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 간에 정이 가득하다. 이웃과 오래 살다 보니 사촌처럼 가깝다. 이웃사촌의 좋은 의미는 그렇다. 이리저리 얽히고 설키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사람은 사회적 동물이라고 연고사회에 산다고 한다. 개개인의 선택과는 달리 낳아준 핏줄이 혈연이라면, 태어난 곳이 지연의 시작이다. 이것이 아마도 손금에 새긴 사주팔자인지도 모르겠다. 주어진 것에 대한 감사한 일도 많지만 때로는 새로운 것을 찾아 끊임없이 도전도 하고 있다. 적어도 미국에 사는 이민 1세들은 물설고 말 서툰 이곳에 도전자이고 외로운 팔자를 타고 났는지도 모르겠다.
‘맹모삼천지교’는 이웃 찾기이다. 자식을 잘 키우려는 부모의 이야기다. 요즘 세상에는 맹자 엄마들이 너무 많다. 맹목적으로 학교 보고, 이웃 보고 이사 가고 보는 것이다. 한국에서 최신판 엄마의 성공 기준은 자녀가 어떤 대학교에 다니느냐로 결정된다고 한다. 다니는 학교에 따라 학연이 달라지고 친구가 달라지니 말이다. 자녀의 성공 필요조건은 엄마의 정보력, 할아버지의 재력 그리고 아버지의 무관심이라고 한다. 한국의 교육열을 칭찬하는 미국 대통령도 아마 이런 노하우는 모를 것이다.
21세기 맹모는 두 번만 이사했을 거다. 두 번째 이사한 곳은 말하자면 시장 통으로 번화한 상가지역이었으니 말이다. 그곳은 보나마나 부동산 값도 비싸고 하다못해 임대료도 비쌀 테니 장래성 있는 투자였을 것이다.
더욱 중요한 것은 어려서부터 장사 법을 흉내 내고 배웠으니 생존경쟁에 강한 맹자를 키웠을 지도 모른다. 남가주에는 소위 백만장자들의 동네가 많다. 돈 잘 벌고 권세라도 있는 이웃끼리 행여 자신의 집값에 영향이라도 있을까봐 관심 많은 감시형 이웃사촌도 있다. 그들의 관심 때문에 외양간을 고치고 소를 지킬 수도 있다.
울타리 너머에 이웃이 있다. 웃음소리가 넘나드는 울타리, 생선 굽는 냄새에 코라도 행복한 울타리가 있었다. 이제는 개소리가 으르렁대는 이웃집 울타리이다. 어떤 선배가 야심한 밤 술에 취해 한적한 주택가에서 급한 김에 실례를 하다가 이웃집 개에게 손등을 물어뜯긴 적이 있다. 늑대도 호랑이도 없는 지금의 울타리는 사생활 보호라고 담 쌓고 그 위에 철창이 쳐진 울타리이다. 시대가 변하고 인심도 변하는 지금 사랑하는 이웃 만들기를 생각해 보았다. 지나갈 때 웃으며 인사하고 기껏 길 앞에 쓰레기라도 주웠더니 이웃사촌은 아니라도 이웃 원수로는 지내지 않고 있다.
사촌이 땅 사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사촌은 같은 핏줄이고 같은 할아버지이다. 겨우 2세대 차이다. 시간적으로 40년 정도의 차이다. 하기야 요즘은 2촌 사이에도 치고받고 법정 가서 싸운다. 2촌은 형제 사이이다. 형제도 나이가 40줄에 들어서면 많이 변하는 모양이다. 예전에는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는데 부부는 7년이면 변하고 도시는 3년이면 변하고 컴퓨터는 3개월이면 변한다니 40년은 너무 긴 세월이다. 오늘날 사촌이면 가깝고도 먼 사이이다. 이민생활 십수년이 지나면서 보지도 듣지도 못한 사촌보다 BBQ에 맥주를 나눠 먹을 만한 이웃사촌이 그리워진다.
헛간 같은 집이 산속에 있었다. 지금은 산불로 타버린 집이지만 이웃집에 내왕하는 사람은 보이지 않는 지나가는 차나 겨우 보일 정도 떨어진 곳에 한 채 한 채 있는 한적한 산동네도 있다. 동양인이 끼어든 것을 불편해 하는 은둔한 사람들의 동네이다. 산짐승들을 막기 위한 철조망 울타리와 개들이 그들의 가족의 일부이다.
자기의 삶에 만족하고 어울려 사는 것을 거부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들의 선대인지 산속 깊은 곳에 높은 돌담으로 둘러싸인 성들을 보면 그들 또한 세상을 떠나 외롭게 살던 사람들이었다. 유럽의 유명한 수도원 일수록 깎아지른 돌산 위에 독수리 집처럼 지었다. 하나님의 소리를 듣기 위해 하늘에 가깝게 사는 사람들이다.
전원주택이 유행이라고 한다. 옛날처럼 이웃끼리 친지들과 재미있게 모여 살려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다고 한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살다보면 제일 중요한 것이 말이다. 소위 살롱화법이라고 한다. 말 한마디에 천 냥 빚도 갚지만 평생 상처를 줄 수도 있는 것이다. 좋은 이웃이 되기 위한 살롱화법의 핵심은 상대방의 장점을 여러 번 칭찬해 주고 혹시 자존심을 건드렸으면 빨리 시인하고 사과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유머가 있다면 금상첨화라 할 수 있겠다. 도심 속에 살아도 이웃과 함께 살롱화법으로 정이 가는 이웃으로 오래오래 살았으면 좋겠다. 어쩜 이웃에게 천 냥짜리 귀동냥이라도 할지 모르니까.
미국생활은 외롭다. 달포 전 어떤 장례식장에서 상주 아닌 상주 노릇을 하였다. 빌빌거리면서 매달 빌 페이먼트 하기에 바쁜 시절이 지나면 주름진 얼굴에 지친 몸만 남는다. 고인도 성실히 살아온 이민자였고 지나고 보니 외로운 삶이였다. 너무 멀리 뛰어왔는지 뒤돌아다본다. 그리고 이것저것 내려놓고 가까운 곳을 본다. 좀 쉬어야겠다. 한자로 휴식은 나무에 기대어 쉬는 것이라고 한다. 나무는 자연이다. 지나온 삶을 자연의 순리에 비춰본다. 이제라도 행여 이웃사촌을 가까운 친지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적은 없는가 돌아본다. 그리고 시인하고 사과하는 용기를 갖고 싶다.
강신용 공인회계사, 수필가 (213)380-3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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