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두 달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약 두 달 전인 지난 6월14일자 이 칼럼에서 본 기자는 ‘꺼져가는 다저스의 플레이오프 희망’이라는 제목의 글을 썼다. 글의 요지는 제목 그대로 “다저스의 플레이오프 희망이 꺼져가고 있다”는 것이었다.
올 시즌 선수 페이롤 총액이 2억달러를 훌쩍 넘길만큼 엄청난 투자를 했지만 이중 합계 1억달러가 넘는 선수들이 전열에서 이탈했을 만큼 주요 선수들이 부상에 시달리고 있고 타선은 잘 치다가도 찬스만 오면 침묵을 지키며 선발투수진은 좋지만 불펜이 불안하기 짝이 없어 뭔가 ‘일을 낼’ 팀과는 거리가 멀다고 진단했다. 남은 경기가 워낙 많긴 하지만 조 선두에 8.5게임차 꼴찌로 떨어진 다저스가 역전우승은커녕 꼴찌탈출이나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역시 ‘돈으로 타이틀 사기’는 쉽지 않은 것 같다”고도 했다.
이제 ‘패스트 포워드’ 버튼을 눌러 시간을 따라가 보자. 이 칼럼이 나간 뒤 일주일 후인 6월21일에도 다저스는 30승42패로 선두에 9.5게임차 뒤져 여전히 조 꼴찌에 처박혀 있었다. 이날까지 마지막 12게임에서 3승9패로 전진은커녕 후진 중이었고 이 같은 대 반전을 기대할 아무런 조짐도 없었다.
하지만 다음날인 22일 다저스는 선발 잭 그레인키의 8이닝 1실점 역투를 타고 샌디에고 파드레스를 6-1로 제압하며 그야말로 역사적인 컴백 드라이브에 시동을 걸었다. 이후 6연승 행진을 포함, 10승1패 스퍼트로 꼴찌를 탈출한 뒤 전반기 나머지 일정을 7승4패로 마친 다저스는 후반기 들어 그야말로 활활 타오르기 시작했다.
워싱턴 D.C.와 토론토 원정여행을 6전 전승으로 휩쓸고 돌아온 다저스는 홈에서 신시내티 레즈와 뉴욕 양키스를 상대로 4승2패를 거둔 뒤 다시 원정을 떠나 시카고 컵스와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를 상대로 7승1패를 거뒀고 이후 홈에 돌아와 탬파베이 레이스와 뉴욕 메츠를 잇달아 싹쓸이하며 6승을 보탰다.
후반기 전적이 23승3패. 승률이 무려 .885에 달한다. 본격적인 컴백의 시동을 건 6월22일부터 계산하면 40승8패로 승률 .883이다. 거의 신들린 수준이다, 9.5게임차 뒤진 조 꼴찌였던 순위는 어느새 7.5게임차 선두로 돌변했다. 꼴찌탈출도 힘들 것으로 생각되던 팀이 이젠 강력한 월드시리즈 우승후보로 화려하게 변신했다.
한마디로 메이저리그 역사를 새로 쓰는 메가톤급 스퍼트다. 지난 12일엔 1899년 브룩클린 수퍼바스라는 이름의 팀이 세웠던 38승8패의 프랜차이즈 최고기록을 114년만에 갈아치웠고 하루 뒤엔 1951년 뉴욕 자이언츠가 세운 39승8패 기록을 돌파했다.
이어 14일에는 9회말 대타 안드레 이티어의 동점 투런홈런으로 다 진 경기를 연장으로 끌고 간 뒤 연장 12회에 야시엘 푸이그와 에이드리언 곤잘레스의 연속 2루타로 극적인 승리를 거두고 8연승 가도를 이어가며 1942년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세운 메이저리그 최고기록을 71년 만에 재현시켰다. 매일 역사를 다시 쓰며 패배를 거부하고 있는 팀이 바로 오늘의 다저스다.
한인팬들로서 더욱 신나는 것은 이런 다저스의 컴백 드라이브의 중심에 ‘코리안 몬스터’ 류현진이 버티고 있다는 사실이다. 류현진은 지난 6월24일 샌프란시시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비록 승리를 얻지는 못했지만 6⅔이닝 1실점 호투로 팀의 3-1 승리를 견인한 것을 시작으로 이 기간동안 나선 10차례 선발등판에서 6승무패를 기록했고 그가 선발로 나선 경기에서 다저스는 10전 전승을 거뒀다. 류현진 선발등판이 승리의 보증수표를 의미하는 등식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기자의 두 달 전 칼럼은 완전히 잘못 짚은 것이 됐다. 하지만 예상이 완전히 빗나간 것이 이렇게 신날 수가 없다. 과연 언제 이런 때가 있었나 싶다. 오럴 허샤이저와 커크 깁슨, 그리고 타미 라소다가 다저스의 마지막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1988년 이후 25년 만에 처음인 것 같다. 더구나 다저스의 탑3 선발투수로 완전히 입지를 굳힌 류현진은 이제 한인투수로는 사상 최초로 메이저리그 플레이오프 선발출격을 예약했다. 정말 신바람 나는 가을이 다가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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