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 하계 올림픽이 한창이다. 세계의 눈이 올림픽에 쏠려있다. 요즘 TV에서 보는 현대식 경기장과 고풍스런 도시는 템스 강과 더불어 너무 아름답게 보인다. 10여 년 전 여름방학에 형님 가족과 함께 영국을 여행했다. 유럽의 다른 나라들처럼 아이들과 같이 보았던 그 당시에 런던은 좁고 낡아 보였다.
축구는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운동이다. 2002년 한국에서 열린 FIFA 월드컵대회에서 한국은 4강의 신화를 이루었다. 대한민국 국민 모두가 길거리에서, 식당에서, 가정에서 모이는 곳마다 축구 경기를 보면서 환호했고 행복했다. LA에서도 수만 명이 스테이플 센터에 모여 한국의 승리를 응원했다. 지금도 런던 올림픽 축구를 응원하려고 새벽부터 TV로 중계를 본다. 축구가 있는 아침이면 테니스 코트에서도 화제는 역시 축구이다. 이번 올림픽에서도 발재간이 좋은 한국 축구팀은 4강에 올랐다.
축구는 발로 하는 운동이다. 공을 패스하거나 드리볼하는 경기 모습을 보면 마치 손으로 컨트롤하는 것처럼 정확하고 정교하다. 젊은 선수들의 투지와 열정이 구경꾼들의 마음속에 숨겨있던 열정에 불을 붙인다. 내가 마치 선수인 것처럼 함께 소리치고 뛰는 환상 속에서 발질손질을 해가며 젊은 시절로 돌아간다. 유일하게 손발을 사용할 수 있는 선수는 골키퍼뿐이다. 운동장 맨 끝줄에서 온몸을 던져 골문을 지켜야하는 외로운 지킴이에서 나를 본다.
오리를 보고 십리를 간다라는 한국 속담이 있다. 말 그대로 풀이하면 1,000원을 팔아 5원을 남기려고 4킬로를 걸어서 간다는 속담이다. 투자와 이윤을 보면 바보 같은 장사꾼이다. 십리를 가는 시간과 노력 그리고 위험부담을 생각하면 오리는 약 0.5%이니 아주 비효율적인 장사이다. 그래도 장사꾼은 이익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지 가야만 한다는 속담이다. 한 골을 넣으려고 22명의 축구 선수는 전후반 90분 동안 총 200킬로를 뛴다고 한다. 오직 볼만 보고 뛰는 선수처럼 세계의 경기가 좋지 않은 지금 새겨 볼만한 한국 속담이다.
지난 20여년 형제처럼 지내는 친구가 있다. 예전에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지만 미국은 5년, 한국은 3년, 중국 상하이는 3개월이 도시가 바뀐다고 한다. 객지에서 만난 우정으로 20년은 긴 세월이다. 우정이 발전하여 형제처럼 되었으니 서로 알만큼 아는 사이다. 20년전 처음 시작한 사업이 리쿼 스토어였고 처음 가게를 사기위해 멀리는 애리조나, 네바다, 캘리포니아 곳곳을 찾아 다녔다고 한다. 일년 동안 약 300군데를 보았다고 하니 온갖 지역에서 온갖 상황을 다 보았으리라 짐작된다. 최종선택은 팜스프링이였다. 거기서 짭짤하게 돈을 벌어서 계속 리쿼스토어를 확장했으니 십리를 가는 장사꾼의 정신이 성공의 비결이었다.
집을 보러 갔다가 헛걸음을 했다. 지난 주말 이야기다. 미리 약속하고 콘도를 보러 갔다가 집 구경도 못하고 왔으니 마음이 찜찜하다. 우연히 인터넷을 보고 찾은 집인데 외국인 부동산 업자가 연락처로 되어있었다. 한인 타운 인근에 있는 콘도였는데 스퀘어피트당 약 200달러정도면 참 좋은 가격이다 싶어 연락했다. 이메일을 하고 전화가 왔기에 이것저것 간단히 묻고 만나기로 했는데 헛걸음을 쳤다. 한국인이라고 무시를 하는지, 이미 팔렸는지 생각하니 성실한 한국인 부동산 업자한테 문의할 걸 하고 후회가 막급했다. 다음번에는 귀중한 시간을 낭비하지 않기위해 단단히 약속을 해야겠다.
귀한 사람을 모실 때 삼고초려라는 말을 쓴다. 요즈음 퇴근하면 삼국지 드라마를 인터넷으로 본다. 약 10년 전에도 몇 번 보았는데 또 보아도 재미있고 배울 점도 많은 고전 중에 고전소설이다. 약 2,000년 전 중국의 춘추 전국시대의 권모술수 이야기로 주연과 조연 그리고 몇몇 사자성어는 많이 인용된다. 유비, 조조 그리고 손권이 주연 같지만 진짜 주연은 제갈공명인듯 싶다. 하늘과 땅 그리고 땅속까지 자연의 신비를 꽤뚫고 있다. 과거를 보고 현재에서 미래를 그림처럼 보고 예측한다. 천하를 얻기 위해 유비 현덕이 공명을 모시기 위해 삼세번 찾아가 마침내 그를 군사로 모셨다는 것이 바로 삼고초려라고 한다.
사람을 알아보는 안목이 있어야 성공한다. 초가집에서 만난 공명이 물고기라면 높고 큰 꿈을 가진 유비는 물이라고 비유했다. 인간관계는 상대적이다. 상황에 따라 조건에 따라 약간 변할 수 있지만 그래도 진솔한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 사람과 그릇은 어딘가 어떻게든 쓸모가 있다고 한다. 그릇의 크기가 다르듯 사람의 됨됨이도 다르다. 내가 어떻게 쓰일지는 내가 하기 나름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갈고 닦으면 나를 알아보는 사람이 있고 그러면 물 만난 고기처럼 기를 펴고 살 수 있으리라 믿는다.
발품은 겸손하고 건강하다. 화려하지도 비싸지 않아도 수수하고 편안하다. 발품을 파는 사람들은 부지런하다. 많이 뛰고 많이 움직이는 선수들이 축구 경기에서 승리하듯 내 일터에서도 발품을 많이 판다. 품삯이 적어도 좋다. 건강한 땀으로모은 재산은 차돌처럼 단단하다. 세상을 말로만 사는 어른들보다 천진난만한 아기의 발걸음이 아름답듯이 발품을 팔며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면 행복하다. 헛걸음을 치더라도, 오리를 벌기위해 삼세번을 가더라도, 십리길 발품을 파는 건강한 일꾼이 존경스럽다.
공인회계사, 수필가
(213)380-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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