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사다난했던 2012년이 저물어 가고 있다. 한해 동안 주택시장에서도 많은 일이 있었다. 연초 반신반의됐던 회복세가 한해를 거치며 확실시된 것은 올 한해의 가장 큰 결실이다. 가격 상승, 수요 증가, 거래량 증가 등이 회복세를 증명하고 있다. 가장 큰 이슈였던 대통령 선거도 마쳐 불확실성이 사라졌다. 오바마 대통령 재선으로 주택시장 미래는 일단 청신호로 받아들여진다. 의견이 분분했던 주택가격 바닥 시기가 올해라는 데 더 이상 이견을 제시할 일도 없게 됐다.‘2012년 주택시장’을 대표할 만한 주요 뉴스들을 되새겨 본다.
오바마 재선 성공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하면서 주택시장 정책의 큰 틀은 현행대로 유지될 것이 확실시된다. 가장 우려됐던 모기지 금리 상승이나 각종 주택시장 지원책의 즉각적인 중단 등은 없을 전망이다. 따라서 오바마 대통령의 주택 시장 살리기 정책 기조에 향후 4년간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집권 1기 초기에 많은 기대를 모았던 주택시장 지원 프로그램들은 대선을 앞둔 시기까지 큰 결실을 보이지 못해 비판이 많았다. 그러나 대선을 앞두고 주택가격 하락이 극적으로 멈추고 차압률도 감소하는 등 좋은 성적을 내자 ‘오바마표’ 주택시장 지원책에 대한 재평가가 긍정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그러나 고비율 ‘깡통 주택’ ‘깐깐한’ 대출 기준, 그림자 재고, 낮은 감정가 문제 등은 집권 2기에도 해결돼야 할 문제들로 남아 있다.
5대 은행 부실차압 보상안 합의
사상 초유의 사태인 부실차압 처리 사태에 대한 보상 합의안이 올해 2월 도출됐다. 뱅크 오브 아메리카, JP 모건 체이스, 시티그룹, 웰스파고, 앨라이 파이낸셜 등 5대 주요 은행은 부실차압 처리 책임에 따른 약 250억달러 규모의 보상안에 합의했다. 이중 약 200억달러는 차압위기에 처한 ‘깡통 주택’ 소유주들의 대출원금 삭감에 사용되고 나머지 50억달러는 정부기관을 통해 부실차압 처리 피해자들에게 보상금 형태로 직접 지급될 예정이다.
합의 4개월 후 은행들은 약 105억6,000만달러를 약 13만8,000명의 대출자들에게 보상했는데 약 870억달러는 숏세일 승인에 따른 원금 삭감에 사용됐고 약 7억5,000만달러는 융자 조정때 원금 삭감에 사용됐다.
모기지 금리 저공 행진
올 한해 모기지 금리가 과연 어디까지 떨어질 것인가가 관전 포인트였다. 시장의 기대대로 금리는 최저치를 수차례 갈아치우며 사상 유례없이 낮은 수준을 1년 내내 유지하고 있다. 올해초 3.95%(30년 고정)로 출발한 금리는 3월 한때 4.08%로 4%대를 돌파하며 상승이 우려됐다. 그러나 이후 지속적인 하락을 거듭하며 11월 넷째 주에는 급기야 3.31%로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가장 최근(12월20일 기준) 발표된 금리 역시 3.41%로 여전히 3.5%대 미만을 유지중이며 약 13주 연속 3.5%대를 밑돌고 있다.
그러나 내년부터는 금리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이 높다. 모기지은행업협회(MBA)는 모지기 금리가 내년 1분기 약 3.9%(30년 고정)로 상승한 뒤 연말에는 약 4.4%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연방준비제도(Fed)가 실업률이 뚜렷한 개선을 보일 때까지 모기지담보증권(MBS) 매입을 통해 유동성을 제공할 뜻을 내비춰 금리 상승 요인을 제거할 것으로도 기대된다.
주택 가격 바닥 확인
올해 주택가격이 바닥을 드러내고 오름세를 타기 시작했다는 소식은 가장 반가운 소식으로 여겨진다. 6년간 이어진 지루한 가격 하락세가 올 7월을 전후로 드디어 마침표를 찍고 반등함으로써 주택시장 분위기 반전을 주도하고 있다. 연방주택금융국(FHFA)의 20일 발표에 따르면 10월 주택가격은 전월 대비 약 0.5%, 전년 대비로는 약 5.6% 상승을 기록했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조사에 따르면 11월 중 매매된 주택의 중간가격은 약 18만600달러로 1년 전보다 무려 10%나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가격 산정에 신중한 입장인 S&P 케이스-실러 주택가격지수도 6개월 연속 상승하며 주택 가격 상승세를 뒷받침 중이다. 지수에 따르면 9월 중 전국 20대 주요 도시의 주택가격이 전달 대비 약 0.3%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20대 도시 중 17곳에서 전년 대비 주택가격이 상승했다. 지수는 8월 0.8% 상승에 이어 6개월 연속 오름세를 유지중으로 S&P는 주택시장이 완연한 회복세에 진입한 것으로 인정했다.
