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들을 비롯한 1,100만 여명의 서류미비 이민자들의 염원을 담고 지난주 연방상원을 통과한 ‘포괄 이민개혁법안’은 이민법 체계내 여러 분야의 개혁안들을 하나의 법안 패키지로 묶은 말하자면 ‘종합선물세트’다. 이른바 ‘이민개혁 8인방’의 주도로 입안된 원안에 300개가 넘는 수정안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타협과 조정의 산물로 통과된 상원 법안에는 그 핵심 내용이라 할 수 있는 서류미비 이민자 신분 합법화 조항 말고도 ‘포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다양한 내용들이 담겼다.
상원의 포괄 이민개혁법안에서 가족이민을 축소하는 조항은 한인 등 아시아계 이민자들에게는 불만스럽지만 전문직 취업비자의 쿼타 수를 11만5,000개로 확대하고 한국인 전용 취업비자 쿼타도 확정하는 등 고무적인 조항들이 주요 내용으로 자리 잡고 있다.
또 워낙 내용이 방대하다보니 부각되지는 않았지만 소위 불체신분 이민자들이 내야하는 벌금 형태의 수수료 1,000달러를 나눠 낼 수 있게 하고, 또 이민자가 음주운전에 세 번째 걸려 1년 이상 형을 받으면 이민법상 추방대상인 중범으로 취급한다는 등 이민법의 세세한 내용까지 바꾸는 조항들도 많이 포함돼 있다.
이처럼 초당적 노력과 타협의 산물인 포괄 이민개혁법안이 마침내 연방상원의 관문을 넘으면서 이제 이민자 커뮤니티의 시선은 온통 연방하원에 쏠리게 됐다. 한인들을 포함한 서류미비 이민자들의 숙원이던 이민개혁의 운명을 결정할 칼자루가 435명의 연방 하원의원들의 손에 쥐어져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연방하원으로 넘어간 ‘이민개혁’의 럭비공이 어느 방향으로 튈지 쉽사리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이민개혁은 결국 이뤄질 것이라는 낙관론과 상원에서 성공한 것과 같은 ‘포괄적 이민개혁안’은 하원 내 반이민 강경파들의 ‘딴지’ 때문에 애당초 성사가 불가능할 것이라는 비관론이 혼재하고 있다.
현재 이민자 커뮤니티에 가장 바람직한 시나리오는 연방하원이 상원에서 통과된 법안을 그대로 표결에 부쳐 통과시키는 것이지만, 일이 이렇게 쉽사리 풀릴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게 이민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하원에서 다수당의 위치를 점하고 있는 공화당 지도부와 상당수의 강경파 의원들이 튀기고 있는 정치적 주판알은 그렇게 간단치가 않기 때문이다.
현재 대두되고 있는 비관론적 시나리오들을 보면, 이민개혁법안 논의과정에서 하원내 공화 강경파들이 이민개혁법안을 상원과 같은 하나의 ‘종합선물세트’ 패키지가 아닌 개별적 법안들로 나누어 각각의 법안들 심의에 시간을 끌면서 자신들 입맛에 맞는 대로 취사선택을 하는 방법으로 결국 패키지로서의 이민개혁안을 좌초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게 할 것이라거나, 또는 이민개혁법안에 불체자들의 신분 합법화는 포함시키되 시민권은 허용하지 않는 방향으로 이를 뒤틀어 합법신분을 취득하는 이민자들이 결국은 투표권을 가질 수 없게 할 것이라는 등의 전망이 포함되어 있다.
지난번 대선을 통해 히스패닉계와 아시아계 등 소수계 표심의 파워를 확인한 공화당의 분위기가 변화의 필요성을 절박하게 느끼게는 했지만, 이민개혁을 통해 향후 유권자들이 될 이민자들이 어차피 자기네 표가 아닐 것이라는 얄팍한 계산이 깔려있다는 것이다.
또 상원의 논의과정에서 불거졌던 것처럼 소위 밀입국자들의 월경을 막는 국경 경비강화를 90%까지 이루는 것을 이민개혁의 핵심인 서류미비자 신분합법화 조치의 전제 조건으로 내세워 사실상 이민개혁을 불가능하게 하려는 시도도 하원에서 다시 이뤄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소위 반이민 강경론자들이 원하는 것처럼 1,100만명의 불체자들을 모두 체포해 수감하거나 추방시키는 것, 국경을 완전히 봉쇄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할뿐더러 실현 가능하지도 않다는 사실이다. 또 이민개혁은 단지 이민자들뿐 아니라 이민자들의 나라인 미국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조치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는 것이다. 하원의 이민개혁안이 내주쯤 상정될 전망이라는데, 이제 하원에서 전개될 ‘이민 개혁 드라마’가 이러한 낙관론을 담은 해피엔딩으로 끝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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