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웰빙시대를 사는 현대인이 거의 맹목적으로 추구하는 지상목표다.
죽어라 일하면 성공은 하겠지만 행복은 장담 못해
느끼고 싶은대로 행동, 꼭 해야할 일 하는게 바람직
몸에 맞는 옷 제각기 다르듯 행복에도 정답은 없어
인간은 행복을 추구하는 동물이다. 그러나 인류 역사에서 행복 추구는 비교적 새로운 개념이다. 하루하루의 생존에 목숨을 걸어야 했던 우리의 까마득한 선조들은 삶의 만족도 따위에 신경을 쓸 겨를이 없었다. 그저 배곯지 않으면 그것으로 족했다. 아마도 그들에게 행복이란 등 따습고 배부른 상태였는지 모른다. 하지만 세상이 달라졌다. 지난 20~30년간 과학자들과 작가들은 행복과 웰빙에 관한 각종 이론을 쏟아놓았다. 행복이라는 지상목표에 도달하기 위해 반드시 챙기고 확인해야 할 체크리스트도 봇물을 이루었다.
작가인 그레첸 루빈도 도대체 행복이란 어떻게 얻을 수 있는 것인지 골똘히 연구했지만, 서점에 널린 관련 서적을 뒤지는 대신 스스로 이 문제를 다룬 베스트셀러를 써냈다. 2009년 12월 발간돼 대박을 터뜨린 ‘행복 프로젝트’(Happiness Project)가 그것이다.
두 딸을 둔 그녀의 ‘행복 레서피’는 간단명료한 게 특징이다. 예컨대 “내가 느끼고 싶은 방식으로 행동하라”라든지 “꼭 해야만 되는 일을 하라”는 식이다. 남의 시선에 초점을 맞춘 행동, 혹은 쓸데없이 벌려 놓은 일은 스트레스를 가져오게 마련이다. 스트레스는 행복의 저격수다.
지난해 9월에 나온 그녀의 또 다른 책 ‘집에서 더 행복해지기’(Happier at Home)도 베스트셀러 명단에 올랐다.
루빈은 독자들로부터 “내가 왜 진작 그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라는 반응을 끌어내는데 주안점을 둔다. 그녀의 지론 가운데 하나는 “모양새 있게 배열된 것은 그것이 무엇이건 더 좋아 보인다”이다. “보기 좋은 떡이 맛도 좋다”는 속담과 일맥상통하는 내용이다.
루빈의 표현을 빌리자면 “외면의 정돈이 내면의 고요를 가져 온다.” 그녀는 또 “순간의 즐거움을 당연하게 여기지 말라”고 충고한다.
서로 엉클어진 채 자라는 야생 양귀비꽃 군락이라든지 딸아이가 스케치북에 꼼꼼하게 그려 놓은 꽃을 대수롭지 않게 스쳐 지나는 사람은 설사 ‘행복 백화점’에 데려다 놓는다 해도 제대로 된 샤핑을 하지 못한다. 주변의 아주 사소한 것들에서 즐거움을 얻는 사람이 남들보다 행복한 것은 당연한 이치다.
루빈은 망가지지 않은 것을 고치려들지 말라고 말한다. 멀쩡한 걸 고치고 싶다면 왜 그래야 하는지 스스로에게 되물어볼 것을 권한다. ‘긁어 부스럼’을 만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하는 얘기다.
행복은 생각의 틀을 바꾸는 데서도 얻을 수 있다. 예컨대 자신이 요구했던 것과 다른 생일 선물을 받았다고 해서 속상해 하는 건 부질없는 짓이다. 선물을 준 사람의 생각을 헤아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긍정적 자세가 엔돌핀 분비를 촉진한다.
우리 주변에는 행복을 뿜어내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더러 있다. 수잔 페니거도 그 중 한명이다.
그렇다고 잘 나가는 음식점인 ‘스트릿’의 셰프 겸 주인장인 그녀에게 운수 나쁜 날이 전혀 없었던 건 아니다. 그녀도 남들만큼 어려운 일을 당했다. 다만 고통 속에 마냥 주저앉아 있으려 들지 않았다는 점이 다를 뿐이다.
