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가격이 뚜렷한 상승세를 탔다. 최근 각종 발표에서 주택가격이 지속적인 상승을 기록 중이다. 시장 전문가들은 주택가격이 이미 반등의 물꼬를 튼 것으로 여기고 있다. 주택가격 반등이 이르면 2013년쯤 이뤄질 것이라는 당초 시장의 예상이 1년 정도 앞당겨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주택가격 상승 요인으로는 매주 최저치를 경신중인 모기지 금리, 매물 재고 급감, 주택 구입 수요 증가 등을 꼽을 수 있다. 주택가격 상승 동향과 월스트릿 저널이 진단한 주택가격 상승 요인을 일문일답 형식으로 풀어본다.
차압매물 작년보다 24%나 감소
수요 늘어도‘팔자’없어 오름세 유지
경기 불투명·고용시장 위축이 복병
◇반짝 상승아닌 지속적 상승
시장조사 기관 코어로직에 따르면 지난 8월 주택가격은 2006년 이후 가장 큰 폭의 상승을 나타냈다. 8월 주택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6% 상승, 2006년 7월 이후 연간 대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8월 주택가격은 전달 대비로도 약 0.3% 올랐으며 6개월 연속 상승세를 지속중이다.
코어로직에 따르면 8월 중 6개 주를 제외한 전국 모든 주에서 주택가격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연간 대비 주택가격 상승폭이 높은 주는 애리조나(18%), 아이다호(10%), 네바다(9%), 유타(8.9%), 하와이(8%) 등 이었다. 주택가격 상승세는 9월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코어로직이 구매계약이 이미 체결된 매물을 대상으로 조사하는 주택가격 지수에서도 9월 주택가격이 전년 대비 약 6.3% 급등할 것으로 전망됐다.
앞서 발표된 S&P 케이스-실러지수도 3개월 연속 상승을 보였다. 20대 대도시 주택 가격을 나타내는 S&P 케이스 실러지수는 7월 전년 동기 대비 약 1.2% 상승했다. 당초 시장 예상치였던 1.05%를 웃도는 상승폭으로 첫 주택구입자 세제혜택 프로그램으로 수요가 몰렸던 2010년 8월 이후 한 달 증가폭으로 최대치다.
전국 약 80% 이상 지역의 주택 가격을 대변하는 S&P 케이스-실러지수는 현재 3개월째 상승을 이어가고 있다. 같은 날 발표된 연방주택금융국(FHFA)의 집계에서도 주택 가격이 상승 흐름을 보였다. FHFA는 7월 주택가격지수가 전달보다 약 0.2% 올랐다고 발표했다.
◇가격 상승은 특정 매물 형태에만 국한된 것인가? 예를 들어 수요가 많은 차압 매물이 가격 상승을 주도하나?
주택가격 추이와 관련된 통계를 살펴보면 반드시 그렇지 않음을 알 수 있다. 부동산 시장 조사기관인 코어로직의 집계에 따르면 주택가격 상승은 모든 매물형태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8월 중 매물형태 구분 없는 전체 주택의 중간가격은 1년 전보다 약 12% 상승한 것으로 조사됐고 급매성 매물을 제외한 일반 매물의 중간가격도 같은 기간 동일한 가격 상승폭을 기록했다.
반면 차압 매물과 숏세일 매물의 가격 상승폭은 오히려 높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8월 매매된 차압 매물의 중간가격은 전년 대비 3% 상승하는 데 그쳤고 숏세일 매물의 중간가격은 변동이 없는 것으로 집계됐다. 신규주택의 중간가격은 약 6% 상승하며 비교적 빠른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차압 주택이 많은데도 가격이 오르는 원인은?
차압주택 숫자가 과거 평균에 비해 여전히 많다. 그러나 최근 1~2년간 실제로 매매되는 차압매물 숫자는 가파른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어 가격 하락 우려와는 무관하다. 현재 주택시장에 나온 차압 매물은 작년보다 약 24% 감소한 수치로 2년 전에 비해서는 무려 45%나 급감했다.
