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오는 13일 뮤지엄 내 코트야드 `패밀리 페스티벌’서 웍샵
▶ 종이문화재단 LA회원들 한국적인 정서 가득한 독특한 전통미학을 소개
어린 시절에 종이비행기나 돛단배 한번 접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사내아이들은 종이를 접어 딱지치기 하며 놀았고, 여자 아이들은 종이학을 접으며 소원을 빌곤 했으니, 종이접기는 한국인 유년의 감성을 접었다 폈다 하며 동심의 골을 새긴 민족의 놀이였다.
생각해보면 종이는 한민족과 유난히 가까운 질료다. 서양인들이 캔버스에 그림을 그릴 때 우리는 한지에 그림을 그렸고, 창에 유리를 끼울 때 우리는 창호지를 발랐으며, 반짓고리 같은 일상용품은 물론이고 반다지나 가구에도 알록달록한 종이를 붙여 사용했다. 그러니 종이접기만큼 우리 민족의 문화와 정서를 쉽게 표현할 수 있는 공예도 없을 것이다. 그리고 바로 그 때문에 게티 센터의 패밀리 페스티벌에 종이접기 웍샵이 초청된 것이다.
“‘한복을 입은 남자’가 쓰고 있는 사방관을 종이로 만들어 보려고 합니다. 사방관은 너무 간단해서 이층 정자관으로 변형시킨 사방관을 만들 계획이지요. 또 우리 전통문양인 딱지를 접어서 셀폰걸이나 액세서리로 만들면서 노리개에 대해 가르쳐주려고 합니다. 어린이들이 많이 올 것을 예상해서 프로펠러와 컵 놀이도 준비했어요”
이날 웍샵을 진행하는 종이문화재단 LA연합회의 조민정 회장과 회원들(앤지 문, 서부연, 이수진, 조영옥, 박조자)은 행사장에 3개 부스(정자관, 컵과 프로펠러, 노리개)를 차려놓고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하루 종일 종이접기를 가르쳐줄 예정이다. 각 부스마다 600명까지 수용할 수 있는 재료를 준비하는 등 한국의 종이접기를 알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색종이는 누구나 좋아하기 때문에 언어가 달라도 접는 법을 가르쳐주면 금방 따라하고 친숙해져요. 이번 기회에 일본의 문화로 알려져 있는 종이접기가 실은 한국서 더 오래전에 시작된 문화라는 사실을 확실히 알리고 싶습니다”
조민정 회장은 “담징이 일본에 종이를 전하기 전인 600년경부터 한국인이 종이를 사용했다는 기록과 생활 속에서 놀이와 교육으로 발전돼온 역사를 간단하게 소개하면서 웍샵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말하고 “게티 센터에서 한국문화를 소개하는 전시회와 페스티벌을 열어준다는 사실이 너무 기쁘고, 이 행사에 참여해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 종이접기를 가르쳐줄 수 있게 돼 너무 흥분된다”고 덧붙였다.
종이접기는 한국서 25년전 협회가 만들어져 종이문화재단으로 발전했으며, LA지부는 2003년 설립돼 올해로 10년째 활동하고 있다. 아이들로부터 83세 노인까지 20여명의 회원들이 정기적으로 모이고 있으며, 자격증을 취득해 어린이학교, 한국학교, 노인센터 등지에서 강사로 활동하는 회원은 100여명에 이른다.
한국서는 수십만명이 종이접기를 즐기고 있고 특별히 유아교육용으로 또는 병원이나 소년원, 치매노인들을 위한 프로그램에서 활용도가 높다고 전한 LA종이문화교육원의 앤지 문 원장은 “종이접기는 치유의 효과가 있다”며 “자폐 등 장애나 문제를 가진 아이들이 종이접기를 하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보면 우리 자신도 놀라게 된다”고 말했다.
또한 “기하학적인 놀이여서 어린이 영재종이접기가 인기를 끌고 있고, 고교 영재반에서도 폭넓게 이용된다”고 자랑한 종이문화재단 회원들은 “미주한인들도 언어차이로 손주들과 대화 못하는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종이접기를 함께 하며 관계를 쌓기도 하고, 금방 이민 와 학교에서 적응 못 하는 아이들이 종이접기로 친구를 만들기도 하며, 자격증을 딴 청소년들은 자원봉사활동 경력이 대입원서에 좋은 액티비티로 기록될 수 있다”고 수많은 장점을 열거했다.
종이접기 문의 (323)583-6020(조민정), (213)388-4280(앤지 문)
게티센터 `종이접기 웍샵’ 한국 전통음악·무용 함께
본보 특별후원으로 루벤스의 ‘한복을 입은 남자’ 특별전을 열고 있는 게티 센터는 오는 13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뮤지엄 내 야외 코트야드에서 하루종일 한국의 전통문화를 소개하는 패밀리 페스티벌을 개최한다. 이 페스티벌에는 김동석 교수의 한국음악공연단과 김응화 무용단, 임관규 무용단 등이 참가해 전통음악과 무용을 보여주고, 종이접기 웍샵도 개최돼 자녀들과 함께 한국문화에 흠뻑 빠져볼 수 있는 특별한 축제가 될 전망이다.
또한 전시회에 관한 설명을 큐레이터로부터 직접 들으며 관람할 수 있는 ‘큐레이터의 갤러리 토크’가 세차례 예정돼있다. 4월9일과 5월22일 오후 2시30분에는 전시기획에 참여한 한인 연구원 제시 박(Jessie Park)씨가 한국어로 전시를 안내하고, 4월16일 오후 2시30분에는 스테파니 슈레이더(Stephanie Schrader) 큐레이터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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