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침내’ 초당적 ‘8인방’의 이민개혁안이 연방상원에 상정되었다. 지난 몇 달 민주·공화에서 각각 4명씩 8명의 상원의원들이 끊임없이 토의하고 맞서다 협상을 거듭하며 타협에 이른 노력의 산물이다. 2007년 고(故) 에드워드 케네디 의원이 주도한 마지막 초당적 이민법안이 상원에서 폐기된 후 6년 만에 처음으로 포괄적 이민개혁의 실현 가능성이 눈앞에 다가온 것이다.
복잡하기로 악명 높은 미국의 세법보다 더 복잡한 이민법의 전면 개혁안답게 ‘2013년 국경 보안, 경제 기회 및 이민현대화 법안’이라는 긴 이름이 붙여진 상원안은 844페이지에 달하는 방대한 규모다. 기능마비 상태인 현행 이민제도를 바로잡는 한편 미래 이민정책의 새로운 방향도 제시하면서 국경 강화에서부터 비자쿼터 재조정에 이르기까지 이민의 모든 것을 총망라했다.
핵심은 1,100만명의 기존 불법체류자에 대한 신분합법화다. 뉴욕타임스의 표현대로 이번 상원안의 ‘심장이요, 영혼’이다. 민주당이 어떤 경우에도 양보할 수 없다고 선언한 부분이며 지난 몇 년 공화당이 ‘위법자를 포상하는 사면’으로 규정하며 이민개혁 추진조차 거부해온 절대적 명분이었기도 하다. 앞으로 가열될 의회논쟁에서도 강경보수파들이 끝까지 물고 늘어질 이슈가 될 것이다.
‘사면’이라는 아우성에 밀려 개혁안이 좌절되었던 2007년과 지금은 정치적 환경부터 완연히 달라졌다. 라티노 표밭의 위력을 실감한 공화당에게 이민개혁은 정치적 지상명령이 되었는데 1,100만명의 신분합법화를 제외한 이민개혁은 무의미할 뿐 아니라 불가능한 것이 현실이다. 싫든 좋든 ‘사면’을 포용하지 않을 수 없다.
‘사면’이라는 어휘가 정치적으로 너무 자극적이긴 하지만 공화당의 우려와 의구심에 일리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1986년 이민개혁법이 그 근거다. 불체자에 대한 사면이 대거 실시된데 비해 추가 발생을 막을 단속집행엔 소홀했다. 그 결과로 당시 300만 명이었던 불체자 수는 20년 만에 1,100만 명으로 불어났다.
이번 상원안이 국경경비를 대폭 강화하며 불법이민 근절 위한 단속 시행을 불체자 시민권 취득의 선행 조건으로 못 박은 것은 이런 의구심을 잠재우기 위한 해답인 셈이다. 솔직히 국경 보안 조항들은 실용적 정책이라기보다는 정치적 명분이라는 인상이 짙다. 전체 고용주에 대한 종업원 전자 신분확인제 도입에서부터 밀입국자 체포율 90% 달성에 이르기까지 선행조건들은 까다롭고, 이 재정난의 시대에 수십억 달러를 더 쏟아 부을 국경강화 조항엔 장벽 추가설치 등 비효율적인 낭비성 측면도 적지 않다. 그래도 국경강화 없이는 공화당과 타협이 불가능하니 포괄적 이민개혁 실현의 대가로 삼자는 것이 민주당의 입장이다.
이번 개혁안 성사로 공화당이 기대하는 실용적 혜택이 이민표밭과의 관계개선과 초청노동자 초청프로 신설에 의한 친공화당 기업의 합법적 노동력 공급 등 단기적인 것이라면, 민주당의 목표는 보다 장기적인 혜택이다. 물론 오바마의 공약 이행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13년 후 수백만 새 시민권자가 탄생하면서 이어질 친민주당 표밭의 확대를 꿈꾸는 것이다.
아직은 요원한 꿈이고 불체자들의 시민권 로드맵은 멀고 험한 여정을 예고하고 있다. 게다가 상원안은 앞으로 법사위와 본회의 심의와 표결, 하원안과의 절충 등 입법과정을 거치면서 보강과 개선, 약화와 개악 등 갖가지 변경이 가해질 것이다.
친이민단체와 반이민단체, 노조와 기업, 서비스산업과 하이텍 산업…관계된 모든 그룹의 이해가 상충되면서 워싱턴의 로비도 뜨겁게 달아오를 것이다. 이미 엊그제 법안 공개와 함께 보수진영은 너무 느슨하다고, 진보진영은 너무 가혹하다고 비판과 불평이 나오기 시작했다. 모두의 주장엔 각기의 사정이 있고 일리도 있다. 그러나 이번 상원안은 어렵게 성사된 ‘타협안’이다. 타협에는 어느 누구도 100% 만족시키는 완벽이 있을 수 없다.
법안이 공개된 다음날 LA타임스와 인터뷰한 한 불체자는 희망이 생긴 내일에 대해 고마워했다 : “떳떳하게 일할 수만 있다면 13년쯤 난 기꺼이 기다릴 수 있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합법적 거주 신분으로 운전면허도 받고, 추방 공포에서도 해방되는 양지에서의 밝은 삶에 대한 기대로 그는 설레는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가장 반가운 조항 중 하나는 드림법안이다. 지금까지 추진되었던 드림법안 중 최선의 버전이다. 임시신분 취득 5년 후엔 영주권을 신청할 수 있고 영주권을 받으면 시민권도 즉시 신청할 수 있게 된다. 무엇보다 지금까지 30세 미만으로 규정했던 연령제한이 없어졌다. 16세 미만에 입국했다면 35세건, 40세건 드림법안 수혜대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그늘에서 숨죽였던 젊은 그들이 어깨 펴고 당당히 살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이번 상원안은 지지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팽팽하게 양극화된 워싱턴에서 초당적 법안이 마련되었다는 그 자체가 우선은 이민개혁을 향한 바람직한 첫 걸음으로 축하해도 좋을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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