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시한부 인생을 사는 불치병 말기의 노인 환자들은 너싱홈에 입주할 것인지 아니면 집에서 호스피스 케어를 받을 것인지 선택을 강요 당하는 경우가 많다.
퇴원 후 3분의1은 메디케어 커버되는 너싱홈에
호스피스는 가족 중 누군가 지켜야 하는 부담
둘 모두 받고 싶어도 너싱홈 입주비 큰 걱정
여기 나이 지긋한 한 여성을 떠올려 보자. 80줄로 접어든 그녀는 불치병으로 시한부 인생을 살고 있다. 이제 그녀에게 허용된 시간은 6개월 안쪽이다.
하지만 불치병 말기라고 해서 마냥 병원에 머물러 있을 수는 없다. 병원에서 달리 받아야 할 치료가 없으면 일단 퇴원을 해야 한다. 죽어가는 마당에도 보험 커버리지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몇 개월 뒤면 임종을 맞게 되는 이 환자는 퇴원 후 어디로 가야할까.
UC샌프란시스코가 최근 발표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이런 처지에 놓인 환자들의 거의 3분의 1이 너싱홈을 택한다. 무엇보다 메디케어 보험의 적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불치병 말기 환자는 메디케어의 숙련 간호시설(SNF) 베니핏 조항에 따라 보험 혜택을 받아가며 너싱홈에서 생애의 마지막 몇 달을 보낼 수 있다. 그러나 너싱홈이 임종간호(end-oflife care)를 받기에 가장 적합한 장소라고 말하기는 힘들다.
맥박, 호흡, 심장박동 등 이른바 활력 징후를 모니터하고 IV(정맥주사)를 놓아주는 등 24시간 숙련된 간호 서비스를 제공하는 SNF는 불치병 말기 환자들의 마지막 거처로 별 손색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생의 마지막 순간을 기다리는 환자에게는 활력징후 관찰보다 통증과 호흡곤란과 같은 임종 증상의 치료가 더욱 시급하고 절실하다.
SNF는 환자와 환자 가족에게 영적인 지지를 제공하거나 삶에서 죽음으
로 편안히 이동할 수 있도록 통증해소에 초점을 맞춘 이른바 완화치료를 제공하지 않는다.
만약 이런 의료 서비스를 받고 싶다면 임종간호인 호스피스 케어(hospice care)를 선택해야 한다.
죽음을 앞둔 환자와 환자 가족의 입장에서 보면 너싱홈보다는 아무래도 호스피스 케어 쪽이 낫다. 물론 호스피스 케어도 메디케어 보험 적용대상에 포함된다.
여기서 다시 가상의 인물인 80대 불치병 말기 환자와 그녀의 가족을 만나보자.
노인 환자의 최대 소망은 얼마 남지 않은 삶을 고통 없이 마감하는 것이다. 가족들도 마찬가지다. 이들의 의견은 자연스레 호스피스 케어를 받는 쪽으로 모아진다.
하지만 너싱홈과 호스피스 사이의 선택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결정에 앞서 고려해야 할 사항이 하나 둘이 아니다.
호스피스는 숙련된 전문 간호인이 환자의 거처를 방문하는 형식으로 이뤄진다. 따라서 가장 간단한 방법은 병원에서 퇴원한 환자가 집으로 돌아가 호스피스 케어를 받으며 임종을 준비하는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죽음을 눈앞에 둔 환자의 몸 상태가 하루 24시간 집중적인 간호와 주의를 필요로 한다는 점이다.
이는 호스피스 간호인이 없는 시간에 가족이 환자의 수발을 떠맡아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언제 임종의 순간을 맞을지 모르는 환자를 고통과 두려움 속에 홀로 방치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족 가운데 누군가가 늘 곁을 지켜주어야 한다.
노파의 장성한 자녀들은 난감해 한다. 맞벌이 가정이라 딸도 사위도 따로 시간을 내기 어렵다. 게다가 죽음을 앞둔 환자의 간호는 일반적인 병구완과는 다르다.
딸은 남편과 상의한 뒤 어머니를 너싱홈에 모시기로 결정한다. 너싱홈에서 호스피스 케어를 받게 해드리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는 판단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문제가 생긴다. 메디케어 보험의 적용을 받으려면 너싱홈과 호스피스 케어 가운데 하나만을 선택해야 한다.
둘 모두를 고집한다면 너싱홈 입주 비용을 자비로 감당해야 한다.
물론 어마어마한 액수다. 메디케어 SNF 혜택을 받지 못할 경우 하루 몇 백달러를 지불해야 한다.
입주기간을 6개월로 잡아도 족히 수만달러가 들어간다. 안타깝게도 딸 내외에게는 그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다. 재정적 뒷받침을 받지 못하니 더 이상 선택의 여지가 없다. 유일한 대안은 너싱홈 뿐이다.
노파는 내심 자신의 집에서 영면에 들기를 원하지만 빤한 사정에 우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노인들의 건강과 노후 문제를 집중적으로 연구하는 단체인 NHRS가 지난 1994년 불치병 환자 5,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이들 대부분이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집에서 최후를 맞고 싶어했다.
그러나 SNF를 이용한 전체의 30% 가운데 43%가 너싱홈에서, 40%가 병원에서 숨을 거두었다.
SNF 이용자들 중 집에서 눈을 감은 환자가 11%에 불과한 반면 이를 사용하지 않은 불치병 말기 환자들의 40%가 자신의 집에서 삶을 마쳤다.
전체 미국 노인 인구의 3분의 1이 말년을 보내는 너싱홈도 나름대로 임종간호를 제공하지만 가격과 대비할 때 질은 썩 좋은 편이 아니다.
그러나 매서추세츠 소재 로렌스 제너럴 하스피틀의 완화치료 전문가 캐더린 아라곤 박사는“ 엄격한 의미에서 너싱홈이란 재활에 중점을 두는 곳으로 노인 환자들이 기력을 회복해 가정으로 복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원래의 설립취지”라고 설명했다. 재활에 방점이 찍힌 집단 주거시설이라 임종을 기다리는 환자의 ‘마지막 안식처’로는 적합지 않다는 지적이다.
아라곤 박사를 비롯한 전문가들은 담당의사가 가족에게 환자의 예후에
대해 솔직하게 알려준다면 너싱홈 입주가 재활로 이어질 것인지, 아니면 그 곳이 생을 마감할 자리가 될 것인지 판단하는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환자에게 1~2개월 정도의 시간이 남았을 뿐이라면 가족의 선택 폭은 다소 넓어진다.
여전히 힘들긴 하겠지만 호스피스의 도움을 받아가며 가족들이 집에서 환자를 직접 돌보거나 아니면 다소 무리를 하더라도 돈을 융통해 노인 환자가 생애 마지막 1~2개월을 너싱홈에서 호스피스 케어를 받으며 편안하게 지내도록 조치할 수도 있다.
물론 둘 모두 그리 탐탁한 선택은 아니다. 떠나는 사람도, 보내는 사람도 부담스럽다.
UC샌프란시스코의 완화치료 전문가인 알렉산더 K. 스미스 박사는“ SNF 베니핏과 호스피스의 동시 사용을 금지하는 규정은 어떤 면에서건 환자와 가족의 이익과는 거리가 멀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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