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국인 사망원인 3위… 한국에서는 6위 “심장질환 위험요소 줄이면 수명 연장” UCI 이화무 교수팀 연구결과 발표 주목
▶ 흡연자·먼지 많은 작업장 근로자 폐활량 검사 받으면 조기발견 도움
COPD (만성 폐쇄성 폐질환)
만성 폐쇄성 폐질환(COPD·chronic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은 호흡기의 작은 기도와 산소를 교환하는 폐포에 문제가 생겨 폐기능이 떨어지고 호흡곤란을 유발하는 만성 호흡기 질환으로 만성 기관지염과 폐기종을 합한 것을 말한다. 폐활량이 적어 숨을 잘 쉬지 못하는 만성 폐질환이다. COPD 환자의 약 3분의 1은 심근경색으로 사망한다. 최근 심장질환 위험요소를 예방하면 COPD 환자의 수명도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연구가 한인에 의해 밝혀져 관심을 끌고 있다.
UCI 의과대학 심장질환 예방 프로그램의 이화무 교수와 네이튼 웡 교수 연구팀은 프래밍햄 심장연구(Framingham Heart Study)에 참여하는 40세 이상 6,266명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심장질환 위험요소 점수가 높은 COPD 환자는 위험요소가 낮았던 환자보다 사망률이 2배 이상 높았다고 밝혔다.
연구를 주도한 UCI 임상교수이자 호흡기내과 전문의 이화무 박사는 “COPD는 폐에서 시작됐지만 전신염증 문제로 볼 수 있다. 폐에서 생긴 생리적 요소들(biomark)이 순환(circulation)을 통해 전신에 번져 골다공증, 심장질환, 체중감소, 우울증, 암에까지 영향을 끼쳐 전신질환 문제”라며 “또 심근경색 같은 심장질환과 COPD가 같이 생기는 확률이 많다. 이번 연구결과 10년 후 심장질환이 발병할 위험도가 낮은 COPD 환자는 위험도가 높은 환자보다 더 오래 건강하게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COPD는 미국인의 사망원인 중 심장질환, 암에 이어 3위를 차지하는 질환이며 매년 증가하는 병으로 이 병 때문에 생기는 경제적 부담도 점차 커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6,400만명이 앓고 있으며, 한국에서는 2005년 통계에 따르면 사망원인 6위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심장질환이나 암, 당뇨병 등에 비해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또한 치료도 쉽지 않다.
이화무 교수는 “COPD는 근본 치료가 없고 증상이 더 이상 진전되지 않게 하는 치료밖에는 기대할 수 없어 예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 COPD 환자는 심근경색으로 사망할 확률이 많아 심장질환 예방을 철저하게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한 “당뇨병, 심장병 등 치료제는 매년 새로운 약이 나오지만 호흡기 질환 약들은 임상실험이 3~5년 걸리고 오랜기간 연구해야 하기 때문에 실생활에서 사용하기엔 늦은 감이 있다. 조기 발견도 중요하다. COPD는 미리 진단해 조기 발견하면 병의 증상 진전을 호전시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심장질환, COPD가 독립된 질병이라기보다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으며, 심장건강은 COPD 환자의 생존에 매우 중요하고, 심장질환 위험을 검사하는 것은 COPD 치료에 중요한 부분이 돼야 한다는 것.
이 교수는 “COPD로 입원한 사람들 중에서 심장병이 없는 사람은 오래 살고 심장병 있는 사람들이 빨리 사망한다. 또 심장질환이 있으면서 COPD가 있으면 더 빨리 사망한다”며 “간단한 심장질환 테스트로 COPD 환자의 예후를 전망할 수 있으며, COPD 환자에게 심장질환 위험검사와 예방이 COPD 치료의 한 부분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프레밍햄 심장연구는 매서추세츠주에 사는 주민들을 대상으로 2년마다 검사한 기록을 말한다. 이번 연구에서는 COPD 환자를 대상으로 심장질환 위험요소를 분석해 10년 후 심장질환이 될 가능성을 분석했다.
이 교수의 이번 연구는 지난달 유명 의학저널 ‘체스트’(Chest Journal)의 온라인판에 게재됐으며 곧 인쇄 출판도 될 예정이다. 이 교수는 이전에도 체스트, 유럽 호흡기 저널, 미 당뇨병학회지(Diabetes Care) 등 유수 의학저널에 ‘폐기능과 심장질환 위험’ ‘대사증후군과 당뇨병을 앓고 있는 성인의 총 사망률과 폐활량의 관계’ 등을 주제로 다수의 연구논문을 발표한 바 있다.
