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바의 강물은 삶과 죽음이 조화 이루는 성수
갠지스 강물에 양치하고 망자의 잿더미도 떠내려 보내
바라니시는 열악환 환경 불구 문명사회 싫증난 젊은이들 몰려들어
카마스트라 성전 화려하고 애로틱한 석탑 힌두사상 그대로 보여줘
■ 바라나시
모든 사람들이 바라나시에 온 이유는 갠지스 강의 힌두문화를 체험하기 위하여 이다 뉴스와 TV 다큐에서 본 그 실체를 내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 시간과 정력을 들여 떠나온 여행의 목적이다. 새벽 5시에 기상하여 갠지스 강의 일출을 보려면 새벽잠을 줄여야 하였다. 노숙자 와 임자 없는 소들이 누워 밤샘한 지저분한 시가지 거리에 두어 평 남짓의 전통찻집이 문을 열고 새벽 손님을 맞는다. 외관상으로는 불결하여 도무지 생각이 없는 찻집이지만 마셔도 배탈이 안나다는 안내인의 설득에 황토 흙으로 만든 일회용 토기 잔에 뜨거운 인도 서민들이 마시는 전통차를 마셨다.
새벽잠을 설친 빈속이라 따끈한 차 한 모금이 뱃속을 녹여 준다. 일회용 토기찻잔은 마신 후 그냥 길거리에 버려 깨뜰어 버린다. 예약된 나룻배에 오르니 갠지스 강의 동녘에 붉은 태양이 솟아오는 여명이 밝아온다. 강 언덕 가트(Gaht)에서는 푸르스름한 연기가 피어오르며 화장(火葬)이 시작된다. 상류에서는 화장을 하고 중류에서는 일출을 맞아 남녀 힌두인들이 성스러운 강물에 몸을 풍덩 적시고 하류에서는 건장한 남자가 빨래를 하고 있다. 어떤 이는 화장터에서 긁어온 밑바닥 흙더미를 소쿠리 같은 채반에 담아 연신 물에 헹구며 시신에서 나온 금속을 찾는 것 같다. 완전 연소를 하였건 장작 살 돈이 적어 불완전 소각된 시신이건 화장을 마친 망자의 잿더미는 강물에 떠내려 보낸다. 그 강물이 목욕하고 양추하고 빨래하는 생활용수이기도 하지만 그들에게는 영혼의 죄악을 씻어 주는 성수이다.
현인이 노래한 ‘갠지스 강 푸른 물에 찰랑 거린다’는 낭만적인 풍경이 아니다. 삶과 죽음이 생존과 생활이 강물위에 조화를 이룬다. 엄숙한 사파(裟婆)의 강물에는 연꽃잎 위에 켜논 촛불이 조용히 흐른다. 힌두인들의 최고의 성지 갠지스 강은 그들에게 이세상의 모든 영욕을 떠내려 보내는 수행 장소이기에 우리에겐 불결한 물로 보이지만 엄숙한 힌두의 성지이다. 인도의 현지인들조차 지저분한 곳이라고 기피하는 불결하고 시끄럽고 혼란스러운 옛 고도(古都)에 고행을 맛보려는 세계 곳곳의 문명사회에 싫증난 젊은이들이 열악한 생활환경을 무릅쓰고 몇 달간 혹은 더 길게 머물다가고 그 어떤 매력에 이끌려 다시 찾아온다는 영혼의 도시 바라나시가 나의 기억에도 여러 가지 모습으로 남아 있을 것 같다.
인도를 구경하고 온 많은 사람들은 그 나라의 아름다운 면 보다는 부정적 이미지를 떠올린다. 관료들의 부패와 빈부격차가 정말로 천당과 지옥만큼 차이 있어 어느 곳을 가나 가난에 찌들고 불결한 생활환경만 눈에 띠는 지라 정을 주기 어려운 실정이다.
시키리 성에 연인과 함께 휴가 나온 젊은 군인과의 짧은 대화 속에 비록 언어와 풍습과 얼굴외양이 다르지만 그들도 우리와 같은 감정과 사고를 가진 똑 같은 인간임을 볼 수 있었다. 한 가지 잊을 수 없는 광경중 하나는 초저녁부터 열리는 힌두의 의식을 구경하러 가는 비좁은 골목길은 지상 최대의 혼잡한 시가지로 기억된다. 묵고 있는 호텔에서 릭샤를 타고 2마일 정도의 떨어진 갠지스 강까지 가는 퇴근길의 혼란은 표현할 수 없는 혼돈의 극치로 기억에 남았다. 스페인 남단 지브랄타 해협을 건너 모로코 메디나의 가죽염색공장을 찾는 그 골목길과 쌍벽을 이룰 것 같은 미로(迷路)는 버릴 수 없는 두 나라의 관광코스 인 것 같다.
