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은주(할렘 PS 57 초·중학교 과학교사)
지난 14일에는 전 세계가 충격에 빠졌다. 정신장애를 앓는 한 청년이 총으로 어린 생명들과 이들을 가르치는 교사들의 목숨을 앗아갔기 때문이다. 어느 전문가는 이 청년이 자신의 어머니조차 ‘악마’로 여겼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총을 소지하고 정신병도 앓고 있는데다 종말론까지 믿고 있는 이 청년은 이런 충격적인 집단살인을 초래할만한 요소를 갖추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 슬프고 충격적이며 허무하기도 하다.
삼위일체는 종교에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생명과 인간의 건강과 인간의 존재를 말할 때 우리는 몸과 마음과 영혼을 말한다. 이중 어느 한 가지라도 무시할 수 없다. 몸이 아프면 몸을 치료를 해야 하고 마음과 정신이 아프면 적합한 치료사를 만나 치료해야 하며 영혼이 목말라 있을 때에도 영혼의 건강에 좋은 치료사나 종교를 만나야 한다. 하지만 몸과 영혼 치료는 열중하면서도 정신건강과 마음건강은 무시하기 쉽다.
뉴타운 사건 이후 곧바로 평소 친하게 지내던 한 정신과 의사에게 나는 전화해 이번 사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전문지식도 갖춘 그 분은 정신과 의사로서 뿐만 아니라 한 아버지이자 남자로, 시민이자 인생의 선배로 참으로 하실 말씀이 많으셨다. 여러 어린 생명을 빼앗아 간 이 젊은 청년을 직접 만나보거나 치료하진 않았지만 일반적으로 40년 정신과 치료 경력으로 미뤄볼 때 이 청년은 어떤 자폐를 지니고 있거나 충동장애 또는 버림을 받았다는 생각에 어릴 때부터 심한 우울증을 앓았을 가능성이 높으며 엄마가 종말론자였기에 죽음과 삶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하는 착각 속에서 살았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었다. 그리고 신문에 나온 청년의 표정을 보고는 전형적인 자폐아 같았다고 덧붙였다. 또 한 가지는 엄마가 데리고 다녔다는 사격장에서 이 청년이 어떤 심정으로 총을 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엄마와 이혼한 자신의 아버지를 증오하는 마음이 담겼을 가능성도 시사했다.
이번 사건을 보며 똑똑하거나 공부를 잘해서 일류대학에 진학했다고 좋아만 할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다. 내 주변에서도 명문대학에 진학한 아이들이 집에 다시 돌아와 아무 것도 하지 못하는 교육률 높은 무기력자가 되어 있는 것을 너무도 많이 봤다. 특히 정신이 안정이 필요한데 부모가 책임을 회피하거나 학비마련과 생활고에 떠밀려 부모 자신의 삶이 너무 고달파 정신적으로 병들어 가는 자식들을 도와 치료에 나서기보다는 원망이 앞서고 신세타령이 너무 앞서는 경우가 허다하다.
어느 시인은 ‘우리 인간들이 너무 신세타령 하느라 귀하고 바쁜 세상을 제대로 살지 못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불평과 한탄만 늘어놓기 바쁘면 마음의 여유가 열리지 않는다. 때문에 교육자의 한 사람으로서 나 역시도 불평불만을 하기보다는 문제점을 발견해 해결책을 마련하고 끝까지 헤쳐나가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암 선고를 받으면 치료에 열심인 사람들도 마음에 병이 생기거나 정신적인 불안 또는 성격장애가 의심될 때에는 치료를 거부하기 일쑤다. 마음의 병과 정신 질환 치료의 중요성은 늘 이런 끔찍한 대행 사고가 벌어진 후에야 잠깐씩 화두로 떠오르고는 식어 버린다.
앞서 우리는 한인 조승희가 저지른 버지니아텍 참사 사건을 목격한 바 있다. 아시안 남성으로 왕따 피해를 당했을 가능성도 있고 여러 원인이 추측됐었지만 아마도 가장 큰 원인은 정신질환이었을 것이라는 전문가들의 답변이 상당히 많았었다.
이번 뉴타운 사건을 지켜보며 정신질환, 자폐, 사회장애, 성격장애 그리고 종말론자들까지 우리 사회가 보다 세심히 관찰하고 치료의 필요성을 외쳐야한다고 생각한다. 종말론자들이 믿는다는 2012년 12월21일을 앞두고 세상이 끝나는데 무서울 것이 무엇이냐는 생각에 수많은 사람들이 집단 자살이나 살인을 저지르지 않을지도 우려됐던 부분이다.
정진질환은 이토록 무섭고 충격적인 것인데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이 그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나도 가족들과 더불어 나의 개인적인 정신상태도 점검해보려 한다. 한인들도 각자 자신은 물론 사랑하는 주변인들의 정신건강을 함께 지켜나가는 계기로 삼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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