구제다.
보험이 없어 죽거나 파산하는 국민들에게 보험가입의 길을 열어주기 위해 의회에서 통과되고 대법원에서 합헌성을 판결 받은 ‘국법’을 시행하려는데, 자신들은 베네핏 빵빵한 보험혜택을 100% 누리고 있는 부유한 연방의원들이 이를 막고 나서는 게 말이 되는가. 그냥 반대도 아니다. 필사적 저지에 목숨 걸었던 공화당 극우파들은 결국 ‘정부폐쇄’라는 극약처방까지로 치달았다.
오바마케어 폐기조항을 넣다 뺏다 한 예산안이 상하원을 다섯 차례나 오가는 핑퐁게임의 와중에서 공화당 지도부가 목표했던 것은 “정부폐쇄는 피하고 오바마케어는 폐기 또는 연기시키는 것”이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정부는 폐쇄되고 오바마케어는 시행을 시작했다. ‘정부폐쇄’ 뉴스가 뜨겁게 조명되면서 그 원인인 오바마케어 시행이 덩달아 홍보효과를 보는 도움을 주긴 했다.
오바마와 민주당은 올 가을의 예산전쟁에서 첫 승리를 거두고 오바마케어를 지켜내긴 했지만 자축할 여유와는 거리가 멀다. 예상했던 대로 시행의 크고 작은 문제들이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하이라이트인 ‘보험 거래소’는 새로운 개념이다. 무보험자들이 보험을 사게 되는 일종의 온라인 장터인데 이 거래소 오픈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보험플랜을 어떻게 선택하고 가입하는지, 자신이 어느 정도 정부보조를 받을 수 있는지…소비자들에겐 모르는 것 투성이다. 입법화 된지 3년 반이나 되었는데도 홍보만이 아니라 기술적 측면도 준비부족이 여실하다. 방문폭주로 접속이 불가능해지면서 서비스가 지연되고 가입신청을 못하는 사태가 사방에서 발생했다.
그러나 헬스케어개혁 같은 방대한 규모의 전국적 프로젝트를 시행하는데 초기에 오류가 발생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상당수 문제들은 시간이 가면서 해결될 것이고 또 시간은 아직 충분하다.
그보다 놀라운 것은 예상을 넘는 폭발적 관심이다. 첫날에만 온라인 방문자가 뉴욕에선 1,000만 명, 캘리포니아에선 500만 명에 달했다. 그 관심의 폭주가 지지자들에게 희망을 갖게 한다. 보다 자세히, 보다 정확히 알게 되면, 특히 건강한 젊은 무보험자들에게 긍정적 정보가 입력된다면 오바마케어가 안고 있는 가장 큰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오바마케어 시행이 본격화되면서 민주당에게 가장 큰 고민은 보험료의 인상이다. 젊고 건강한 가입자보다 나이 많고 병든 가입자가 훨씬 많아진다면 보험료는 당연히 올라갈 것이고 ‘보험료 상승시킨 오바마케어’는 2014년 중간선거에서 2010년의 악몽을 되풀이하며 민주당에 역풍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큰 고민을 안고 있는 쪽은 공화당이다. 오바마케어 반대여론이 높은 현재도 무책임한 정부폐쇄에 대한 공격의 화살은 공화당을 향해 쏟아지고 있다. 거기에 오바마케어 시행 결과 긍정적 평가까지 나온다면…공화당이 진짜 두려워하는 것은 소셜시큐리티나 메디케어처럼 오바마케어의 성공적 정착인지도 모른다.
내년 3월말까지 6개월 동안 진행될 첫 시행기간 중 거래소를 통해 가입할 무보험자는 700만 명으로 예상하고 있다. 내년 민간보험에 들어있을 2억3,200만 명 중 3%에 불과하다. 그렇다고 오바마케어가 직장보험에 들어있는 대다수 미국인에게 무관한 사안은 절대 아니다. 누구에게나 생의 한 지점에서 절박하게 필요해지는 한 부분이 될 수 있다. 실직과 중병의 위기에 직면해도 보험에서 쫓겨날 염려는 이제 없어졌다. 최소한의 ‘마음의 평화’를 보장 받게 된 것이다.
이제야 미국도 국민건강의 기본권 확보를 위한 첫 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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