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포지션 30의 핵심 메시지는 강렬하다. 통과되지 못할 경우, 직면할 ‘재난’에 대한 경고다 : “이미 깎이고 깎인 교육예산에서 60억달러가 또 삭감될 것이다. “산소호흡기에 매달린” 빈사상태의 캘리포니아 공립교육으로부터 호흡기마저 제거된다는 뜻이다”
다음 주 11월6일 선거에 회부된 프로포지션 30은 지난 2년을 적자예산 해결에 전력투구해온 제리 브라운 주지사의 작품이다. 교육기금을 위한 한시적 세금 인상을 골자로 한다. 7년간 연소득 25만달러 이상 고소득자에 대한 1~3% 포인트의 소득세 인상으로 50억달러씩, 4년간 판매세 0.25% 포인트 인상으로 10억달러씩, 매년 60억 달러의 새로운 세수입을 올리려 한다.
프로포지션 30이 창출할 세수입의 대부분은 상위 1%의 부자들이 내게 된다. 99%의 주민은 중간소득 가정의 경우 1년에 약 60달러, 명목상의 증세인 소폭의 판매세를 부담하는 정도다. 그러므로 판매세 인상은 ‘공정한 희생분담’이라는 명분을 위한 브라운의 제스처일 뿐이며 프로포지션 30은 “백만장자의 세금”이라고 한 민주당 전략가는 정의한다.
한때 미 전국에서 최상위권에 속했던 캘리포니아의 공교육이 현재는 최하위권으로 추락해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학생 1인당 교육예산은 50개주 중 47위로 전국평균보다 연 1,200달러나 적고, 학생 대 교사 숫자의 비율은 48위로 초만원 콩나물 교실에서 수업한다는 뜻이며 학생 대 카운슬러 혹은 도서관 사서의 비율은 50위로 카운슬러나 사서가 아예 없는 학교가 많은 것이 실상이다.
지난 4년간 킨더가튼부터 커뮤니티칼리지까지 K-14 공교육 예산은 20%나 삭감되었다. 3만2,000명의 교사가 감원 당했고 음악과 체육 등 예능과목이 사라진지는 오래되었으며 거의 모든 교육구가 수업일수를 단축해야 했고 112개 커뮤니티 칼리지 등록학생이 290만명에서 240만명으로 감소했다. 주립대학도 다르지 않아 각각 10억 달러씩의 예산 삭감을 당한 UC와 캘스테이트의 등록금이 치솟으며 중산층에도 적지 않은 고통을 안겨주었다.
그런데 프로포지션 30이 부결된다면 추가로 K-14 예산에서 54억 달러, UC와 캘스테이트에서 5억 달러가 자동 삭감된다. 이미 열악한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다.
당장 수업일수부터 줄어든다. 선진국들의 연중 평균수업일수는 196일, 미국평균은 180일이다. 현재 175일인 캘리포니아는 자칫 3주가 더 줄어 160일로 단축될 위기에 처한다. 프로포지션 30이 통과되지 못하면 등록금 20%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공개한 바 있는 UC와 캘스테이트 이사회는 선거직후 인상여부에 관한 회의를 개최할 예정이다.
6일 선거에선 교육기금 마련을 위한 또 다른 발의안인 프로포지션 38도 주민투표에 부쳐지지만 교육예산 삭감은 프로포지션 30이 통과되어야만 피할 수 있다. 지난 6월 통과된 2012~2013 회계연도 예산안은 프로포지션 30의 통과를 전제로 하고 있다. 부결될 경우 60억달러의 삭감이 자동적으로 집행되는데 그 대부분이 교육예산이다.
2011년 250억달러 적자를 떠안고 취임했던 브라운은 그동안 주의회와 싸우고, 어르고, 맞서고, 협조하며 수십억달러의 삭감을 단행했다. 그 과정에서 사회안전망이 이리저리 찢겨나갔다. 교육예산만이 아니다. 3만명 가까운 가난한 아이들에 대한 지원이 끊어졌고 저소득층 노인과 장애인에 대한 보조는 1983년도 수준으로 낮아졌으며 웰페어 지급액은 25년 전보다 적어졌다. 더 이상의 삭감을 용납하기 힘든 “피 흘리는 예산안”이 통과되었지만 균형예산과는 아직도 거리가 멀다.
삭감만으로 재정문제 해결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절감한 브라운은 병행해야할 또 하나의 해결책 ‘증세’를 정치권 안에서 합의하기 위해 공화당과의 협조를 끊임없이 모색했으나 결국 이루지 못한 채 프로포지션 30을 추진하게 된 것이다.
이 증세안으로 창출되는 세수입이 모두 교육으로만 가는 것은 아니다. 투표안내책자에도 명시되어 있듯이 프로포지션 30은 크게 3가지 내용을 담고 있다 : 교육기금 위한 한시적 세금, 로컬 공공안전 기금 보장, 주 헌법수정안 - 헌법상의 변화를 추진, 주세수입을 로컬정부로 이관하여 공공안전서비스 등의 기금으로도 쓰도록 하는 것이다.
그러나 오용이나 남용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 예방장치가 철저하다. 새로 창출되는 세수입은 교육특별 어카운트를 만들어 적립하고 이 어카운트는 매년 감사를 받게 하며 감사보고서는 온라인에 공개하는 한편 기금오용의 의심이 갈 때는 형사 소추를 허용하고 있다.
프로포지션 30이 이상적 해결책이 아니란 것은 브라운 자신도 인정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빈사상태의 공교육에 숨을 불어넣고 캘리포니아가 적자 수렁에서 빠져나오게 할 최선의 옵션이다. 극히 소폭이라 해도 세금인상을 좋아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더구나 현재 캘리포니아 유권자의 70%는 공립학교 학부모가 아니다. 그래도 대학등록금이 또 올라가고, 경력 짧은 젊은 교사들이 줄줄이 감원당해야 하는 실상은 우리 모두에게 결코 방관할 수 있는 ‘남의 일’이 아니다.
어떤 어려운 환경에서도 보다 밝은 미래로 가는 가장 확실한 티켓은 교육이다. 개인에게도, 커뮤니티에게도, 국가에게도 다 마찬가지다. 그 사실을 절실하게 체험해온 우리는 프로포지션 30에 “예스”, 누구보다 기꺼이 찬성표를 던질 수 있을 것이다.
<박록 주필>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