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송번수 화백 ‘절망과 가능성’ 주제 첫 미국 개인전
“인간은 누구나 가시를 품고 있습니다. 가시는 찌르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지만 거기서 튀어나오는 에너지는 절망을 희망으로 바꿀 수 있지요. 내 작업을 보는 사람들이 자신의 가시를 만나보고 가시의 이면에서 뚫고 나오는 희망의 메시지를 찾게 되기를 바랍니다”‘가시’ 작업과 태피스트리 미술로 유명한 송번수(70) 화백의 초대전이 3월16일부터 4월20일까지 베벌리힐스의 가부시안 갤러리(Garboushian Gallery)에서 열린다.‘절망과 가능성’이란 제목의 이 전시회는 작가가 미국서 처음 갖는 개인전으로, 찌를 듯이 생생한 가시들을 통해 고난과 고통을 승화시키며 끝없는 구도의 길로 나가는 원로 예술가의 작업을 보여준다.
태피스트리·종이부조 등
‘가시’접목한 작품 세계
송번수 화백은 회화, 판화, 직조미술(tapestry), 설치예술 등 다양한 주제와 미디엄을 사용하는 전방위 예술가로, 1980년대 초 국내 최초로 태피스트리를 도입한 섬유예술의 선구자로 꼽힌다.
또한 여러 공공시설에 환경미술설치작업을 맡아 삼성병원, LG강남타워, KTX 용산역, 플라자호텔 등지에 그의 대형작품들이 설치돼있으며, 태피스트리 작품 ‘가시면류관’은 한국 가톨릭성당으로는 처음으로 능평성당의 본당 십자가 자리에 걸려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원래 장미꽃 작업으로 유명했으나 1977년 이후 장미에서 꽃을 빼고 가시만 남긴 그는 종이부조작업과 태피스트리 작업으로 줄곧 가시를 표현해왔다. 인간의 원죄와 십자가의 희생, 고통과 구원, 삶과 죽음의 운명 등 다분히 종교적인 주제를 안고 있으면서도 “작가란 본질적으로 시대의 기록자요 감시자”라고 말하는 송 화백은 “지난 40여년 군사문제, 기아문제, 질병과 공해의 문제 등 시대상황을 반영한 주제로 일관해왔다”면서 “그림을 통해 시대의 폭력에 저항하는 한편 고통스런 대부분의 빈자들의 편에 서서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태피스트리는 염색된 실을 날실과 씨실을 한올 한올 짜올리는 고도의 감각과 기술이 요구되는 직조미술로, 큰 작품은 완성에 6~7개월이 걸린다고 한다. 파리 유학시절 친구의 권유로 태피스트리 미술관에 가본 것이 계기가 돼 시작했다는 송 화백은 “처음 보는 순간 완전히 압도됐고 충격이 너무 커서 그동안 하던거 다 때려치우고 빠져들었다”고 전한다. 파리에서 공부한 후 한국에 돌아온 그는 한국서는 전혀 모르는 분야였기 때문에 기계를 직접 만들어 작업을 시작했고 홍대미대 섬유미술과를 통해 제자들을 양성, 한국 섬유예술분야의 전문가들로 키워냈다.
종이부조 역시 수행과 구도의 과정같은 작업을 통해 창조된다. 나무판에 가시와 줄기를 깊이 파내고 그 위에 천연닥지 13장을 한 장 한 장 가시에 파고들도록 때려가면서 붙인다. 그 위에 거즈를 붙이고 다시 종이 5장을 배접한 다음 완전히 말려서 떼내고, 그걸 뒤집으면 세밀한 엠보싱이 돌출된 부조그림이 되는 것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태피스트리 1점과 종이부조작품 20점, 인스톨레이션 1점을 보여준다. 이 전시가 끝나면 5월25일부터 3년동안 북미 8개 도시를 도는 국제 태피스트리 순회전에 참가한다. 16개국 작가 24명의 작품이 소개되는 국제전으로 송 작가는 한국대표로 참가한다.
홍익대 미대와 미술대학원을 졸업하고 파리 국립미술학교에서 수학했으며 홍익 미대교수로 30여년 재직하고 대전시립미술관장을 지낸 송번수 화백은 한국과 일본, 중국, 유럽, 남미의 여러나라에서 셀 수 없이 많은 그룹전과 개인전을 가졌으며, 제1회 한국판화전 최고상(1968), 제2회 서울 국제판화비엔날레 대상(1972), 국제 태피스트리 비엔날레 영예대상(2002) 등 수많은 상을 받았고, 2001년 헝가리 개국 1,000년 기념 국제 태피스트리공모전 최고상을 수상했다.
그의 작품은 일민미술관, 판문점 평화의집, 서울시립미술관, 성곡미술관, 대전시립미술관, 제네바 한국UN본부, 연합철강본사, 헝가리부다페스트 국립미술관을 비롯한 세계각국에 소장돼있다.
2008년 은퇴한 그는 미국에도 제자가 많다며 이번 전시회를 통해 반가운 얼굴들을 만나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오프닝 리셉션은 16일 오후 6~8시.
Garboushian Gallery 427 N. Camden Dr. Beverly Hills, CA 90210
(310)274-5205
www.garboushian.com
<정숙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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