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반변성 사물 중심부 흐릿하게 보여 건성-습성… 60대 이후 발병
▶ 당뇨병성 망막병증 혈관 약해져서 터지거나 새 막히면 망막조직 서서히 괴사
당뇨병성 망막병증 환자의 안구. 별처럼 흩어진 작은 점들은 망막 혈관이 터진 것.
습성 황반변성 안구 모습. 가운데 피가 고여 있다.
망막 질환 황반변성·당뇨병성 망막병증
망막은 우리 눈에서 매우 중요한 신경조직이다. 빛이 수정체에서 굴절돼 통과되면 망막의 황반에 상이 맺혀 사물을 또렷하게 보게 된다. 시력에서 매우 중요한 부위이지만 한 번 손상되면 다시 회복하기가 어렵다. LA 한인타운과 가든그로브, 다우니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는 케빈 석(한국명 석기철) 망막 수술전문의는 “망막은 뇌와 같은 조직”이라며 “당뇨병성 망막병증으로 혈관이 막혀 망막이 손상되면, 중풍(stroke)으로 뇌 손상이 생기면 일부 뇌조직이 죽어 다시 되돌리지 못하는 것처럼, 망막도 한 번 손상되면 다시 회복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인 노인들에게 많은 망막질환은 바로 황반변성과 당뇨병성 망막병증. 망막전문 안과병원 ‘레티나 인스티튜트’(Retina Institute)의 석 전문의의 도움말을 빌어 주요 망막질환으로 실명으로 이를 수도 있는 황반변성과 당뇨병성 망막병증에 대해 알아보았다.
#황반변성
황반변성은 망막에서 사물의 상이 맺히는 망막 중심부인 황반에 손상이 생겨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는 질환이다. 원인이 확실하게 규명된 것은 아니지만, 대개 나이가 들면서 발병률이 증가하며, 유전적 요인, 흡연이 주요 근거가 되고 있다. 또한 영양 부족, 야외에서 햇빛을 많이 볼 수밖에 없는 직종으로 선글래스를 잘 끼지 않는 경우에도 요인이 될 수 있다.
석 전문의는 “황반변성은 나이가 들어 생기는 질환이긴 하지만 나이가 든다고 해서 꼭 발병하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환자의 발병 나이는 대부분 60세 이상이다.
황반변성의 증상에 대해 석 전문의는 “망막 중심부의 황반이 건강해야 하는데, 황반변성이 생기면 사물을 볼 때 가운데 부분이 흐리게 보이면서 주변 부위만 보이고, 글자들이 찌그러져 보이거나, 물결무늬가 시야에 생기거나, 삐뚤어져 보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사람 얼굴이 잘 보이지 않게 되고, 간판의 글씨를 잘 읽지 못하게 된다.
황반변성은 건성(비삼출성)과 습성(삼출성) 황반변성으로 나뉜다. 종류에 따라 시력이 점점 감소하거나 어느 날 갑자기 눈이 안 보이게 되는 경우가 있다.
건성 황반변성은 망막이 조금씩 얇아지면서 망막의 역할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는 질환이다. 서서히 시력이 떨어지는데 아직까지는 특별한 치료법이 없다. 하지만 건성 황반변성은 습성 황반변성으로 변할 수 있어 문제다. 망막이 얇아지면 망막 아래 혈관에서 피가 새거나 혈관이 터져 피가 날 수 있으며, 망막이 붓게 되면 갑자기 앞이 보이지 않게 된다.
습성 황반변성은 혈관 누수 또는 황반부에 혈액이 고여 발생한다. 빠른 치료를 하면 시력회복이 가능하지만 만성화된 황반변성을 그대로 두면 망막에 상처가 생겨 치료해도 효과가 좋지 못하다. 건성 황반변성은 망막이 더 나빠지지 않는지 정기적인 검사가 필요하며 영양제를 복용하게 된다. 습성 황반변성은 대개 안구에 주사를 매달 맞거나 수술적 방법을 쓰게 된다. 눈 안에서 수술적으로 피를 제거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석 전문의는 황반변성의 예방에 대해 “담배는 끊고 항산화제가 풍부한 녹황색 채소, 과일을 골고루 먹는 것이 좋다. 과일 중에서도 짙은 색의 베리류에 항산화물질이 풍부하다. 또 오메가-3 도 추천할만하다”고 조언했다.
건성 황반변성에는 오버-더-카운터용 ‘AREDS’(Age-Related Eye Disease Study) 포뮬러를 적용한 눈 영양제가 추천된다. 제아젠틴, 루테인, 비타민 E, C, 아연, 구리가 다 들어있고, 브랜드에 따라 오메가 3가 추가되거나 없는 제품도 있다.
석 전문의는 “AREDS 포뮬러를 적용한 눈 영양제는 건성 황반변성 환자 중에서도 심한 경우는 효과가 좋지만 아직 건성 황반변성이 초기인 환자인 경우는 효과가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다. 황반변성이 없는 경우는 별 효과가 없지만, 몸에 좋은 항산화물질이 들어있으므로 특별히 해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황반변성이 없는 사람은 되도록 눈에 좋은 영양성분을 음식을 통해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당뇨병성 망막병증
석 전문의는 “간단히 생각하면 당뇨병은 혈관의 병이다. 혈관이 계속 약해지는 것”이라며 “당뇨병 환자는 5년 지나면 안과에서 망막 검사를 적어도 1년에 한 번씩 받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당뇨병을 8~10년 이상 앓고 있는 환자에게 합병증으로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당뇨병 진단을 받았을 때 당뇨병이 얼마나 오래 됐는지 알 수 없으므로 처음 당뇨 진단을 받자마자 안과 검사를 바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망막에는 혈관이 굉장히 많이 분포돼 있다. 당뇨병으로 망막 혈관이 약해지면 혈관이 새거나 아니면 혈관이 약해져 혈관 폐쇄가 일어날 수 있다.
