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시간 노출로 찍은 김아타의‘인디아’ 시리즈(2007).
1년 전 한국실을 확장 개관한 퍼시픽아시아 뮤지엄(Pacific Asia Museum)이 올 가을 한국을 주제로 한 전시 및 행사를 집중적으로 개최한다.
23일 개막된 사진전을 비롯해 9월15일에는 패밀리 페스티벌을 열고 한국의 전통문화를 소개하며, 9월28일에는 ‘한국의 얼’(Spirit of Korea)이란 주제로 연례 모금행사인 한가위 축제(Festival of Autumn Moon)를 개최할 계획이다. 또 10월5일에는 어린이 관람객들에게 한국의 동화와 역사를 읽어주는 스토리타임이 진행된다.
이 중 가장 중요한 행사는 PAM의 연중 최대 이벤트인 제36회 한가위 축제로, 이 축제에서는 미국 내 한국 문화 전파에 큰 업적을 세운 두 인물, 신연성 LA 총영사와 홍명기 듀라코트 회장을 명예롭게 치하하는 아너링(honoring) 순서를 갖게 된다. 다운타운의 유서 깊은 캘리포니아 클럽에서 뮤지엄 후원자 350명을 초청해 개최하는 이 모금만찬 행사가 한국을 주제로 마련되기는 올해가 처음이다.
한가위 축제는 특별히 올해 PAM 이사로 영입된 두 한인 스폰서 안미(Mi Ryu Ahn)씨와 남상필(Sang P. Nam)씨가 공동 명예의장을 맡았으며, 만찬과 더불어 음악 및 무용공연, 사일런트 옥션 등이 진행된다. 이에 앞서 11일에는 한가위 축제 후원자들을 위한 리셉션 파티도 열린다.
패밀리 페스티벌은 9월15일 정오부터 4시까지 비보이 댄스, 태권도 시범, 이정임 무용단 공연, K-Pop 댄스 등 세계 속에 각광받는 다양한 공연과 함께 한국 문화와 역사를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다.
또 10월5일의 스토리타임은 PAM이 매달 한 차례 주제를 정해 이야기를 들려주는 ‘실크로드 스토리타임’ 프로그램의 하나로, 오전 10시30분에 ‘한국의 이야기’(Korean Stories)라는 제목으로 전래동화와 역사 이야기를 읽어준다.
올해 한국 관련 행사가 부쩍 많아진데 대해 지연수 큐레이터는 “지난해에 한국관을 확장 오픈한 후 한국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면서 “이를 기회로 한국 문화를 더 적극적으로 알릴 수 있는 다양한 행사를 개최함으로써 시너지 효과가 나기를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퍼시픽아시아 뮤지엄은 1971년 세워진 비영리 미술관으로 중국, 일본, 인도, 파키스탄, 싱가포르, 미얀마, 타일랜드, 베트남 등 아시아와 태평양제도의 미술품을 전문으로 소장하고 있다. 한국 전시실은 2006년 노스 윙 건물 내 작은 공간에 오픈했으나 지난해 9월 사우스 윙의 일본관과 중국관 옆에 500스퀘어피트 공간을 리모델링하여 새로 마련했다.
한편 PAM은 지난 6월부터 한국어, 중국어, 영어로 전시장 안내를 들을 수 있는 오디오 투어를 마련, 관람객들의 편의를 도모하고 있다. 박물관의 주요 유물과 정원 등에 관한 20여개의 투어를 한국어로 들을 수 있다.
■ 한국 콘템포러리 작가 4인전
패사디나의 퍼시픽아시아 뮤지엄은 한국의 콘템포러리 작가 4인의 사진전을 열고 있다.
‘구축된 비전: 한국의 뉴미디어’(Constructed Visions: New Media from Korea)라는 제목으로 8월23일부터 11월24일까지 포커스 갤러리에서 열리는 이 전시회에는 한국뿐 아니라 국제 화단에서도 널리 알려진 김아타, 이명호, 이민경, 박준범 등 한국의 대표적 사진작가 4명의 작품이 소개되고 있다. 이들은 사진과 비디오 등 디지털 미디어를 사용해 평범한 주변환경을 새롭고 놀라운 관점과 시각으로 재구성해 보여주는 미디어 아티스트들이다.
김아타는 뉴욕, 파리, 뉴델리 같은 바쁜 도시의 한복판에서 카메라를 최대 8시간 노출시켜 찍은 작업들을 보여준다. 오랜 시간 수많은 차와 군중이 오간 흔적이 겹쳐진 풍경은 역설적이게도 건물만 남고 움직이는 형상은 모든 것이 지워진 텅 빈 고스트타운처럼 보인다.
이민경은 수많은 공간들을 사진 촬영한 후 그 이미지들을 자기가 원하는 새로운 모형으로 재구성함으로써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을 고찰하게 하는 작업을 보여준다. 사진의 다큐멘터리적인 기록성과 대상을 담담히 마주하는 작가의 관조적 성격으로 개인과 사회의 정체성, 그 불확실한 감정들을 선명하게 대면할 수 있도록 안내하는 작품들이다.
박준범은 주차장이나 교차로 같은 평범한 장소를 위에서 내려다보는 시점으로 촬영한 비디오 작업을 보여준다. 여기에 거대한 손이 나타나 사람들을 밀어 걸어가게 하고, 차를 들어 올려 주차시키는 등 차와 사람들의 움직임을 빠른 속도로 조종한다. 그런데 마치 전지전능한 통제자의 것처럼 보이는 이 손은 카메라의 장난일 뿐이다. 카메라가 멀리 아래의 주차장을 촬영하고 있는 동안 손은 카메라 바로 앞에서 장면을 조종하는 듯한 효과를 내는 것이다. 권력층의 감시, 감독을 내재화하고 사회적인 규범을 맹목적으로 따르는 현대사회의 교도적 문화의 몰락을 표현하고 있다.
이명호는 수년 전 게티 뮤지엄의 사진전에도 소개된 적이 있는 ‘나무’ 시리즈를 소개한다. 야산에 있는 나무의 뒤로 커다란 광목 캔버스를 세워 회화적 분위기를 연출하는 작품으로, 관객들로 하여금 실재하는 대상과 재현의 의미를 생각해 보게 한다.
지연수 큐레이터는 “작품 수는 많지 않지만 대작들이라 갤러리의 벽 하나에 한 점씩 걸어서 각각 돋보이도록 전시했다”고 설명하고 “워낙 메시지가 강렬한 현대 작품들이어서 작은 전시장이 꽉 차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입장료 10달러.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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