쉴 새 없이 울려대는 자동차의 경적, 가로지는 소떼, 잠시 한 눈 팔면 밟히는 소똥, 개똥, 이것이 말라붙어 일으키는 흙먼지, 수 없이 늘어선 걸인들, 그중에서도 가슴 아리게 하는 불구의 걸인들을 냉정히 외면하고 지나칠 적이 제일 마음이 편치 않았다. 현지인들에게는 일상의 거리이지만 일본이나 한국에서 온 관광객은 예외 없이 마스크를 쓴다. 핵을 보유한 강성대국도 이 가난을 구제하지 못할까? 세계적 갑부가 사는 나라가 인도 아닌가. 이 나라도 새마을 운동을 도입하면 좋아질 수 있을까? 힌두사회의 오랜 인습과전통인 카스트 제도는 법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인도국민의 의식 속에 남아 있는 이 제도는 사회 발전에 큰 걸림돌이 되어 타파하기 힘든 현실이란다. 구습타파와 사회질서를 확립하여야 이 나라가 발전 할 것인데 어느 누가 개혁의 칼을 뽑아도 어디서부터 시작하여 할지 머리 아프게 생겼다고 주제 넘는 생각도 하여본다.
카주라호
바라나시에서 국내선으로 30분 비행거리의 카주라호에 도착 호텔에 여장을 풀고 점심 후 ‘파고다의 사랑’을 가 볼 예정이다. 카주라호의 사원은 중세 인도의 위대한 건축양식을 대표하는 힌두사원이라고 한다. 천 년 전 찬델라 왕조 시 한 세기동안 건설되었다. 힌두와 무슬림의 피 비린내 나는 전쟁의 역사 속에서 힌두의 종교성이 죄와 슬픔을 극복 하도록, 깊은 절망 속에 빠진 중생들에게 인간의 원초적 생명의 에너지인 사랑의 필요성을 역설하려고 이 탑을 세웠을 것이라고 어느 인문학자는 설명하기도 한다.
카주라호 사원 성애탑
인도의 성전(性典) 카마수트라(Kama Sutra)는 기원전 6세기경에 당시의 신학자들이 쓴 성애서이다. 이것을 근거로 하여 천 년 전 한 세기에 걸쳐 건설된 거대한 사원의 석탑이 있다. 그 당시에는 이 같이 화려하고 에로틱한 석탑이 80여개가 있었으나 무슬림의 침공으로 모두 파괴되고 한적하고 외진 이곳만이 그나마도 남아있어 오늘날 세기적 핍쇼의 현장이기도 하다. 관음증을 충족시키는 쇼라고 생각하면 우주의 시작을 남녀의 합일에서 시작한다고 믿는 힌두사상을 모독하는 불경한 말 일 것이다. 태양이 빛나는 한낮이라 그런지 이 수천수만의 형태와 체위의 에로틱한 성애조각상을 보고도 얼굴 붉히며 민망한 표정을 하는 관광객은 보지를 못하였다.
한 걸음 한 발짝 옳길 적마다 변화무쌍한 성애의 기교에 관람객은 감탄할 따름이지 음란한 생각은 들어올 틈이 없다. 원초적 인간 행위이기에 남녀노소 모두 부끄러움을 모르고 탄성을 지르며 예술작품에 달관한 초인처럼 속내들을 감춘다. 이 거대한 석탑에 새겨진 조각상이 몇 개나 되는지 통계숫자를 들어보지는 못했다. 할 일 없는 고고학자의 몫으로 남겨두어서일까. 카주라호에는 이 외에도 20여개의 사원이 산재한다는데 역사기행이 아닌 일정이라 유명한 카주라호의 성애사원이 관광코스의 하이라이트이다.
아그라 (Agra)
인도에서 가장 많은 관광객이 찾는 도시이다. 아그라시가 보유한 3개의 문화유산 가운데 하나가 타지마할이다. 무굴제국의 5대왕 사자한이 그의 왕비 뭄타즈마할의 죽음을 슬퍼하여 22년 동안의 긴 세월에 걸쳐 지어놓은 아름다운 무덤이다. 정문위의 22개의 첨탑이 오랜 공사기간을 말하여 준다. 죽은 자를 위하여 축조한 세상에서 가장 큰 무덤이 이집트의 피라미드라면 그에 버금가는 타지마할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무덤일 것 같다.
멀리 500연 년 전 그 큰 대리석을 운반하고 다듬어 돔으로 만든 건축술은 상상을 초월한 대 역사였을 것이다. 남편으로부터 얼마나 큰 사랑을 받아서 죽어서까지도 이토록 훌륭한 유택(幽宅)을 선사 받았을까하고 세상의 아낙들이 부러워하는 무덤이고 남편을 다루는 기교가 얼마나 훌륭하면 남자의 마음을 사로잡았을까하는 유부녀들의 선망을 자아내는 무덤이기도 하다. 결국 오랜 공사와 재정궁핍으로 나라의 경제가 기울었고 그의 아들 아우랑제브에게 왕위를 빼앗기고 유폐되어 야무나(Yamuna)강 건너편의 아그라성에서 8년간의 유배 끝에 사망하여 사랑하던 아내 곁으로 돌아가 묻혔다고 한다. 경국지색(傾國之色)이란 말이 여기에도 들어맞는 말 같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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