혈관이 새면 망막에는 피가 나거나 망막이 붓게 될 수 있고, 아니면 혈관폐쇄가 생기면 피가 안 통해 혈액 공급을 받지 못하는 망막조직이 죽어가기 시작한다.
석 전문의는 “혈관이 막혀 망막에서 혈액을 공급받지 못하면 망막에서는 VEGF(혈관내피세포증식인자)가 나와 작은 혈관이 새로 생기기 시작한다. 작은 혈관들은 정상이 아니라서 잘 터지며, 망막에 반흔조직(scar tissue)을 만들게 된다. 또 안구 안에서 작은 혈관들이 터지면 실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새로운 작은 혈관들이 생기면서 반흔조직이 생기면 망막이 조금씩 줄어들면서 망막이 떨어질 수 있는데, 이때는 치료가 굉장히 힘들어진다. 석 전문의는 “당뇨병이 심하면 실명 가능성이 높다. 당뇨병은 생각보다 매우 심각한 병”이라며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 늦을 때까지 환자들이 모르고, 이미 시력에 이상이 생겨 병원에 오면 벌써 늦은 경우가 참 많다”고 지적했다.
당뇨병을 진단받으면 시력에는 이상이 없어도 정기적으로 망막 검사를 꼭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당뇨병성 망막병증은 시력이 약간 떨어지거나, 한쪽에 이상이 생겨도 다른 쪽이 잘 보이기 때문에 초기에 발견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그러나 시력이 이상이 없어도 망막 사진을 찍어보면 혈관이 터지거나 새어 피가 망막에 흩어져 있는 경우가 많다.
석 전문의는 “당뇨병 합병증을 예방할 수는 있지만 망막이 이미 떨어지거나 눈에서 혈관이 터진 경우는 치료하기 힘들고, 치료해도 되돌리기가 어렵다”고 덧붙였다.
또 혈관이 터져 갑자기 아무것도 안보여도 망막만 괜찮으면 치료 후 다시 시력이 돌아올 수는 있다. 눈에서 혈관이 터졌을 때 대개는 레이저 치료를 하게 되며, 안구에 VEGF 신호를 막아주는 약물을 주사하기도 한다. 주로 ‘아바스틴’을 주사하는데 망막 붓기를 가라앉히며, 정상 아닌 혈관이 자라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아바스틴’의 효과는 3주 정도 가기 때문에 매달 주사를 맞는다. 조금 더 효능이 센 스테로이드제제 케날로그(Kenalog)를 주사할 수도 있지만 부작용이 있을 수 있다. 또 수술로 피를 걷어내거나 망막에 반흔조직이 생기면 수술로 제거하기도 한다.
당뇨병 진단을 받으면 5년 안에 환자에 따라 망막의 상태가 달라질 수 있으므로 이때 안과검진은 매우 중요하다. 또 당이 아주 심한 경우는 갑자기 당을 조절하기 시작하면 처음에는 눈이 많이 나빠지기도 한다. 그러나 당 조절을 잘하면 다시 시력이 좋아진다.
석 전문의는 “당뇨병은 당 관리가 매우 중요하며, 혈압, 콜레스테롤 관리도 함께 중요하다. 모두 혈관에 영향을 주기 때문”이라 설명했다.
#케빈 석 전문의는
4세 때 도미, 남가주 다우니 출신으로 UCLA를 거쳐, 로마린다 의대에서 의학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미시건 주 헨리 포드 병원에서 레지던트를 마쳤다. 또한 미국 내 최고 안과전문 병원으로 알려진 마이애미의과대학 부속 배스컴 팔머 안연구소(Bascom Palmer Eye Institute)에서 유리체 망막 임상전문의로 2년간 연구에 매진했다. 안과 관련 과학논문지에 다수의 논문을 발표한 바 있으며, 전문분야는 당뇨병성 망막증 유리체 관련 치료, 황반 구멍 복구, 망막 분리 수술 등이다. 석 전문의는 미 망막전문의 협회(American Society of Retina Specialists), 미 안과학회(American Academy of Ophthalmology), 시각 및 안과학 연구협회(Association for Research in Vision and Ophthalmology)의 정회원이기도 하다. 문의(714)534-8100
#눈 건강을 위한 조언
- 눈에 좋은 영양을 고루 섭취한다.
- 당뇨, 혈압, 콜레스테롤은 건강하게 관리한다.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황반변성이 생길 가능성이 높다. 또 콜레스테롤이 높으면 당도 높을 수 있다.
- 녹황색 채소, 과일 등 항산화제가 풍부한 음식을 많이 먹는다.
- 선글래스로 자외선을 차단한다.
- 당뇨병성 망막병증을 예방하기 위해 안과 검진을 꼭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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