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영화로 제작됐던‘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 여주인공 인희는 의사 남편에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를 모시고 살지만 자궁암 말기 진단을 받는다. 엄마의 자리에서 바쁘게 살다가 자신의 건강을 돌아보지 못한‘인희’는 의외로 우리 주변에 많다. 특히 자궁은 여성에게 있어서 ‘제2의 심장’이라 불리는 장기다. 하지만 자궁경부암에 대해 잘 모르고, 자궁경부암 검사를 왜 해야 하는지, 검사가 왜 중요한지 잘 모르는 여성들이 참 많다.
이달 초부터 샌디에고 대학에서 세리토스 메디칼 그룹(원장 김신근)과 협력해 한인들을 위한‘자궁경부암 예방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앤젤라 전(한국명 전혜정) 너스 프랙티셔너(Nurse Practitioner)는“자궁경부암은 한인 건강을 위협하는 중요한 문제 중 하나”라며“캘리포니아에 살고 있는 아시안 중에서 한인은 자궁경부암 발병률이 2위로 높은데도 검사율은 끝에서 2위로 타 인종에 비해 현저히 낮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초기 증상 없어… 질 출혈땐 의심
HPV 감염 후 10~15년 지나 발병
많은 성관계·흡연·다산부‘고위험군’
#자궁경부암이란
한국에서도 여성에게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암으로 알려져 있으며, 세계적으로도 여성암 중 유방암에 이어 2번째로 흔한 암으로 45~55세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앤젤라 전 너스 프랙티셔너는 “캘리포니아에서는 아시안 중 가장 발병률이 높은 인종은 베트남이며 이어 2위가 한인으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여성이 임신했을 때 태아가 성장하는 장소인 자궁 상부와 여성 성기 입구인 질을 연결시켜 주는 자궁 하부의 좁은 부위를 자궁경부라 하는데, 자궁경부암은 자궁 경부에 생기는 암을 말한다.
정상적인 세포는 우리 몸에서 일정한 방식으로 자라고 소멸하는 것을 반복해 적당한 수를 유지한다. 하지만 암은 체내 정상적인 세포들이 유전적 변형 등 여러 가지 원인으로 비정상적 세포로 억제할 수 없이 계속 자라고 증식해 소멸되지 않는 상태를 말한다. 세포들이 비정상적으로 과잉으로 자라고 증식하게 되는 것이 종양인데, 종양이 주변 조직이나 다른 장기로 퍼지지 않고 한 곳에만 있는 경우는 양성 종양, 주변 조직이나 다른 장기로 퍼지는 경우 악성종양(암)이다.
#주요 원인은 바이러스
자궁경부암의 대부분의 원인은 바로 다양한 변종의 인유두종 바이러스(Human Papillomavirus)다. 보통 HPV로 불리는데, 감기 바이러스와 달리 감염돼도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전 너스 프랙티셔너는 “한인들은 HPV 자체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감기에 걸리면 열이 나거나 기침 같은 바이러스에 대한 반응 증상이 수일 내 바로 나타나지만 HPV는 걸려도 초기에는 아무 증상이 나타나지 않고 또 암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 물론 걸렸다고 해도 다 암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HPV에 감염되고 대개 약 10~15년 이상 경과되면 암으로 진행되며 발생 비율은 자궁경부암 환자의 약 90%에서 HPV가 발견된다.
대개는 HPV 감염은 일시적이며 일년 이내에 사라지지만 암을 유발하는 HPV 유형의 지속적인 감염은 자궁경부암을 일으킬 수도 있다.
또한 너무 어린 나이에 결혼했거나 18세 이전에 성생활을 시작한 경우, 너무 어린 나이에 임신한 경우, 섹스 파트너가 많은 경우, 여러 사람과 성관계를 가진 적이 있는 사람과 섹스를 한 경우, 첫 성 접촉의 나이가 어릴수록 HPV 감염과 자궁경부암의 위험이 올라간다. 면역이 약한 경우도 HPV에 걸릴 위험이 올라간다.
