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개츠비는 운명을 스스로 만들었지만 비극적이었던 인간
▶ 그에게 데이지는 위대해지기 위해 필요했던 집념일뿐
개츠비와 데이지, 그리고 개츠비의 친구 닉과 데이지의 남편 탐(왼쪽부터).
`위대한 개츠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F. 스캇 핏제럴드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만든‘위대한 개츠비’에서 1920년대 재즈시대의 의문에 싸인 갱스터이자 백만장자인 개츠비로 나온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38)와의 인터뷰가 지난달 26일 뉴욕의 플라자 호텔에서 있었다. 짙은 감색 정장에 가슴을 풀어헤친 셔츠를 입은 레오는 수염을 길렀는데도 나이보다 어려 보였는데 구면인 우리를 보고“오, 반갑네”라며 인사를 건넸다. 태도가 진지하고 의젓했는데 앞으로 두 손을 모아잡고 얌전히 앉아 간간이 미소를 지으면서 질문에 직선적으로 대답했다. 완벽한 젠틀맨을 연상케 했는데 실물이 영화보다 낫다는 인상을 받았다.
<박흥진 편집위원>
*영화 출연에 대한 느낌은 어떤가.
-이런 세계적으로 알려진 걸작에 나온다는 것은 커다란 모험이다. 왜냐하면 나 나름대로 책의 내용을 해석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로미오+줄리엣’으로 18세 때부터 알게 된 바즈 러만 감독과 12세 때부터 함께 자란 토비 매과이어(영화의 내레이터인 닉 캐라웨이 역)와 같이 일한 것이 큰 다행이었다. 우리는 작품에 가급적 충실을 기하면서 서로를 가차 없이 비판하고 또 서로에게 솔직하기로 다짐한 뒤 파트너의 입장에서 영화를 만들었다.
*영화에 나올 때 늘 초조한가.
-난 학교 다닐 때부터 국외자여서 늘 초조해 하면서 자랐다. 지금도 늘 초조한데 영화를 만들 때마다 안절부절 못한다. 그런데 난 이 책을 고등학교 때 읽은 뒤 이번에 다시 읽었다. 고등학교 땐 개츠비를 철저히 모든 것을 장악한 강인하고 신비스럽고 멋진 금욕주의로 느꼈었는데 이번에는 그가 가망 없는 로맨틱이라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첫 사랑 데이지를 위해 이룩한 남자로 영화는 이같은 책의 의도에 충실하다.
*개츠비에게서 당신의 일면을 보는가.
-책의 주제는 시대를 초월해 보편타당한 것이다. 우리 모두가 책의 내용과 관계가 있다. 개츠비는 무에서 유를 이룬 개척자로 위대한 사람이 될 수 있었으나 데이지를 만나면서 그것이 일종의 장애가 된다. 개츠비는 자기 운명을 스스로 만든 사람으로 그는 자기 꿈을 현실로 살고자 결단하고 또 자기를 자기 상상대로 재생시킨 사람이다. 이런 면은 누구에게나 있을 수 있는 일로 그런 면에선 나도 마찬가지다.
*책에서 개츠비는 고독하고 비참한 인물로 표현됐는데 영화에서 당신을 보니 긍정적인 면도 있더라. 의식적으로 그렇게 묘사했는가.
-당신의 말과 달리 나는 그를 더욱 어둡게 표현하려고 했다. 그는 절대 비극과 엄청난 고독에 시달리는 어두운 인간이다. 고등학교 때와는 달리 이제 와서야 그런 사실을 깨달았는데 그는 지극히 공허한 사람이다.
*핏제럴드는 책을 자기 경험에 의해 썼다고 보는가.
-그의 부인 젤다와의 관계가 큰 요인이 됐다고 본다. 젤다도 데이지처럼 유복한 가정 출신이다. 개츠비에게 있어 데이지는 현실이라기보다 자신의 위대함을 이루기 위해 필요한 집념이다.
*실제로 개츠비처럼 카리스마가 강한 사람에게 끌려본 적이 있는가.
-물론이다. 바즈가 일종의 개츠비와도 같은 인물이다. 그는 자기 꿈대로 일상을 사는 사람이다. 그의 삶과 예술에 대한 열광은 전염성을 지니고 있다. 그리고 또 그에게는 신비한 점이 있다는 것도 개츠비를 닮았다.
*사람들은 시대를 막론하고 부와 권력과 지위를 추구하고 있다. 당신에게 있어 부와 권력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하찮은 것이다. 이 책이 보편타당하다고 한 것은 바로 80년 전의 일이 지금 우리 앞에서 재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월가의 붕괴라던가 진보의 대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채 무작정 이뤄지는 진보 이런 것들이 재현되고 있는데 이것은 비단 미국만의 일이 아니다. 핏제럴드는 인간 진보의 오만과 어리석음을 제대로 포착한 사람이었다.
*영화에서 다양한 장르의 음악이 사용됐는데 왜 그런가.
