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다저스의 플레이오프 희망이 시즌 반환점을 돌기도 전에 꺼져가고 있다. 전 구단주 프랭크 맥코트의 어두운 그림자를 걷어버리고 월드시리즈를 목표로 힘차게 출발했지만 시즌이 두 달 반 지나간 지금 다저스의 성적은 실망 그 자체다. 현재 28승37패(승률 .431)로 내셔널리그 서부조에서 선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37승29패)에 8.5게임차 뒤진 최하위다.
아직 시즌이 절반도 지나지 않았고 남은 경기 수가 97게임이나 되니 8.5게임 정도의 차이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게 녹록치 않다. 단순하게 계산해 D백스가 남은 시즌동안 현재 승률(.561)을 유지한다고 가정할 때 시즌성적은 91승71패가 된다. 이 경우 현재 28승37패인 다저스는 남은 97게임에서 63승34패를 올려야 D백스와 타이를 이루는데 이는 이제부터 승률 .650을 올려야 한다는 계산이다.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 승률이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가 기록중인 .646(42승23패)이고 승률 6할을 넘는 팀도 카디널스와 보스턴 레드삭스(.612) 단 둘에 불과한 것을 보면 현 시점에서도 8.5게임차를 따라잡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 수 있다.
물론 이는 산술적인 계산일 뿐 메이저리그 역사를 살펴보면 이보다 더 짧은 기간에 더 큰 차이를 극복한 사례가 있기에 다저스의 PO행이 불가능하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현재 다저스의 모습을 보면 역전우승은커녕 조 꼴찌탈출도 가능할지 의문이다. 주요선수들의 부상과 불운이 꼬리를 물고 있고 불펜은 불안하기 짝이 없으며 타선은 찬스에서 침묵을 지키고 있어 뭔가 일을 낼 팀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류현진이 선발로 나선 지난 12일 D백스와의 경기는 올 시즌 다저스가 처한 상황과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보여줬다. 우선 첫 번째는 주요 선수들의 부상이다. 이날 스타팅 라인업을 살펴보면 1루수 에이드리언 곤잘레스와 2루수 마크 엘리스, 센터필더 안드레 이티어 정도를 제외하곤 전원 시즌 개막전 백업 또는 마이너에 있었던 선수들이다. 반대로 현재 부상자명단에 올라있는 선수들의 연봉 합계는 무려 9,000만달러를 넘는다. 엔트리에는 포함됐으나 대타로밖에 나올 수 없었던 핸리 라미레스까지 합치면 무려 1억500만달러가 넘는 연봉이 전력에서 이탈해 있다. 올해 다저스의 선수연봉 총액(2억1,600만달러 이상) 중 절반이 뛰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메이저리그에 올라오자마자 돌풍을 일으킨 ‘쿠바 괴물’ 야시엘 푸이그조차 어깨 통증으로 선발라인업에서 빠졌다. 바로 전날 빈볼시비 도중 어깨를 삐끗했다고 한다. 다저스는 시즌 초에도 올 연봉 2,100만달러에 달하는 2선발 잭 그렌키가 빈볼시비로 인한 난투극 도중 쇄골이 부러져 장기 결장한 바 있다. 이런 경기외적 사고로 인해 키 플레이어가 빠져나가는 불운이 계속되는 것은 정말 다저스로서도 맥이 풀리는 일이다. 이로 인해 이날 다저스의 4번타자로는 시즌 홈런이 달랑 1개뿐인 제리 헤어스톤 주니어가 나서야 했다.
하지만 다저스의 진짜 아킬레스건은 불안한 불펜이다. 단 매팅리 감독은 선발 류현진이 6회까지 100개의 공을 던지자 4-3으로 앞선 7회초 바로 전날 트리플A에서 올라온 ‘초짜’ 루키 크리스 위스로를 구원투수로 내보냈다. 조 선두와의 중요한 일전에서 7회 1점차 리드를 지키는데 아직 빅리그 데뷔전도 못 치른 선수를 내보낸 것은 감독이 얼마나 불펜에 대해 믿음을 갖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낸 것이다.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엄청난 압박감 속에서 치러야 한 위스로는 결국 첫 투아웃을 잘 잡은 뒤 3연타를 맞고 동점을 허용했고 다저스는 결국 연장 12회 끝에 무릎을 꿇었다.
클레이튼 커쇼-잭 그렌키-류현진으로 이어지는 다저스의 선발투수 3인방은 메이저리그 정상급으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불안한 불펜으로 인해 지난달 24일 이후 마지막 15게임에서 이들 3명이 승리를 챙긴 것은 딱 1번뿐이다. 이들 3명이 나올 때마다 거의 매번 이겨야 선두 추격 가능할 지경인데 이러고 있다는 사실에서 다저스의 앞길이 험난함을 알 수 있다. 선수연봉 합계로 2억달러를 훌쩍 넘는 엄청난 돈을 투자해 뉴욕 양키스의 위치를 넘보고 있는 다저스지만 역시 ‘돈으로 타이틀 사기’는 쉽지 않음을 실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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