< COPD의 위험 요소 >
- 40세 이상
- 흡연 또는 흡연 경력이 있는 경우
- 장기간 특정 화학약물, 매연, 먼지가 많은 환경에서 일했던 경우 혹은 심하게 노출된 경우
- 간접흡연 또는 공기 오염에 장기간 노출됐던 경우거나 심하게 노출된 경우
- 유전적으로 알파1-안티프립신(a1-antitrypsin)이 부족한 경우
#COPD의 진단과 검사
COPD는 진단 확인을 위해 폐기능 검사(폐활량 검사), 혈액검사, X선, 심전도, 가래 검사, 운동부하 검사 등을 실시하지만 주로 폐기능 검사와 증상 및 X선의 폐 사진으로 진단한다. 이 교수는 “심장질환 환자는 어느 위험요소를 검사해 10년 후 심장질환이 생기는 가능성이 얼마나 있는지에 대한 연구가 잘 진행돼 치료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지만 COPD 환자는 폐활량만 가지고는 10년 후 호흡곤란이나 사망을 예측하기에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체질량지수(BMI), 호흡곤란악화지수(dyspnea
index), 보행능력지수(walk distance), 폐활량 수치 등을 계산해 향후 사망 위험여부 및 호흡곤란을 예측하지만 실질적으로는 보통 폐활량에 의존해 향후 병 상태를 예측한다. 이 교수에 따르면 COPD 환자라도 심장, 폐 모두 검사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COPD의 원인
발병 원인 75% 이상은 바로 담배 때문. 그러나 이 교수는 “심장질환이나 COPD 환자의 병이 생기는 기전은 전신염증에 의해 생긴다고 많은 연구가 뒷받침하고 있다. 호흡질환의 염증은 나쁜 공기에서 시작하며 나쁜 공기가 폐 세포를 계속적으로 자극했을 때 일어나는 생리적인 요소들(biomark)이 전신에 퍼져 골다공증, 심장병, 체중감소, 우울증, 암에까지 큰 영향을 끼친다”고 설명했다.
담배는 호흡기를 자극한다. 또 밀폐된 공간에서 다른 사람의 흡연으로 나쁜 공기를 마셔도 호흡기가 자극될 수 있다. 이 교수는 “요즘에는 공기 매연도 큰 부담을 주고 있으며 어렸을 때부터 천식을 오래 앓고 있는 경우도 성장해 COPD가 될 가능성이 많다”고 지적했다.
COPD 환자의 주된 증상은 만성 기침, 만성 가래 및 호흡곤란이다.
COPD 환자들은 폐기능이 갑자기 확 떨어져 급성 호흡곤란이 나타나는 ‘COPD 악화’(exacerbation)도 문제다. 일종의 폐 발작으로 볼 수 있는 ‘COPD 악화’는 일 년에 1~2회 정도 나타나는데 이때 환자의 폐활량은 급격히 떨어지고 숨을 잘 못 쉬게 되며 악화가 자주 나타나면 결국 사망에 이른다. ‘COPD 악화’ 예방은 치료에 있어서 매우 중요하다.
또한 COPD 환자는 독감, 폐렴 등 호흡기 감염으로 사망할 수 있다. 비만, 고혈압, 당뇨병도 COPD와 연관이 되지만 어떤 것이 먼저 원인이 되는 질병인지 분명치 않다.
이 교수는 “COPD 환자의 3분의 1은 심근경색 때문에 사망하며, 3분의 1은 폐 자체가 망가져 인공호흡기로 연명하다가 사망하며, 3분의 1은 암(폐암)으로 사망한다. 또한 골다공증도 많고 체중감소도 많다”고 말했다.
#COPD의 치료
이 교수는 “근본적인 치료는 염증을 폐에 일으키는 요소를 제거하는 일”이라며 “담배를 피워서 생긴 경우는 담배를 끊으면 병이 더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뿐 아니라 상태유지를 통해 건강을 유지할 수 있다. 현재 여러 종류의 기관지 확장제, 스테로이드 등이 많이 쓰이지만 근본적인 치료는 아직 연구단계에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약물요법에는 기관지 확장제, 스테로이드 흡입제, 항자율신경제제가 쓰인다. 또한 나쁜 공기를 예방하면 병증이 중단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한인들도 COPD 환자가 많은가?
이 교수는 “미국에 사는 한인들은 주로 60세에 시작돼 여러 병발증이 합쳐져 호흡곤란을 겪고 있다. 보통 호흡증상이 생기는 60세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COPD는 무엇보다 예방, 조기발견이 매우 중요하다. 담배를 피우는 40~50대 사람들은 폐활량 검사가 조기 발견에 도움될 수 있다. 나이가 들어 가래나 기침이 심하면 COPD 검사를 한 번 받아볼 만하다. 이 교수는 “담배를 피웠거나 현재 피우고 있는 경우, 천식을 앓았던 경우, 먼지 많은 곳에서 일을 한 경우, 가족 중에 담배를 많이 피웠을 경우에는 60~70세가 되면 의심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COPD가 천식과 같은 질환인가?
그렇지 않다. 천식과 COPD는 엄연히 다른 질환이다. 물론 천식과 COPD를 함께 갖고 있는 경우도 많다. 천식은 주로 어릴 때 생기며 성인이 되면 천식과 COPD를 함께 갖고 있는 경우가 있다. 폐활량 검사로 구별이 가능하다.
<정이온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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