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세포 변이로 50대 이후 주로 발생 성적 접촉 통해 전염되는 HPV 일부 종류는 구강암 유발하기도
▶ HPV로 인한 암은 젊은 연령대 발생
HPV는 40종 이상이 있지만 암 유발 가능성이 있는 4가지 HPV에 대해서는 예방 백신이 나와 있다. 보통 11~12세 여자아이들이 예방접종을 맞는다.
구강암은 두경부암의 일종으로 술과 담배가 가장 큰 주요 원인이다. 그러나 최근 자궁경부암의 원인으로 잘 알려진 HPV 바이러스에 의해 발병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마이클 더글라스 발언 계기로 본 구강암과 HPV 관계얼마 전 할리웃의 유명 배우 마이클 더글라스(68·사진)가 구강성교로 인한 HPV(Human Papillomavirus, 인유두종 바이러스) 감염으로 구강암이 생겼다고 말했다가 논란이 일자 대변인이 나서는 등 한바탕 곤혹을 치렀다. 마이클 더글라스의 말로 인해 구강성교로도 암에 걸릴 수 있는지, 또 구강암과 HPV의 관계 등 의학적 관점의 이슈가 큰 궁금증을 낳고 있다. LA 암센터의 안상훈 암 전문의는“구강암의 가장 큰 위험요인은 오랜 시간 노출된 담배와 술”이라 강조하며, “물론 HPV 때문에 암이 생길 수는 있다. HPV는 우리 몸에서 암을 여러 군데 유발할 수 있는데, 제일 잘 유발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자궁경부와 두경부다”고 설명했다.
안 전문의의 도움말을 빌어 구강암 및 HPV의 관계는 어떤지 알아보았다.
#구강암? 인후암? 인두암? 어느 명칭이 맞나?
여러 뉴스매체에서도 마이클 더글라스의 암은 구강암 또는 인후암으로 표기돼 적지 않게 혼란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구강암은 두경부암(head and neck cancer)에 속하는 것으로 두경부암은 뇌를 제외한 머리와 목에 생기는 모든 암을 말한다.
암이 생기는 부위에 따라 명칭이 달라지는데, 입안과 식도 사이 침이 목 뒤로 넘어가기 시작하는 부위에 생기면 인후암(인후두암), 성대 있는 부위에 생기면 후두암, 입 안의 혀나 입천장, 혹은 입 바닥, 볼 점막 등 부위에 생기면 구강암, 코 뒷부위와 목의 윗부분의 비인두에 생기는 것이 비인두암, 축농증과 관련 있는 부비동에 생기면 부비동암, 코 안쪽 공간을 말하는 비강에 생기면 비강암 등으로 표기된다. 또 코에서부터 목구멍 뒤쪽 부위는 위에서부터 아래로 비인두, 구인두, 하인두, 후두로 각각 기관마다 명칭이 있는데, 암이 어디에 발생했는가에 따라 명칭이 세분화되기도 한다.
#구강암과 HPV 관계는?
안 전문의는 “통상적으로는 두경부암은 대부분 음주와 흡연 때문에 생긴다고 학계에서는 보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두경부암은 대부분 나이가 60세 이상 되면 생기는 것이라 술·담배에 오랜 기간 노출된 경우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HPV 때문에도 물론 암이 생길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CDC(연방 질병통제예방센터)에 따르면 HPV가 40종류 이상이다. 그 중에서도 타입 16, 18, 31 등은 주로 자궁경부암을 유발하는데, 구강암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HPV는 성적 접촉을 통해 전염될 수 있다. 성기나 구강을 통해서 전염될 수 있는데, 여성과 남성이 성관계 때 여성의 성기 있는 곳의 바이러스가 남성의 입안에 전염돼 암으로의 발전은 가능성이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안 전문의는 “사실 나이가 50세를 넘으면 술·담배 노출기간이 적어도 20년 이상 됐다면 HPV가 양성이라도 HPV 때문에 암이 생겼다는 보장이 없다. 왜냐면 술·담배 때문에 암이 생겼을 가능성이 훨씬 더 높기 때문”이라 강조했다.
물론 HPV도 암이 발생하는데 기여했을 수는 있지만 결국은 지나친 음주와 흡연 때문이라는 것. 안 전문의는 “술·담배를 오랫동안 해온 사람들은 결국 세포에 유전자 변이가 오게 되고, 그렇지 않은 비흡연자나 비음주자들보다는 HPV에 더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HPV 때문에 생기는 암들은 좀 더 젊은 연령에 생긴다. 안 전문의는 “술과 담배 때문에 생기는 두경부암은 대부분 50대 이후 발생하는데 반해, HPV 때문에 생기는 두경부암들은 좀 더 젊은 연령에 생기는 경우가 많고 치료 예후도 훨씬 좋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고 설명했다.