-힙합과 재즈 등을 쓴 것은 영화에 현대적 감각을 주기 위해서다. 의상도 그렇고 입체영화로 만든 것도 그 때문이다. 특히 입체영화로 만든 것은 영화에 연극적 분위기를 부여하기 위해서다. 책 속의 인물들이 바로 우리 곁에 있는 인물로 느껴지기 때문에 영화에서도 그 뜻을 살리려고 했다. 작가의 의도를 충실히 따르려고 한 것이다.
*얼마 전에 러시아에 갔다 온 것으로 아는데.
-내 박애사업 중의 하나로 러시아 호랑이들을 구하는 일을 위해 갔다. 그런데 귀국 길에 비행기의 엔진이 폭발하는 바람에 죽는 줄 알았다. 살아남은 것에 대해 하나님께 감사한다. 그런데 난 이런 죽을 경험을 과거에도 몇 차례 했다.
*이 영화는 오는 15일에 열리는 칸영화제 개막작인데 칸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칸에서 나는 여러 번 훌륭한 경험을 했다. 거기 갈 때마다 ‘라 돌체 비타’ 같은 기분을 느낀다. 이 영화가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사람들의 좋은 반응을 기다린다. 나도 곧 거기에 간다. 늘 이상한 사람들이 있게 마련이지만 재미있다.
*영화를 위해 체중을 늘릴 용의가 있는가.
-물론이다. 에드가 후버로 나왔을 때 체중을 늘리려고 했지만 감독이 말려 대신 패트 수트(뚱보 옷)를 사용했다.
*데이지는 결국 사랑보다 안락을 따라 가는데 돈 있는 남자가 그렇게 중요하다고 보는가.
-아니다.
*여인의 마음을 사기 위해 어떤 일을 하겠는가.
-있는 나 그대로 자연스럽게 행동하겠다. 질적인 여자라면 파티와 다이아몬드와 장미다발 따위에 신경 쓰지 않으리라고 본다. 함께 있어 편안한 남자를 원하리라고 본다.
*개츠비로부터 무엇을 배웠는가.
-희망에 대한 엄청난 기대다. 그것은 우리 모두가 필요한 것이다.
*어떻게 쉬는가.
-난 쉬는 것을 싫어한다. 지난 2년간 3편의 영화에 나온 것도 그 때문이다. 노는 시간은 악마의 작업장으로 난 늘 무언가에 신경을 집중하는 것을 좋아한다. 난 곧 환경보호를 위해 33명의 미술가들이 제공한 작품들을 크리스티에서 경매에 부칠 예정이다. 거기서 얻은 돈은 산호초와 밀림을 보호하는데 쓰일 것이다. 쉴 때는 남들과 같은 일을 한다. 영화를 보러 가고 여행하고 그리고 음악을 듣는다. 그러나 요리는 좋아하지 않는다.
*당신이 만난 사람들 중에 누가 가장 카리스마가 있었는가.
-많은 예술가들과 영화인들이다. 스코르세지와 타란티노와 바즈 같은 사람들이다. 그들은 모두 자기 삶의 방향을 선택한 사람들로 자신의 상상대로 자기 운명을 창조한 사람들이다. 어떤 때 보면 그들은 마치 아이들과도 같다.
*바즈와의 관계처럼 당신은 오랜 인간관계를 지키는가.
-새 친구도 사귀긴 하지만 난 함께 자라고 또 학교시절 때 사귄 친구들과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신뢰문제라고 생각한다. 그들은 나의 가족이나 마찬가지다. 토비가 그 좋은 경우다. 우린 함께 자라면서 서로 영화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것을 지켜봤는데 그는 늘 나의 삶의 한 부분이었다.
*파티를 자주 여는가.
-몇 차례의 생일파티 외엔 열어본 적이 없다. 그런 것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옷장에는 어떤 옷들이 있는가.
-대부분 검거나 회색 또는 푸른 옷들이다. 난 다채로운 색깔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 분홍 옷은 없다. 셔츠는 많지 않지만 재킷은 많다. 그러나 굉장히 많은 편은 아니다. 난 재킷에 이상하게 집념하는 스타일이다. 그리고 난 어지럽게 늘어놓는 스타일이지만 옷장은 단정하다. 다른 사람이 해주는 것이긴 하지만.
*데이지 역의 캐리 멀리간에 대해 얘기해 달라.
-우리는 데이지의 복잡한 내면을 잘 소화해 낼 수 있는 배우가 필요했다. 데이지는 혐오스런 인간인 동시에 젊음의 순수와 천사 같은 이상주의의 소유자다. 따라서 스크린에서 이렇게 자신을 변신시킬 줄 아는 배우가 필요했다. 캐리는 자연스런 연기자일 뿐 아니라 다양한 데이지의 내면을 표현해 낼 수 있는 지능을 지닌 사람이다. 캐리는 나와 바즈 앞에서 오디션을 했는데 우린 즉각 캐리 외엔 그 누구도 데이지 역을 해 낼 수 있는 사람이 없다고 동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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