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감세안이 예정대로 금년 말 전면 폐기되면 어떻게 될까요? 내년부터 세금이 인상됩니다. 얼마나요? 연소득 7만달러 가정의 경우, 3,000달러 정도 올라갈 걸요.
Can you afford it? 감당할 수 있는 형편이냐 라는 이 질문에 요즘 “네”라고 대답할 수 있는 미국인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한인도 마찬가지다. 당신이 상위 2%의 고소득자라면 모를까…
사실 부시 감세안은 지금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연방적자의 주범이라 할 수 있다. 클린턴으로부터 흑자예산을 물려받은 부시는 두 차례 감세법안을 통해 선심은 썼지만 그 후 막대한 예산을 쏟아 부어야 했던 이라크와 아프간 전쟁, 공황 직전까지 곤두박질 친 경기침체가 이어지면서 걷잡을 수 없는 적자로 빠져든 것이다.
한시적 정책으로 2010년 말에 끝나기로 된 부시 감세안은 당시 오바마와 공화당의 타협으로 2년간 연장되었는데 그 시효 만료가 오는 12월31일이다. 같은 시기에 연방정부의 대규모 지출삭감까지 시행될 예정이니 적자해소엔 상당한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기회복을 체감하지 못한 상태에서 세금까지 오르면 그 충격으로 경제가 다시 침체에 빠질 수 있다고 많은 경제학자들은 경고하고 있다.
대선의 해엔 유권자에게 고통 주고 경기를 죽이는 ‘세금폭탄’은 결코 터지지 않는다. 어떤 식으로든 부시감세안은 연장될 것이라는 뜻이다.
‘감세’는 공화당의 단골 메뉴이지만 이번엔 오바마가 먼저였다. 오바마 대통령은 9일 부시감세안의 1년 더 연장을 의회에 촉구했다. 전체가 아니라 연소득 25만달러 이하의 저소득층과 중산층으로 그 대상을 제한했다. 고소득층까지 포함 모든 계층에 대한 전면 연장을 추진해온 공화당으로부터 예상대로 거센 반대가 잇달았다.
“지난주 실업률 8.2%의 초라한 고용보고서가 나온후 경제정책 실패에서 관심을 돌리려는 꼼수”라며 미트 롬니 진영에서도 즉각 오바마의 발표 ‘타이밍’에 의혹을 보냈다. 틀린 말도 아니다. 지난 주말에 나온 이번 주 대통령 일정표엔 없던 발표였으니까. 실업률이 계속 뉴스의 조명을 받으며 7월과 8월에도 정체된 채 가을에 접어들면 오바마 재선은 자칫 물 건너 갈 수 있다. 화제 이슈를 빨리 바꾸는 것은 당연한 전략이다.
오바마의 중산층 감세안이든 공화당의 전 계층 감세안이든 11월 선거 전에 의회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없다는 것쯤은 양측 다 알고 있다. 그러므로 이번 감세 공방은 긴 여름을 한층 뜨겁게 달굴 표밭에서의 대결이다.
연소득 25만달러 이상 납세자의 감세혜택을 폐기시키면 일자리 창출하는 대부분 중소업주들이 세금폭탄을 맞게 된다고 롬니와 공화당은 역설한다. 무슨 소리냐? 25만달러 이상 고소득자는 전체 납세자의 2%, 중소업주의 3%에 불과하다고 오바마는 지적한다.
“중산층이 살아나야 경제가 성장한다”는 민주당과 “일자리 죽이는 대규모 세금인상”이라는 공화당 간의 메시지 전쟁이다. “공정하고 현실적인 합리적 대책”이라고 민주당은 강조하고 일부의 분노를 부추기며 사회를 분열시키는 “계급 전쟁”이라고 공화당은 비난한다.
아무래도 ‘부자증세’라는 여론지지 높은 포퓰리즘 이슈를 선점한 오바마 쪽이 메시지 전쟁에선 유리하다. 오바마 진영이 노리는 감세 공방 효과도, 굳이 감추지 않으니 쉽게 드러나고 있다.
무엇보다 양당의 차별화다. 중산층의 수호자 오바마와 부유층의 대변자 공화후보 간의 차이를 선명히 보여주고 유권자의 선택을 유도하려는 것이다. 그래야 지지부진한 경제상황에 대한 심판으로 기우는 것을 막을 수 있다.
표밭에서 아무리 뜨겁게 외쳐도 의회는 당분간 중산층 감세안을 통과시키지 않을 것이다. 중산층 위해 일하는 대통령의 발목을 잡고 있는 “아무 것도 안하는 의회”의 실상을 유권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다.
세금 공방에서 자유롭기 힘든 사람은 누구보다 롬니다. 중산층 보다 낮은 세율 누리는 억만장자, 세금 피해간 스위스 은행과 케이먼 군도의 해외구좌 등으로 가뜩이나 의혹 받는 롬니는 빗발치는 요구에도 겨우 2년치 세금보고 서류만 공개했을 뿐 나머지 공개는 거부하고 있다. 감세논쟁이 시작된 이번 주 조 바이든 부통령은 라틴계 모임에서 일침을 가했다 : “공화당 후보는 여러분께 (이민)서류를 보여달라고 요구하면서도 정작 자신의 (세금보고)서류는 보여주지 않네요”
적자만을 생각한다면 부시감세안은 당장 전면 폐기하는 것이 옳을 수 있다. 그러나 또다시 경기침체를 견딜 여력이 지금 미국에는 없다. 그나마 고소득층의 감세라도 끝내면 향후 10년간 1조달러 가까이 세수입이 늘어나니 (공화당이 그처럼 강조하는) 적자해소에 도움이 될 수 있다.
감세 연장안은 어느 쪽이든 12월 레임덕 회기중 표결에 부쳐질 것이다.
LA타임스가 “이상적은 아니지만 현재로는 최선의 옵션”이라고 지지한 대통령의 중산층 감세안이 올 겨울 살아남을지의 여부는 긴 여름 내내 경합지역 표밭을 누빌 오바마의 ‘세일’ 능력에 달려있다. 뉴딜정책을 사사건건 반대하며 “계급 전쟁”이라고 비난하던 보수진영을 향해 “난 탐욕집단의 증오를 환영한다”고 맞섰던 프랭클린 루즈벨트의 뱃장을 오바마도 보여줄 수 있을까
<박록/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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