똑같은 1기 암이라도 술과 담배 때문에 생긴 구강암보다는 순수하게 HPV만 관련된 암이 치료율과 완치율이 높다는 것. 그러나 HPV도 양성이고 담배를 피는 암환자는 예후가 좋지 않은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또 HPV 때문에 암이 생겼더라도 담배를 피우면 HPV만으로 인해 생긴 암환자보다는 재발률도 높고, 완치율도 더 떨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HPV에 감염돼도 아무런 증상이 없어 문제
HPV는 자궁경부암, 구강암 등뿐 아니라 피부암과도 연관이 있다. 단순 사마귀가 아니라 피부암으로 발전할 수 있는 사마귀를 유발하는 것. 현재 CDC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HPV에 감염된 인구가 7,900만명으로 추산된다.
또한 두경부암은 증가 추세에 있어 문제다. 2011년 연구에 따르면 HPV와 연관된 구강인두암은 1984~2004년 16.3%에서 71.7%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안 전문의는 “구강암이 예전에 비해 증가한 것은 사실이다. 특히 젊은 연령층의 경우 HPV와 연관돼 두경부암이 늘고 있는 추세로 젊은 층은 술과 담배 노출기간이 짧아 HPV가 원인으로 주목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고 지적했다.
물론 HPV 감염의 주된 경로는 성접촉이지만 유일한 경로라고 보기에는 이견이 있다. 성접촉 외에도 다른 원인이 있을 수는 있지만 정확히 어떤 경로로 HPV가 전염됐는지 정확히 알기가 어려운데, 아직까지 대부분 성적 접촉으로 감염이 설명이 된다.
안 전문의는 “HPV는 구강, 성기, 항문에 많고, 피부 표면에서 피부 표면으로 전염될 수 있으며, HPV로 생긴 사마귀 접촉이라든지, 어떤 식으로든 접촉이 있다면 전염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일단 한 번 걸리면 백신은 소용없다. 현재 암 유발 가능성 있는 4가지 주요 HPV를 예방해 주는 백신이 ‘가다실’과 ‘서바릭스’가 있으며, 보통 11~12세 여자아이들이 예방접종을 하고 있다. 또한 13~26세까지 성경험 전에 HPV 백신 예방접종이 권고된다.
#구강암의 다른 원인들은
유전적 원인도 있다. 또한 구강암은 갑자기 생기는 것이 아니라 장시간에 걸쳐 생기는 것이라 식생활 습관 문제도 영향이 있을 수 있다.
안 전문의는 “아주 뜨거운 음식을 섭취해 입안에 상처가 자주 난다든지, 약물, 방사선 노출, 직업적으로 화학약품에 노출되는 경우, 바이러스 중에서는 HPV 외에도 에이즈의 원인이 되는 HIV나 구내염을 일으키는 헤르피스 바이러스 등도 가능한 원인들”이라며 “코 쪽에 생기는 부비동암의 경우 붉은 육류나 가공류를 너무 많이 섭취하는 것이 원인이 될 수 있으며, 잘 맞지 않은 의치 때문에 만성적 염증을 일으키고 자극되는 것이 암과 연관이 있다는 보고도 나온 바 있다”고 설명했다.
#구강암 증상은 일찍 나타나
입안의 이물감이 느껴진다든지, 혹이 만져지거나 입 안이 헐어 잘 낫지 않거나 음식을 삼키기 어렵거나 음식을 삼킬 때 아픈 증상이 나타나거나, 좀 더 암이 진행되면 몸무게가 줄거나 상처가 나서 피가 나 잘 안 멎는다든지 그런 증상들이 나타난다.
혹이 생기거나 혹에 동반되는 통증, 백반이 끼는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치료
치료는 부위에 따라 수술이 필요하면 수술을 하거나, 기능에 문제가 되는 경우 항암제, 방사선 치료를 하는 경우가 많다. 최근에는 표적 치료제가 좋아져 두경부암에는 세터시맵(Cetuximab)을 많이 쓰고 있는 추세다. 항암제보다 효과가 더 좋고, 부작용이 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주일에 1회 주사하거나 방사선과 함께 치료하기도 하며, 방사선 치료 후 사용하기도 한다.
#예방법
먼저 술이나 담배는 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또한 어떤 암이든지 일단 식생활이 중요하다. 안 전문의는 “특히 여러 가지 색깔의 채소와 과일을 먹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항산화 효과나 항염증 효과를 볼 수 있기 때문”이라며 “붉은 육류나 지방이 많은 음식, 트랜스 팻은 피하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또한 입안에 상처가 나면 덧나지 않게 만지지 말고, 잘 맞지 않는 틀니는 바꿔주거나 최대한 입안에 상처 나는 일이 반복되지 않게 주의해야 한다. 뜨거운 음식으로 인해 입안 상처가 나지 않도록 주의한다.
안 전문의는 “염증이 반복되면 결국 세포가 자극돼 세포 변이가 이뤄질 수 있다. 또 입 안에 있는 상처가 보통 한 달 이상 아물지 않으면 반드시 치과를 먼저 가거나, 목 뒤쪽에 이상이 감지되면 이비인후과에서 먼저 검사를 받도록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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