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여름휴회에 들어가기 직전 연방하원이 마지막으로 한 일중 하나는 오바마케어 폐기안 표결이었다. 벌써 40번째 시도,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에선 매번 통과했지만 백악관 문턱은커녕 민주당이 장악한 상원에선 번번이 내쳐지는 것이 현실이니 부질없는 낭비의 행위다. 그래도 오바마 대통령의 헬스케어 개혁법을 죽이려는 공화당의 ‘네버엔딩’ 집념을 상징하는 퍼포먼스는 멈추지 않을 것이다.
공화당의 오바마케어 공격작전은 점차 진화되어 왔다 : 2009년 여름엔 입법화를 막기 위해 전국에서 격렬한 타운홀 투쟁을 주도했고, 통과된 후엔 위헌소송으로 법정투쟁을 벌였다. 그러나 연방대법원의 합헌판결로 법정에서 패배하고 오바마 재선으로 정치적으로도 좌절한 후 잠시 주춤했던 공격은 지난 몇 달 티파티 의원들이 총대를 메고 적극 나서면서 공화당 내분을 초래할 정도로 극단적으로 치닫고 있다.
상원 13명과 하원 60여명 등 공화당 강경보수 의원들은 오바마케어 재정지원을 철회하지 않으면 9월에 표결할 예산안 통과자체를 저지하겠다고 위협하는 경고서한을 상원대표에게 발송했고, 일부 공화당 주지사들은 메디케이드 확대와 보험거래소 운영 등 오바마케어 시행절차 이행을 거부하고 있으며, 보수단체들은 TV광고와 타운홀 미팅 등을 통해 노골적 사보타지 작전까지 불사하고 있다.
그중 하나가 프리덤웍스라는 보수단체의 “당신의 오바마케어 카드를 불태우라(Burn Your ObamaCare Card)” 캠페인이다. 오바마케어 중 개인의 의료보험가입 의무화 조항을 겨냥한 공격이다. 젊은 층을 대상으로 보험에 가입하지 말고 벌금을 내더라도 개인의 자유를 지키기 위해 저항하라는 ‘선동’ 작전인데 실제론 없는 ‘오바마케어 카드’는 반대 시위의 상징인 셈이다.
오바마케어는 두 가지 개념을 기초로 하고 있다. 모든 미국인은 설사 기존병력을 가졌다 해도 보험에 가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과 모든 미국인은 현재 건강하다 해도 의무적으로 보험에 가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존병력이 가입 거부의 이유가 되어선 안 된다는 개념에는 별 반대가 없지만 의무적 가입엔 반발이 거세다. 정부가 개인에게 강제로 보험을 사게 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그래서 이 기본 컨셉이 오바마케어 논쟁의 핵심이 되고 있지만 ‘가입 거부 안 된다’와 ‘강제 가입 안 된다’는 양립할 수 없는 ‘역선택의 문제’라고 코넬대 로버트 프랭크교수는 지난 주말 뉴욕타임스 기고문을 통해 지적하고 있다.
쉽게 말해 현재 젊고 건강한 무보험자들은 보험가입 의무화가 시행되어야 가입을 할 것이며 이런 가입자가 많아야 보험회사가 중병환자를 쫓아내지 않고도 운영될 수 있고 보험료도 올라가지 않는다는 뜻이다. 대부분의 국가들이 의료보험을 민간시장에 맡기지 않는 이유가 이 때문이라고 프랭크교수는 설명한다.
오바마케어의 일부조항은 이미 시행에 들어갔지만 핵심인 무보험자들의 가입은 이제부터다. 10월1일부터 각 주별로 정부가 운영하는 온라인 시장인 보험거래소를 통해 보험을 선택해 신청하게 된다. 이때 젊고 건강한 신규 가입자들이 얼마나 많이 늘어나는가에 오바마케어의 성패가 달려있다.
그런데도 백악관의 홍보는 영 소극적이었다. 이미 3년 전에 통과되었고 합헌판결 받은 지도 1년이 넘었는데 여전히 혼란 투성이다. 아직도 미국인의 40%는 오바마케어가 ‘국법’인지, 시행되고 있는지 잘 모른다고 말한다. 내용은커녕 존재여부조차 모르는 국민이 1억이 넘는다는 뜻이다.
의사들도, 민주당 관계자들도 ‘잘 모른다’는 오바마케어 홍보의 공백을 메워온 것이 요란한 공화당의 비판 공세였다. 공화당의 반대캠페인은 ‘정부폐쇄’ 같은 극한투쟁을 제외하곤 대체로 성과가 나쁘지 않다. 뉴욕의 경우 보험료가 50%이상 인하되는데도 불구하고 ‘보험료 대폭 인상’ 등 겁주기 작전은 상당히 효과적이다. 오바마케어를 반대하는 여론이 53%로 치솟았다.
다행히 오바마케어 홍보는 요즘 바짝 불이 붙고 있다. 백악관의 ‘오바마케어 팀’도 가동을 시작했고 오바마 수퍼팩의 ‘행동하는 8월’ 풀뿌리 캠페인도 본격 계몽에 돌입했다.
어떻게 홍보해도 오바마케어는 완벽한 개혁과는 거리가 멀 것이다. 민주당도, 백악관도 시인하는 사실이다. 국가경제 16%를 차지하는 대규모 산업을 뒤흔드는 신설 프로 실시가 어려운 것은 당연하다. 곳곳에서 결점이 드러나면서 시행착오가 수없이 거듭될 것이다. 1960년대의 메디케어도, 2006년 메디케어 파트D도 신설할 때는 다 그랬다. 시행 무렵 바닥이었던 지지도는 새 제도가 정착하면서 계속 올랐고 이제는 둘 다 없어서는 안 될 일상의 한 부분으로 뿌리내렸다. 오바마케어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공화당의 반대에 아주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필요한 것은 개혁법의 수정과 보완이지 폐기가 아니다. 오바마케어가 시행되면 2016년엔 현재 5,700만명인 무보험자 중 2,500만명이 보험을 갖게 된다. 시행하지 않으면 무보험자는 그대로 방치된다. 오바마케어에 대한 비판만 할 뿐 개혁을 위한 대안을 내놓지 않는 것, 그것이 공화당의 문제다.
오바마케어 핵심조항 시행의 카운트다운이 눈앞에 다가왔다. 10월1일까진 이제 53일 남았다. 전국민 의료보험 시대를 향해 큰 걸음을 내딛는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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