차압매물에 대한 매매가 감소하면서 주택가격 하락 요인이 줄고 대신 주택가격이 반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개 차압매물은 일반매물에 비해 약 30%가량 낮은 가격에 매매되기 때문에 주택가격 하락 요인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가격 하락 요인이 감소하면서 상대적으로 가격 상승 탄력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시장조사 기관 젤멘앤어소시어츠에 따르면 차압매물 거래는 감소한 반면 일반매물에 대한 거래는 1년 전보다 약 16% 상승했다. 최근 매물이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것은 물론 주택 구입 수요가 큰 폭의 증가세인 것도 주택가격 상승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은행이 전략적으로 차압 매물 매매 시기를 조정하고 있나?
은행이 보유중인 부실 부동산 자산 중 주택시장에 매물로 내놓을 만한 차압주택이 증가했다는 증거는 찾기 힘들다. 다만 수백만채에 달하는 주택이 현재 모기지 연체 상태 등으로 차압절차를 밟고 있는 것은 이미 여러 통계자료를 통해 파악된 바 있다. 은행 측이 ‘그림자 재고’ 주택에 대한 차압절차를 언제 완료할 지도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로보사이닝’으로 불리는 부실 차압처리 사태 후 여러 은행들이 차압 시스템을 점검하고 감독 당국의 규정에 맞춰 절차를 시행하느라 속도가 많이 지연된 상태다. 차압은 완료됐지만 매물로 나오지 않은 압류 주택의 수는 오히려 1년 전보다 약 24%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그림자 재고’ 상황은?
모기지 페이먼트 연체 등으로 곧 차압될 위기에 놓인 주택들을 ‘그림자 재고’라고 하는데 주택가격을 위협하는 요소다. 최근 이같은 그림자 재고 물량은 예상보다 느린 속도지만 감소세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젤맨앤어소시어츠에 따르면 현재 그림자 재고 물량은 올해 초보다 약 50만채 감소한 약 290만채로 집계되고 있다.
당초 그림자 재고 물량이 빠르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은행 측의 융자 조정이 기대와 달리 순조롭지 못한 데다 차압절차도 제 속도를 내지 못해 감소세가 더딘 상황이다. 그림자 재고는 현재 추세대로라면 올 연말에도 현재와 비슷한 수준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측의 차압과 융자 조정 시스템이 정상적으로 작동될 경우 내년 말 그림자 재고는 약 230만채대로 줄어들 것으로 기대된다.
◇주택가격 하락 우려는 없나?
최근 발표되는 주택가격 지표들마다 뚜렷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주택가격은 일반적으로 봄철과 여름철에 강세를 보이는 경향이 있다. 주택 수요가 많은 여름철까지 상승세를 보이고 가을과 겨울로 접어들면서 하강 국면에 접어든다. 연간 대비 주택가격 변동을 살피면 진정한 주택가격 추이를 알 수 있다. 지난달 말 발표된 7월 S&P 케이스 실러 주택가격지수는 5월과 6월 중 주택거래를 바탕으로 집계된 가격지수로 전년 대비 약 1.2% 올랐고 전국 20대 도시 중 16곳에서 연간 대비 주택가격 상승세를 나타내 주택가격이 상승세를 탔다고 진단해도 좋다.
은행 측이 차압매물을 주택시장에 푸는 속도에 따라 주택가격도 등락에 영향을 받을 것이다. 젤맨앤어소시어츠는 “만약 은행이 현재 속도대로 차압매물을 판매하고 주택 수요가 현재 수준을 유지한다면 주택가격 추가 하락은 없을 것”이라며 “주택가격이 바닥을 빠져나와 상승기로 접어들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고용시장 위축, 경제전망 불투명, 신용경색 등의 불안 요소가 여전히 주택가격 상승을 위협하고 있다고 젤맨 측은 지적했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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