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서울의 한 중소기업에서 사무직으로 근무하던 이지훈(27ㆍ가명)씨는 빡빡 한 한국 직장생활에 지쳐 ‘기회의 땅’ 미국행을 결심하고 인터넷을 통해 LA 의 직장을 알아보다 한 부동산 업체와 연결이 됐다. 이 업체 간부와의 전화 면 담 끝에 영주권도 스폰서해 줄 수 있다는 말을 믿고 일단 방문비자로 지난달 초 미국 입국을 감행했다
경험만 믿고 오지만
신분문제 해결 안돼
비용·시간만 낭비
그러나 이씨를 기다리고 있는 것 은 체류신분은 알아서 해결해야 한 다는 업체 측의 말뿐이었고, 당장 취 업으로 체류신분을 바꿀 방법도 없 다는 걸 깨닫는 데는 그리 오래 걸 리지 않았다. 이씨는 “제대로 현실 파악 없이 업체 측의 말만 믿었던 게 잘못이었던 것 같다”며 항공비와 체류비만 날린 채 새해 첫 날 쓸쓸 히 한국으로 귀국해야 했다.
#2. 서울 강남의 미용업계에서 일 하던 정지희(30ㆍ가명)씨도 동경하던 미국생활을 위해 무조건 미국행을 택한 경우다. 정씨는 자신의 경험이 미국에서도 기회를 마련해 줄 것이 라고 믿고 2주전 일단 LA에 무비자 입국을 했다. 그러나 LA에서 신분문 제를 해결해 줄 일자리를 쉽게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정씨가 부 닥친 것은 구직도 쉽지 않을 뿐 아 니라 신분문제 해결은 아예 불가능 하다는 현실이었다. 정씨는“ 학생비 자라도 받기 위해 다시 한국으로 돌 아갔다 오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며 씁쓸해했다.
한국에서 경제 양극화와 청년 실 업문제가 심각한 상황이 지속되면서 이처럼 일자리를 찾기 위해 무비자 나 관광비자로 무작정 미국을 찾았 다가 좌절만 맛보는 한국의 20ㆍ30 대 젊은층이 늘고 있다.
이들은 막연한 기대감과 희망으 로 미국행을 결심하지만 정작 현지 정착에 성공하는 경우는 드물다. 특 히 사전에 현지 사정을 파악하지 않 고 무비자나 관광비자로 미국에 입 국했다가 체류신분 해결이 어려워 비용과 시간만 낭비한 채 한국으로 귀국하거나 불법체류 신분으로 전락 하는 부작용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의 유명 대학 학부와 석사까 지 졸업한 김혜은(29ㆍ가명)씨는 무 작정 LA행을 택했다가 현재 한인타 운에서 3년째 어학원 학생비자로 머 물고 있는 경우다. 김씨는 학생비자 를 유지하면서 구직 기회를 찾고 있 지만 너무 어렵다며“ 요즘은 취업비 자 소지자가 가장 부럽다”고 한숨을 쉬었다.
이처럼 한국 젊은이들의 상당수 는 무작정 미국행에 나서는 이유로 잦은 야근과 술 문화 등 한국 특유 의 사회생활 스트레스와 미국생활 의 여유에 대한 동경을 꼽고 있다. 한국에서 직장에 다니다 LA에 와 식당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김성훈(35·가명)씨는 “정해진 시간 에만 일을 하고 개인을 존중하는 분 위기에 만족한다”며 “신분 불안을 해결하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말 했다.
그러나 이민전문 변호사들은 한국 젊은이의 묻지마 식 미국행 구직활동 은 위험부담이 크다고 지적하고 있다. 미국행을 결심하는 이들은 사전에‘ 체 류신분 해결 중요성과 현지 사정’을 제 대로 파악해야 한다.
특히 미국 내 한인업체가 무비자나 방문비자로 우선 입국한 뒤 신분문제 를 해결하자고 제안할 경우 무조건 믿 지 말고 미리 계약서라도 작성하는 것 이 중요하다.
크리스틴 이 변호사는 “취업비자 나 영주권을 수속하기 위해서는 구 직에 성공해야 하지만 미국 경기침 체와 높은 실업률로 쉽지 않은 상황” 이라며 “한국에서 체류신분을 해결 하고 오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고 조 언했다.
이 변호사는 이어“ 무비자나 방문비 자로 미국에 왔을 경우 현지 사정을 파악하고 아니다 싶을 때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이 좋다”고 덧붙였다.
<김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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