또한 담배도 중요한 위험요인이다. 흡연 여성은 비흡연 여성에 비해 3배 정도 자궁경부암 위험이 높다. 약 5년 이상 피임약을 복용한 경우, 다산부의 경우에도 위험이 높은 편. 클라미디아, 임질, 트리코모나스, HIV(AIDS) 등 성 행위를 통해 걸리게 되는 성병도 위험요소로 지목된다. 어머니나 자매가 자궁경부암에 걸린 적이 있는 경우나 팹 테스트를 정기적으로 받지 않는 경우도 위험요인이다.
#증상
대개 초기단계에서는 특별한 증상이나 징후가 없다. 암이 어느 정도 진행된 자궁경부암을 의심할 수 있는 증상은 바로 비정상적인 질 출혈이다. 폐경기 후 출혈이 나타나거나 생리기간이 아닌데도 불규칙하게 출혈이 있거나, 물 같고 피가 섞인 듯한 악취가 나는 분비물이 양도 많게 질에서 나오기도 한다. 성교 후 혹은 성교 도중에 질 출혈이 있거나 통증 또는 골반 통증이 있다.
비정상적인 출혈은 성 관계 후, 심한 운동을 한 후, 대변을 볼 때 나타날 수 있다.
비정상적인 질 출혈‘위험신호’
45~55세 여성 발병 가장 많아
#진단과 검사
검사는 세포진 검사(Pap test 또는 Pap smear), HPV 선별검사, 질 확대경 검사, 조직검사 등이 있다.
세포진 검사는 흔히 알고 있는 자궁경부암 검사를 말하며 조기 암 진단에서 가장 중요한 검사법이다. 간단히 솔 등을 이용해 자궁 경부에서 세포를 채취해 현미경으로 세포를 검사하는 방법이다.
HPV 선별검사는 세포진 검사와 유사하며 HPV 감염여부를 판별한다.
질 확대경 검사는 세포진 검사 후 이상이 있는 여성에게 실시하며 콜포스코프라는 특별 확대경으로 자궁경부를 확대해 보면서 이상 부위를 관찰하며, 필요하면 조직검사도 시행한다. 조직검사는 암이 의심되는 부위에서 자궁경부 조직을 일부분 떼어내서 세포 또는 조직의 상태를 진단하는 검사 방법이다.
#치료와 예방
초기에 발견하면 치료방법이 간단하며 거의 완치가 가능하다. 때문에 자궁경부암 검사가 매우 중요하다. 전 너스 프랙티셔너는 “자궁경부암은 검사가 매우 중요하다. HPV에 감염돼도 바로 암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규칙적으로 검사하면 암을 조기에 발견할 수 있고 간단한 시술로 일찍 치료할 수 있다. 또 일찍 발견해 치료하면 자궁 적출술도 할 필요가 없다”고 강조했다.
치료는 암의 진행, 크기 등을 고려해 결정하는데 국소 파괴요법, 수술, 항암화학요법, 방사선 치료가 있다.
팹 테스트·HPV 검사 등
21세 이후 매년 검진해야
자궁경부암이 다른 곳으로 퍼지기 이전 발견돼 치료하면 10명 중 거의 9명(85%)이 5년 또는 그 이상 생존할 수 있다.
자궁경부암의 정기적 검사에 대해 전 너스 프랙티셔너는 “가이드라인에는 21세 전에 성생활이 활발한 경우 또는 21세부터 매년 검사할 것을 권하고 있다. 21~65세는 성 파트너가 한 사람이고 3년간 매년 받은 자궁경부암 검사가 모두 괜찮다면 매 2년마다 검사를 해도 된다”고 설명했다.
자궁 경부암 검사를 할 때는 여성 검사로 유방 검사 및 다른 검사도 함께 하게 된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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