“사업에 실패해 여러 번 식당 문을 닫았다”는 그녀는 “그때마다 실망감과 좌절감을 털어내고 내 삶의 다음 단계로 넘어갔다”고 회고했다.
그대로 주저앉느냐, 툭툭 털고 일어서느냐에 따라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도 될 수 있고 ‘좌절의 아버지’도 될 수 있다. 희망을 놓으면 행복감도 사라진다.
그녀는 반쯤 찬 술잔을 보며 “아직도 술이 반이나 남았다”고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유형에 속한다. 두 말할 나위 없이 긍정적 사고는 행복의 원천이다.
한 번은 주문을 잘못 내는 바람에 페니거의 식당으로 용도가 극히 제한된 2인치 길이의 파스타가 처리 곤란할 정도로 많이 배달된 적이 있었다.
열이 뻗쳤을 법도 한데 그녀는 전혀 불평을 늘어놓지 않았다. 그 대신 이걸 이용해 색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는 없는지 궁리했다.
거기서 탄생한 것이 리가토니에 닭고기와 펜넬 무스를 곁들인 명품 디저트였다. 지난 10여년간 그녀의 식당에서 가장 잘 나가는 최고의 전채(애피타이저)로 자리매김한 리가토니는 페니거가 실수를 긍정적 사고로 반죽해 빚어낸 걸작이다.
물론 운이 좋았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페니거는 ‘운’을 창조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하루에 13시간의 중노동이지만, 그녀는 자신의 일을 사랑한다.
행복을 가꾸기 위해 페니거는 없는 시간을 쪼개 자원봉사에 나선다. 이제까지 나온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회적 커넥션은 전체적인 웰빙에 기여한다.
페니거는 LA 게이 & 레즈비언 센터와 강피증연구재단의 이사로 활동한다. 강피증은 피부가 굳어지는 질환이다. 그녀는 기금 모금, 식료품 기증, 에이즈 경각심 고취 등을 위해 분주하게 움직인다. 하루 24시간이 턱없이 모자라게 느껴진다.
그러나 그만큼 보람이 크다.
페니거는 “자원봉사 활동은 기분을 좋게 만들어준다”며 “나보다 불운한 사람들을 돕기 위해 무언가 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가슴 뿌듯한 느낌을 준다”고 말했다.
물론 열심히 일하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다. 노력하면 성공하는데 도움이 되겠지만 행복감을 끌어올리기에는 충분치 않다.
예일대의 심리학 부교수인 준 그루버는 행복해지기 위해 죽자고 노력하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뿐이라고 강조한다.
국립과학재단(NSF)의 연구결과 사람은 하루 평균 1만2,000건의 사고를 처리한다. 그러나 생각이 많은 날에는 처리건수가 5만에서 6만건으로 늘어난다.
그루버는 사람들이 행복해지기 힘든 이유는 부정적 사고에 매달리는 경향 때문이라고 말한다.
풀리지 않는 고민은 곱씹을수록 써진다. 답이 나올 수 없는 문제를 붙잡고 씨름을 하다보면 행복지수가 급강하 하는 것은 정한 이치다.
그루버는 고민과 이기지 못할 싸움을 벌일 것이 아니라 차라리 받아들이는 방법을 터득하는 편이 낫다고 강조한다.
불가에서는 부정적인 사고를 있는 그대로 인식하고, 판단을 배제하는 접근법을 취한다. 그루버는 이런 접근법이 스트레스에 대한 탄성을 붙여주고 부정적이며 파괴적인 감정을 줄여주는데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행복을 얻으려고 발버둥 치다 보면 우리의 모자람이 과장되게 부풀려지고 그로 인해 우울한 마음이 증폭되는 역효과를 내게 된다는 게 그루버의 주장이다.
그렇다면 행복을 잡는 비결은 도대체 무엇이라는 건가?
행복이란 몸에 맞는 옷과 같다. 모든 체형에 다 맞는 단 하나의 옷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쩌면 바로 그 때문에 모두가 다 행복해질 수 있다. 따로 정답이 존재하지 않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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