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 후면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의 막이 내리고 10개 팀만 남아 겨루는 플레이오프가 시작된다. 이번에는 두 한국인 메이저리거 류현진(26·LA 다저스)과 추신수(31·신시내티 레즈)의 활약이 기대되는 포스트시즌이라 더욱 관심을 끈다.
다저스 15-4, 보스턴 레드삭스 9-2, 디트로이트 타이거스 5-1, 애틀랜타 브레이브스 8-1, 오클랜드 A’s 9-1,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10-1,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11-1, 레즈 14-1, 탬파베이 레이스와 텍사스 레인저스 20-1… 이번 주 새로 업데이트된 한 유명 라스베가스 도박사(Bovada.lv)의 월드시리즈 우승 배당률을 보면 다저스가 마침내 가장 강력한 우승 후보로 떠올랐다. 추신수의 레즈는 8위의 ‘롱샷’으로 분류됐다.
그렇다고 해서 레즈의 우승 가능성이 정작 다저스보다 훨씬 낮은 것은 아니다. 메이저리그 정규시즌은 팀 당 162개 경기로, 지금처럼 약 10개 경기씩밖에 안 남은 시점이면 그 중 어떤 팀이 우승할지 대강 감이 잡힐 만도 하지만 그래도 알 수 없는 게 미국 스포츠의 묘미이기 때문이다.
“승부는 예측불허”로 ‘전문가 예상’은 그들의 백그라운드가 의심스러울 정도로 빗나가는 경우가 훨씬 많다. 예를 들어 작년에도 이 시점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월드시리즈 우승을 점친 매체는 보지 못한 것 같다. 자이언츠는 월드시리즈에 들어가면서까지 시리즈마다 열세로 평가됐던 팀이다.
자이언츠는 3년 전에 우승했을 때도 비슷한 프로필이었고, 2년 전 월드시리즈 챔피언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도 정규시즌 마지막 날 승리로 와일드카드 진출권을 따내면서 간신히 플레이오프 무대에 턱을 건 팀이었다. 찾아보니 카디널스는 2006년 월드시리즈 정상에 올랐을 때도 ESPN과 CBS스포츠의 23명 전문가 패널을 통틀어 뽑아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었다. 우승은커녕 1회전 통과를 예상한 사람도 그 중 단 한 명에 불과했다.
이 같은 현상은 야구에서만 나타나는 게 아니다. 지난 1월 NFL 플레이오프가 시작된 시점에서도 디펜딩 챔피언 볼티모어 레이븐스의 수퍼보울 우승을 점쳤던 ‘전문가’는 기억에 없다. 레이븐스는 플레이오프에 오른 팀들 중 전적이 가장 나빴던 팀으로,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힌 팀들은 뉴잉글랜드 패이트리어츠와 덴버 브롱코스, 그린베이 패커스 등이었다. 레이븐스는 수퍼보울에 올라서도 샌프란시스코 49ers에 8점차 열세가 예상됐던 ‘언더독’(Underdog)이었다. 그러고 보면 최근 미국 메이저 프로 스포츠에서는 NBA 챔피언 마이애미 히트만 예상대로 우승하는 ‘이변’을 일으킨 셈이다.
플레이오프 분석 기사를 쓰다보면 자주 떠오르는 경험이 하나 있다. 한 10년 전 남가주 경마장에서 겪은 일인데, ‘서 보포트’(Sir Beaufort)와 ‘스타 리크루트’(Star Recruit)란 두 경주마의 이름을 아직까지 기억하고 있는 이유다.
경마장 이벤트 참가자로 당첨됐다는 엽서를 받고 갔는데, 특정 레이스의 1위를 정확하게 맞추면 5,000달러, 2위는 2,000달러, 3위는 1,000달러, 4위는 500달러 상금을 주는 컨테스트였다. 단, 선택은 추첨된 순서대로 하고, 다른 사람과 같은 선택은 할 수 없다는 조건이 붙었다.
그 레이스를 나름대로 열심히 분석해 봤지만 내 차례는 50명 중 49번째로 선택의 여지도 없었다. 49번째 차례가 되니 이름을 써넣을 칸이라곤 ‘서 보포트 1위’와 ‘스타 리크루트’ 2위밖에 없었다. 고민해 보니 둘 중 ‘서 보포트’의 배당률이 11-1로 훨씬 낮았을지언정 1등할 가능성은 제로에 가까운 반면 60-1 롱샷이었던 ‘스타 리크루트’는 ‘깜짝 2위’ 연출 가능성이 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스타 리크루트’의 2위를 맞췄다. 가장 많은 돈이 베팅된 ‘베스트 팔’(Best Pal)과 ‘버트란도’(Bertrando)는 경주 끝에 보이지도 않았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1위가 ‘서 보포트’여서 오히려 기분이 상했다. 남들이 가장 큰 상금이 걸린 문제의 틀린 답들을 모두 가려내줘 생각할 것도 없이 마지막 남은 5,000달러짜리 정답에 이름만 써넣으면 됐는데 나마저 그걸 맨 마지막이자 50번째 참가자에게 넘겨준 사실이 한심했다.
이렇게 저마다 정답을 쥐고 있는 듯 큰소리를 치지만 다들 틀렸다고 생각한데서 답이 나오는 게 미국 스포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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