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부·고부갈등·스트레스 원인 억눌린 분노가 신체 증상으로 우울증·불안증 등 복합적 표출
▶ 마음의 병 심해지면 면역체계 깨져
한국인에 유독 많은 화 병
“가슴이 답답한 게 꽉 막힌 것 같아요”“속에서 불이 나요”“머리도 아프고 속도 아프고…”바로‘화병’을 호소하는 증상들이다. 화병은 한글 발음 그대로‘Hwa-byung’으로 미 정신의학회(American PsychiatricAssociation)가 1995년 정신질환 진단 통계편람(DSM-IV)에서 한 사람들의 특별한 문화관련 증후군(culture bound
syndrome)으로 소개한 바 있다. 여천기 정신과 전문의는“한국 사람에게 많은데 특징은 머리가 아프다든지, 가슴이 답답하고 막혔다든지, 소화가 안 되고 속이 불편한 위장증세 등 신체적 증상이 나타난다”며“분노증후군과도 연계돼 있는
데, 일반적인‘화병’의 의미는 말 그대로 화가 나서, 화가 쌓여서 병이 됐다고 말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화병은
네이버 국어사전에 따르면 화병은 ‘울화병’과 같은 말로 한의학에서 ‘억울한 마음을 삭이지 못해 간의 생리기능에장애가 와서 머리와 옆구리가 아프고 가슴이 답답하면서잠을 잘 자지 못하는 병’을 뜻한다. 또한 억압된 분노가‘ 화’로 표현되기도 한다. 우울증이나 불안증처럼 증상이 나타나는데, 화라든지 분노를 억누르고 쌓아 신체적인 증상이 나타난다.
여 전문의는“ 화병의 증세를 가만히 분석해 보면 일반적으로 우울증, 불안증 두 가지로 보는데, 다만 화병에는 정신병적인 것, 심한 왜곡이라든지, 과대망상은 없다”며“ 물론불안하거나 우울하면 위장증상이 함께 나타날 수는 있는데,백인이나 히스패닉 등 타인종이나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청소년 혹은 젊은 사람들이 우울증이 있는 경우‘ 위 있는 부위가 막혔다‘’ 속에서 불이 난다’는 등의 막연한 위장증세로표현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화병을 표현할 때 환자는 막연한 위장증세를 호소한다.가슴이 답답하고, 속이 아프다든지, 속이 타는 것 같다든지,입맛이 없고, 소화도 잘 안 된다고 설명한다. 위장약을 먹어도 소화문제가 잘 해결되지 않는다. 우울하고, 불안하며, 참
다가 화도 나고, 가슴이 답답하거나 막 뛰는 것 같은증상이나 몸 여기저기가 아프다고 말한다.여 전문의는 “요즘에는 ‘우울증’에 대한말을 많이 하지만 예전에 한국에서는‘슬프다’거나 ‘우울하다’는 표현이 약해 기분(mood) 문제보다는 신체적아픈 증상으로 표현된 것으로도해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인들의 전통적인 ‘우울증’에 대한 표현이 다를 수 있다는것. 환자가 괴롭다는 표현을 단순히 ‘마음이 아프다’보다는 몸의 어디가 아프다는 것으로 표현해 왔다는 것이다. 또 실제로도 머리가 아프거나, 위가 아프거나, 다리가 아프다든지신체적 증상이 함께 나타난다.
또 여 전문의는 “책에는 없지만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stress disorder, PTSD)와도 연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6.25 같은전쟁을 다양한 계층이 함께 겪은것이라든지, 전통적인 고된 시집살이는정신적인 트라우마, 정신적인 충격으로도 볼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의 경우 갱년기와 구별해야
화병은 중년 나이, 폐경기 여성으로 사회적 경제적 낮은계층의 여성들에게 자주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다.여성에게 많지만 최근에는 한인 남성에게서도 많고, 젊은나이에도 자주 나타난다.
여성의 경우 우울하다든지, 잠을 잘 못 자거나 소화불량,안면홍조 등 갱년기와 혼동되는 부분이 있다. 여 전문의는“이미 화병 증세가 있었지만 여성 갱년기가 되면서 인체반응 감수성이 더 커져 증상을 더 심하게 느낄 수도 있다”고설명했다.
원인은 다양하다. 부부 갈등, 고부 간의 갈등, 자녀 문제,가족 간의 불화, 경제적 문제, 스트레스, 사회적 문제 등 여러 가지를 들 수 있다. 특히 핵가족화 되면서 부부 간의 문제가 가장 커졌다. 또한 미국에 있는 한인들의 경우 미국생활에 잘 적응하지 못해 마음의 병을 얻기도 한다.
화병, 즉 마음의 병이 심해지면 면역체계에도 영향이 갈수 있다. 또 우울증이나 화병이 장기간 계속되면 뇌 세포를약하게 한다는 연구결과도 나온 바 있다.
#어떻게 하면 화병을 다스릴 수 있을까
우울증이나 불안증 치료처럼 화병도 약물치료가 적용될 수 있다. 항우울제가 쓰이는데, 비교적 최근 나온 항우울제로는 ‘바이이브리드’(Viibryd)가 있다.
여 전문의는 “자신에게 잘 듣는 항우울제를 찾았다면 적어도 1년은 복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많은 우울증 환자들은 1년 이상 먹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환자들은 대개 1년 정도 먹거나 그 이전에 약 복용을 중단하는데, 그런 경우 증세도 남고, 치료가 다 되지 않은 상황이라 환자가 괴로울 수 있다”고 조언했다.
가슴이 불안하고 심장이 뛴다든지 하는 불안증의 경우 신경안정제가 처방되기도 하지만 항우울제가 더 추천된다. 여 전문의는 “항우울제가 습관성이 덜 하기 때문이며, 신경안정제는 습관성이 될 수 있고, 환자에 따라 남용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특히 노인들이 경우 신경안정제를 복용하는 경우가 많다. 여 전문의는 “나이가 들면 미래에 대한 걱정, 자녀에 대한 걱정 등 더 걱정이 많다. 또 활동도 적어지기 때문에 발산할 게 없는 것도 문제”라며 “활동을 만들고, 모임에 자주 참여하며, 봉사나 종교를 갖는 것도 마음을 다스리는데 도움된다”고 말했다.
마음을 다스리려면 약물치료가 필요한 경우 약물치료를 해야 하지만 또 중요한 것은 몸을 움직이는 것이다. 운동을 하면 정신건강에 가장 좋다. 여 전문의는 “운동을 하거나 몸을 움직이면 뇌를 움직이게 된다. 또 과로하지 않는 선에서 무슨 일이든 하는 것이 좋고, 또 남을 도와주는 일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남을 돕다 보면 도덕적이나 시간적으로도 좋지만 남의 문제를 보면서 내 문제가 적어 보이는 효과를 얻을 수도 있기 때문.
음악치료, 그림치료, 웃음치료, 상담, 명상, 종교, 취미생활 등도 마음을 다스리는데 도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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