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상공회의소 웹사이트에는 ‘재정절벽 카운트다운’ 시계가 설치되어 있다 :
“재정절벽, 혹은 택스마겟돈, 무엇이라 부르든 상관없지만 2013년부터 부시감세가 폐지되고 동시에 대규모 연방지출 삭감이 단행된다면 허약한 경제는 다시 침체에 빠져들 것이다”란 설명과 함께 “연방의회는 미 역사상 최대의 세금인상을 막기 위해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는 빨간 글씨의 경고문이 눈길을 끈다.
내년 1월1일부터 발효될 5,000억달러의 세금인상과 2,000억달러의 지출삭감을 막을 수 있는 백악관과 의회의 협상타결 시한이 금년 말이다. 카운트다운 시계가 데드라인까지의 남은 시간을 초 단위로 알리고 있다. ‘33일 8시간 47분 55초’의 시간을 읽으며 칼럼을 쓰기 시작한다.
대선이 끝난 지 겨우 3주, 아직 선거결과에 대한 분석도 마무리되지 않았는데, 워싱턴은 다시 ‘캠페인’ 대결에 돌입했다. 재정절벽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오바마 대통령과 공화당 하원 간의 여론몰이 홍보 전쟁이다.
오바마는 이번 주 들어 중소기업 소유주들과 중산층 납세자들, 대기업 CEO등을 잇달아 만나며 자신의 부유층 증세 관철을 위한 지지를 당부했다. “대통령이 캠페인에 능한 것은 이미 알고 있지만 초당적 타협을 이끌어내는 리더십을 가졌는지는 아직 모르겠다”며 꼬집던 공화당도 불안했던지 크고 작은 기업주들과의 회동을 시도하며 우리 편 만들기에 뛰어 들었다. “재정절벽 로드쇼‘ 한마당이 펼쳐지고 있는 것이다.
지난 주 전국 곳곳 각 가정 추수감사절 디너 식탁의 핫 토픽 중 하나도 ‘재정절벽’이었다고 한다. 한인들도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사실 연방지출과 세금, 부채상한과 적자감축, 오바마케어와 소셜시큐리티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요소와 천문학적 숫자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지루하고 난해한 재정문제는 명절식탁에 어울리는 화제가 아니다. 그러나 미국 정치에 관심없는 한인 주부와 유권자 등록도 안 했다는 사회초년생까지 금년엔 식탁논쟁에 끼어들었다. 모든 사람들이 가장 뜨거운 관심을 보인 주제는 한마디로 압축된다 : “내 세금, 올라갈까요?”
‘재정절벽’ 협상엔 복합적 요소가 포함되어 있지만 핵심은 ‘세금’이다. 그중에서도 매달 근근이 살아가는 서민들에게 체감되는 대표적 두 가지는 ‘부시감세’로 통칭되는 소득세 감면과 ‘페이롤 택스 할러데이’로 불리는 소셜시큐리티 급여세 감면에 대한 연장여부다.
민주당 대통령과 공화당 하원 모두 재정절벽 방치는 안된다고 공언했고 적자감축을 위한 세수입 증가에도 합의했다. 아마도 수십년만에 처음일 것이다. 그러나 누구의 세금을 어떻게 올리는가에 대해선 아직 양측의 의견차이는 너무나 크다.
오바마는 납세자의 2%에 해당하는 연소득 25만 달러이상에 대한 부시감세 폐지 등 부유층 증세로 향후 10년간 1조6,000억 달러의 세수를 확보하려 하고, 부유층까지 전체 감세를 고수하며 증세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는 공화당은 감세혜택 축소와 폐지 등 세제개혁으로 6,000억달러를 거두고 메디케어 등 복지프로 개혁으로 지출을 더 줄이자고 주장한다.
공화당의 고집으로 부시감세가 연장이 안되면 내년 한 가구당 세금이 2,200달러나 올라간다고 위협하는 오바마도, 부유층 감세는 일자리를 죽인다고 경고하는 공화당도 그러나 급여세에 대해선 말이 없다. 지난 2년간 6.2%에서 4.2%로 깎였던 급여세가 내년부터는 다시 올라갈 확률이 높다는 뜻이다. 초당적 타협이 성공해 절벽 추락을 막는다 해도 새해부터는 2% 줄어든 봉급을 받게 된다. 중간소득 한 가구당 약 1,000달러의 세금인상에 해당된다.
“내 세금, 올라갈까요?”에 대한 대답은 그러므로 “예스”가 될 것이다. 급여세 인상으로 인한 봉급수표 ‘통증’이 악화되는 것은 타협이 결렬되면서 부시감세까지 폐지될 경우다. 중산층 한 가구당 연 3,000달러 이상의 소득감소를 각오해야 한다.
초당적 타협의 기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워싱턴에 대한 여론의 불신도 여전하다. CNN 조사에 의하면 정치가들이 ‘책임있는 성인’보다는 ‘스포일된 아이’처럼 행동할 것이라며 타협성공에 비관하는 응답이 70%나 되었다.
설사 재정절벽에 떨어진다고 해도 ‘세상의 끝’은 아니다. 금년말 시한을 넘겨 일단 추락한 뒤 내년 초 새 의회가 들어선 후 다시 협상할 수도 있다. 이미 모든 납세자의 세금이 인상된 뒤 감세를 논의하는 형식이어서 지금보다 훨씬 쉬운 협상이 될 수도 있다고 워싱턴포스트는 예상한다. 물론 주식시장이 폭락하기 전 절벽에서 끌어올리려면 시간은 촉박하다.
재정절벽 해결책에 관한한 미국의 여론은 오바마 편에 서 있다. 어제 발표된 ABC방송 조사에선 부자증세를 지지하는 응답이 60%에 달했다. 감세혜택 축소 내지 폐지에는 49%가 반대했고 메디케어 수혜연령을 올리자는 공화당 제안에는 67%가 “노땡큐”라며 외면했다.
선거에서도 승리했고 여론도 자신의 편이지만 오바마는 편안치만은 않은 입장이다. “여론에 응해서만이 아니라,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책을 세워야 하는 것이 대통령이기 때문이다.
‘중산층의 수호자’는 오바마 재선의 중심테마였다. 공화당을 압박해 부유층 증세를 반드시 관철할 결심이지만 그것이 만병통치약이 아닌 것은 그 자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메디케어와 소셜시큐리티 등 개혁에도 앞장서야 한다. 그러려면 “복지예산을 더 삭감하느니 차라리 절벽에서 뛰어내리자”며 갈수록 요구가 많아지고 있는 민주당 급진파를 먼저 달래야 한다.
이번 재정절벽 협상이 그에겐 캠페인의 으뜸 공약과 건전한 국가재정을 위한 ‘균형 잡힌’ 해결책 마련을 동시에 실현해야 하는 첫 시험대다. 데드라인까지 남은 시간은 33일 6시간 10분 59초…재깍, 재깍, 재깍…‘재정절벽 카운트다운’ 시계는 쉬지 않고 돌아가고 있다.
<박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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