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 인근 해변 도시 럭서리 주택들 앞다퉈 구입
샌타모니카~플라야비스타 구간‘실리콘 비치’로
유튜브·페이스북 등도 대형 오피스 잇따라 마련
북가주의 IT 재벌들이 철새처럼 남가주로 몰려들고 있다. IT 재벌들이 남가주를 찾는 이유는 바로 주택 구입때문으로 LA 인근 해변 도시의 고급 주택가에 주택 구입 비중을 최근 크게 늘려가고 있다고 월스트릿 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LA 인근의 주택 가격이 실리콘 밸리 등지보다 아직까지 저렴하고 건물상태도 양호한 편이어서 IT 재벌들의 마음을 사로 잡기에 안성 맞춤이다. 또 IT 산업과 연예 산업간의 교류가 잦아지면서 두 산업을 동시 수행하기 적합한 지역으로도 LA 지역이 꼽히고 있다.
■ ‘실리콘 비치’ 샌타모니카~플라야 비스타 구간
IT계 유명인사들이 주택 구입 러시 행보를 보이고 있는 지역은 샌타모니카 지역부터 베니스비치까지 이어지는 약 3마일 구간. 최근에는 이보다 조금 남쪽인 플라야비스타 지역까지 이들의 주택 구입이 이어지고 있다.
LA 지역 창업 기업 동향을 분석하는 레프리젠트 LA에 따르면 최근 수년간 3개 해안 도시에 약 600여곳의 IT관련 기업이 둥지를 튼 것으로 나타났다. IT 업체의 집중이 두드러지자 이 지역은 아예 북가주 실리콘 밸리에서 명칭을 따온 ‘실리콘 비치’라는 별칭까지 얻게 됐다.
■IT 재벌, 저택 구입 러시
최근 LA 인근 지역에 주택을 구입한 인물들은 IT계에서 이름만 대면 알만한 거물들이다. 페이스북의 초기 투자자로 온라인 대금 결제 사이트인 페이팰의 공동 창업자 피터 시엘은 올해 초 선셋 스트립에 위치한 건평 약 6,000평방피트짜리 저택을 약 1,150만달러에 사들였다. 이어 인터넷 전화 업체 우마의 창업자인 앤드루 프레임도 LA 인근 고급 주택단지인 벨에어에 올 여름 약 550만달러에 달하는 주택을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임이 구입한 주택은 뉴키즈 온더 블락 출신으로 최근 TV리얼리티 쇼에 출연한 닉 라세이 소유였던 것으로 알려져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맷 제이콥슨 페이스북 시장 개발 책임자는 지난해 3월 이미 맨해턴비치에 위치한 현대적인 스타일의 주택을 약 1,090만달러에 매입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제이콥슨은 전에 거주하던 약 900평방피트 규모의 해안 벙갈로를 북가주에서 방문한는 직원의 임시 거주용으로 사용하고 있다.
■구글, 유튜브, 페이스북 ‘실리콘 비치’에 총집합
IT 재벌들이 LA 인근 주택 구입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IT 공룡 기업들이 이 지역에서 사업을 확장하고 있는 것과 연관이 있다. 포문을 연 업체는 구글. 구글은 베니스비치 지역에 기술, 판매, 광고 부분을 담당할 지사를 지난해 11월 오픈했다. 이어 2014년까지 무려 25만평방피트에 달하는 건물을 임대해 캠퍼스 스타일의 지사로 확장할 계획이다. 새로 확장하게 될 지사에서는 LA 지역 약 500명의 직원이 근무할 예정으로 실리콘 비치 지역 주택 구입 수요에 불을 지필 것으로 보인다.
구글과 합병한 유튜브는 올해 2월부터 인근 플라야비스타 지역에 약 4만평방피트 규모의 건물을 임대, 제작담당 부서로 활용하고 있다. 페이스북 역시 지난해 8월 플라야비스타 지역에 약 1만3,000평방피트짜리 건물을 임대해 사용중이다.
■가격 및 임대료 상승, 사무실 공실률은 하락
IT 업계 관계자들의 주택 구입 러시로 주택 가격은 주변 도시에 비해 큰 폭으로 올랐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샌타모니카 지역의 주택 중간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약 16% 상승을 기록했다. 베니스비치 지역도 같은 기간 주택 중간 가격이 최초로 100만달러를 돌파해 약 101만2,000달러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LA카운티 지역의 중간 주택 가격은 약 1% 미만 상승했고 가주 전지역이 약 4.8% 오른 것과 비교하면 ‘실리콘 비치’ 지역의 주택 가격 상승세가 얼마나 가파른 지 알수 있다.
임대료 상승 속도 역시 인근 지역을 크게 앞지른 것으로 나타났다. 매물 검색 서비스 업체인 웨스트사이드 렌털스에 따르면 지난 18개월 동안 샌타모니카와 베니스비치 지역의 임대료는 약 10%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부촌의 대명사인 베벌리힐스 지역의 임대료는 약 4%, 컬버시티는 약 5% 오르는데 그쳤다.
IT 업체 집중 현상으로 실리콘 비치 지역 사무실 건물에 대한 공실률이 하락세로 돌아섰다. 5,000평방피트 이상 사무실의 올 2분기 공실률은 약 12.9%로 공실률이 가장 높았던 2010년 말(13.6%)에 비해 하락하는 모습이다.
■IT업자들, 끼리 끼리 모이려는 성향
IT업계 종사자들은 같은 업종 종사자들과 가깝게 거주하려는 성향이 있어 이들의 주택 거주지가 멀리 퍼지지 않고 3개 도시에 집중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가급적이면 직장과 가까운 곳에 거주, 출퇴근 용이성을 중요시하는 성향도 한몫 작용했다.
IT 업계 종사자들의 주택 구입을 중개한 중개업자들에 따르면 주택 구입때에도 타업종 재벌들과 다른 성향을 보이고 있다. 연예업 관련 재벌들은 주택 구입 때 종종 사회 교류를 통한 소개에 많이 의존하는 반면 IT업계 재벌들은 전적으로 온라인을 통한 매물검색에 의존하는 경향이 많다. 온라인을 통해 매물에 대한 정보를 최대한 많이 입수한 뒤 직접 방문해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IT 재벌들의 흔한 주택 구입 방식이다.
■ IT와 연예 산업 협업 현상 뚜렷
IT 업체가 LA 인근에 몰리는 이유는 IT 산업과 연예 산업 간의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는 것과 무관치 않다. 대부분의 IT 업체들이 유튜브, 아이튠즈, 넷플릭스 등 연예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공급자 역할을 담당하면서 두 산업 간의 협업 현상이 뚜렷해졌다. 이같은 이유로 이미 연예 산업이 둥지를 틀고 있는 LA 지역으로 IT 관련 산업이 하나둘씩 모이고 있는 것이다. 벤 실버맨 NBC 엔터테인먼트 공동회장은 “두 산업 간의 교류가 매우 활발해 오스카 시상식장에 가면 IT 업 관계자들을 많이 볼 수 있다”고 비유했다.
LA 지역의 주택 가격이 북가주에 비해 저렴한 것도 IT 재벌들의 몰리는 이유 중 하나. 부동산 정보 업체 데이터퀵에 따르면 실리콘 밸리 중심지인 팔로알토의 1~8월 중간 주택 가격은 약 170만달러로 2011년 같은 기간보다 무려 20.4%나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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