그림자 재고 감소
주택시장 회복의 걸림돌로 지적되온 ‘그림자 재고’가 올해 감소세로 돌아섰다. 주택시장 회복과 실업률 개선으로 최근 그림자 재고 물량이 2008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그림자 재고란 압류 진행중인 주택, 악성 연체 주택, 은행이 차압한 주택으로 아직 시장에 나오지 않은 주택이다. 주택 수요가 살아나고 정부의 각종 주택시장 지원책에 따라 모기지 연체 문제가 서서히 해결되면서 그림자 재고도 감소세다.
모기지은행업협회(MBA)의 15일 발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90일 이상 연체 모기지 또는 이미 압류 절차에 들어간 모기지는 전체 모기지 중 약 7.03%로 조사됐다. 전분기(7.31%) 및 전년동기(7.89%) 대비 각각 감소세며 2008년 4분기(6.3%)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3분기 말 압류절차에 들어간 모기지 비율만 따로 계산해도 전체 모기지의 약 4.07%로 전분기보다 약 0.2% 하락한 것으로 조사됐다.
매물 품귀현상
올 여름을 거치며 갑자기 나타난 ‘매물 품귀’ 현상은 하반기 주택시장의 가장 큰 화두다. 매물 급감으로 주택 가격 상승이 이뤄진 반면 주택 거래와 수요가 위축받을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리얼터닷컴에 따르면 11월 중 매물은 약 176만채로 10월보다 약 2.6% 감소했다. 1년 전보다는 약 17%, 2년 전에 비해서는 무려 34%나 줄어들었으며 2007년 10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리얼터닷컴이 조사한 전국 146개 주택 시장 중 5곳을 제외한 전 지역에서 매물 감소세가 나타났다. 현재 주택 시장에서 투자자와 실수요자들의 주택 구입 수요가 빠르게 살아나고 있고 금융기관 측의 주택압류가 줄고 있는 것이 매물 감소의 주요인이다. 게다가 주택시장에 집을 내놓았다가 ‘일단 두고 보자’는 심리로 주택 판매를 보류하는 셀러가 늘고 있는 것도 매물 급감 현상을 부채질 중이다.
외국인 바이어 급증
주택 가격과 달러 약세로 외국인 구매자들의 주택 구입 비율이 여전히 높은 한해였다. 전국부동산중개인협회(NAR)의 자료에 따르면 2011년 4월부터 올 3월 사이 외국인들에의 한 주택 구입 규모는 약 825억달러로 전체 거래 규모의 9%를 차지했다. 지난해 1년 동안 외국인 거래 규모인 664억달러보다 무려 약 24%나 급증한 규모다. 주로 주택 가격 하락폭이 컸던 가주, 플로리다, 애리조나, 텍사스 등의 지역에서 외국인들에 의한 주택 구입이 두드러졌다.
국가별로는 캐나다인에 의한 구입이 전체 외국인 구입 중 약 24%로 전년에 이어 가장 많았고 중국인에 의한 구입은 약 11%로 두번째로 많았다. 이밖에도 멕시코, 영국, 인도, 러시아, 브라질, 프랑스, 일본인에 의한 주택 구입도 많았다. 특히 중국인들의 주택 구입 활동이 활발한 가주에서는 중국인 바이어들을 잡기 위한 주택 분양업체들의 ‘차이니스 마케팅’이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중국어 구사가 가능한 에이전트를 고용하거나 모델홈에 중국적 색채가 묻어나는 디자인을 접목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다.
플리핑 재등장
한동안 뜸했던 ‘플리핑’이 올해 주택 시장에 다시 모습을 나타냈다. 주택 가격 회복 조짐과 함께 주택 가격 하락폭이 컸던 지역을 중심으로 플리핑이 늘었다. 플리핑은 주택 매물을 최대한 저렴하게 구입한 뒤 곧바로 되팔아 시세 차익을 챙기는 투자수법으로 과거 주택가격 거품 원인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최근 재등한 플리핑은 과거의 부정적인 인식에서 벗어나 차압매물 처리에 필요하다 긍정 평가를 받고 있다.
차압매물 전문 웹사이트 리얼티트랙의 조사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 사이 전국적으로 이미 10만채가 넘는 주택이 플리핑을 통해서 매매됐다. 2011년과 2010년에 비해 각각 25%, 27%씩 증가한 수치다.
플리핑을 통해 투자자들이 올린 시세 차익은 평균 약 3만달러(개조비 제외)였으며 시세 차익이 무려 5만달러를 넘어선 지역도 있었다.
주택 판매 증가
주택 판매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11월 기존 주택 판매는 3년만래 최대폭으로 증가하며 시장 회복세를 확인했다. NAR 발표에 따르면 11월 기존 주택 판매량은 연율 약 504만채로 예상치 490만채를 웃돌며 전달보다 5.9%나 증가했다.
신규 주택 판매 역시 호조세다. 지난 9월 중 신규 주택 판매는 연율 약 38만9,000채로 전달대비 약 5.7% 증가했다. 2010년 4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10월 판매량은 전달보다 약 0.3% 감소한 연율 약 36만8,000채를 기록했으나 계절적인 요인에 따른 감소로 풀이된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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