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방준비은행의 버냉키 의장의 말 몇 마디가세계 경제의 흐름을 바꾸고 우리 모두의 경제생활에 영향을 주며, 하루 이틀 사이에 보통 사람들의 호주머니 사정까지 건드릴 수 있다는 것을최근에야 깨달았다.
5년 전의 리먼 브라더스 사태 이후 세계적인금융 불안이 실물경제 부분으로 빠르게 확산되면서 경기침체가 심화되어 미국을 비롯한 세계여러 나라의 중앙은행은 정책금리를 대폭 인하하였으나 별 효과를 보지 못하였다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결국,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미국의 중앙은행은 비전통적 통화정책 수단인‘ 양적완화’ 정책을 실시하게 된다. 쉽게 얘기하면 달러를 왕창 찍어내어 돈의 흐름을 좋게 한다는 조치인 것이다. 먼저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eral ReserveBoar)는 리먼 브러더스 사태 이후 정책금리 수준 달성에 필요한 규모 이상으로 유동성을 공급함으로써 사실상 양적완화 정책을 시작하였다.
2008년 11월에 연준(FRB)은 6,000억달러 이상의 정부보증 모기지 채권과 융자 증권을 매입하고 새로운 대출 프로그램에 2,000억달러를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시중에 많은 돈이 풀린 것이다. 그리고 그해 말에는 기준금리를 종전 1%에서 최대 0%까지 낮추고, 또 다시 국채와 모기지 채권을 대규모로 매입해 통화 공급량 자체를 늘리는 ‘양적완화’(quantitative easing)로의 전환을 공식 선언했다. 물론 거액의 돈이투입되어야 하므로 새로운 화폐를 대량으로 찍어냈다고 한다. 이렇게 시작된 1차 양적완화는2010년 1분기에 끝났으며 총 1조7,000억달러가투입되었다. 11월에는 2차 양적완화가 시작되어 6개월간 6,000억달러를 추가로 풀었다. 중앙은행인 연준(FRB)이 국채매입 등을 통해 유동성, 즉 현금을 시중에 직접 푸는 정책으로 채권이나 다른 자산을 사들임으로써,이율을 더 낮추지 않고도 돈의흐름을 늘리게 되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이런 정책이 리먼 브라더스 파산으로 인한 구조적 위험을 감소시키고, 경기후퇴를 막음으로써 시장의 자신감을향상시키는데 기여했다고 IMF는 분석한다.
그러나 만일 양적완화 정책으로 인하여 통화량이 과잉될 경우, 국가의 통화가치가 떨어지고지나친 인플레이션이 초래될 수 있다. 또 저금리가 계속될 경우 자국에는 원하는 효과가 나더라도 다른 나라에는 자산 거품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한다.
아무튼 2012년 9월13일 시작된 제4차 양적완화 정책의 내용은 매달 400억달러 규모의 주택담보 증권을 사들이기로 결정했고 아울러 낮은 이자율도 2015년 중반까지 연장하기로 했었다. 이런 정책들로 인하여 실업률이 낮아지고소비자들의 소비심리가 살아나고 미국의 부동산 경기도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버냉키 의장이 지난달 19일, 미국경제의 ‘출구전략’ (Exit Strategy)의 일정을 제시하였다. 출구전략이라는 말은 원래 임무를완수한 군대의 퇴각 시나리오를뜻하는 것인데 경제에서의 출구전략은 경제정책을 침체로 인한불경기 이전으로 원상 복구하는것을 뜻으로 쓰인다. 결국 침체를 벗어나기 위해 실행하던 임시방편의 위험한 정책에서 벗어나는 수단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경제정책에서의‘출구전략’은 주로 경제위기가 왔을 때 그를 극복하기 위해 내렸던 금리 등의 형태로 나타난통화량이 팽창하여 과잉되었거나 각종 완화정책을 경제에 큰 부담이 가지 않게 서서히 거두는 경제적 전략인데, 금리 인상과 정부의 지출축소 그리고 채권 매각과 세원을 확대하는 정책의 실시 그리고 규제를 강화하여 과잉 공급된 통화를 환수하는 것이 핵심이다. 그러나 다른 경제정책들과 마찬가지로 출구전략에도 위험 부담률과 부작용이 따르게 된다. 정부 당국이 유동성 증가를 위해 풀어놓은 돈이 효과를발휘하기도 전에 출구전략을 너무 성급히 사용하면 경제회복 정책이 유명무실하게 되며, 반대로 너무 늦게 실시하게 되면 더블딥이나, 버블,인플레이션 등의 부작용들이 발생한다.
아무튼, 미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는 이미 예견되었던 일이었다. 매달 850억달러의 채권을사들이는 비정상적인 통화정책이 장기간 계속될 것이라고 생각한 사람들은 많지 않았을 것이다. 버냉키 의장의 출구전략에 대한 구체적일정 언급은 월가에선 이미 선물가격에 반영되었다고 하고, 미 국채금리 인상 시점도 2015년에서 2014년으로 당겨질 것이라는 불안감이 있었다. 이런 것들은 모든 경제와 시장이 금리인상을 두려워하기 때문에 나타난 현상이다.
그런데 6월19일 출구전략을 언급하였던 버냉키 의장은 매서추세츠에서 열린 전미경제연구소가 주최한 회의에 참석해 연준의 첫 100년이란 주제로 강연을 하였다. 물론 앞으로의 전망에 대한 언급에 전 세계의 귀가 집중되었음은 당연한 일이다. 그는 연설에서 "현재 미국의인플레이션 우려는 아주 낮은 수준이고 미국의재정정책도 매우 제한돼 있으니 이런 상황이라면 연준의 높은 수준의 통화확장 기조, 즉 양적완화가 당분간 필요하다고 말한 것이다. 불과20여일 전 미국 경기가 예상대로 흘러간다면올 연말부터 양적완화의 축소를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던 언급을 뒤집은 것이다.
미처 예상하지 못한 버냉키 의장의 말 바꾸기로 인하여 뉴욕 증시는 또 한 번의 사상최고치를 기록했다. 그리고 모든 나라의 증시가 당장 급등했으며 주택 모기지 이자율도 바로 반응하며 소폭 내려갔다. 버냉키의 말과 그것을 뒤집는 ‘말 바꾸기’가 어떤 속내가 있고그 시점을 정확히 분석하는 사람이 있었다면 많은 돈을 버는 기회가 될 수도 있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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