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김지우>
마더스 데이에 보스턴 한인합창단(단장: 장수인, 지휘: 박진욱)이 MIT Chamber Chorus 와 합동으로 MIT Kresge Auditorium에서 자선음악회를 연다는 소식을 듣고 공연을 손꼽아 기다렸다.
5월은 가족의 달이라지만 이렇게 멀리 혼자 고국을 떠나 이곳에서 공부하는 나같은 유학생에게 외롭지않게 휴일을 보낼 수 있는 좋은 공연이 될 거란 생각도 들게 되었다. 4시30분에 시작하는 공연에 조금 먼저 연주회장에 도착해 보니 이제 막 준비를 끝낸 스태프들이 각자의 정위치에서 간간히 들어오는 관객을 안내한다. 일요일 예배 후 시간이라서인지 몇 몇 교회 성도들도 보이고 간간히 안면을 트기 시작한 언니 오빠들도 보여서 반가운 인사를 나누었다.
포스터를 보니 이번 연주회는 Hope & Harmony 이라는 제목으로 연주한단다. 공연장 위치를 확인하고 MIT학교 근처에서 커피 한 잔 하고 시작 시각이 되어 입구 위쪽에 자리를 잡았다. 같이 온 몇 분들과 자리에 앉고 보니, 저아래로 무대가 한눈에 보인다.
시작은 MIT Chamber Chorus가 포문을 열었다. 정갈한 모습의 검은 복장을 한 단원들이 입장해서 합창을 했다. MIT합창단은 부드러우며 단조롭게 느껴지지 않은 음색을 구사하면서, 편안하고 감미롭게다가왔다.
곧 이어서 기다리던 보스턴 한인합창단의 무대로 꾸며졌다. 누가 봐도 정말로 음악을 좋아하고 즐기면서 하는 분들이구나 싶을 정도로 다양한 연령대의 합창단원들이 등장해서 개인적으론 낯선 음악을 편하게 들려줬다. 음악에도 맛을 느낄 수 있구나 하는 생각으로 들었다.
나의 짧은 소견이지만 지휘자와 합창단은 곡의 문화적 정서를 우러나는 그윽한 차의 향처럼 작곡가가의도한대로 잘 표현하여 듣는 이의 마음속에 차분한 여운으로 잡히도록 내려앉혀 주고 있다는 생각으로 편하게 들었다. 선곡들은 최근 작곡된 신가곡을 편곡한 합창곡이란 느낌이 들 정도로 신선했다. 영어가 모국어가 아닌 나에게도 이해가 되기 쉬운 가사와 단순하고 편안한 리듬으로 불러줘서 외국인들도 친숙하게 익힐 수 있는 곡을 더욱 편한 느낌의 합창으로 불렀다.
뒤이어서 세 명의 연주자들이 등장, 영화 ‘카사블랑카’에서 영화‘화양연화’ 로 바뀌는 순간이었다. 문외한인 내가 봐도 이 젊은 연주자들의 열정적이고 훌륭한 연주는 가장 화려한 순간을 그리는 화양연화를 보는 느낌이었다.
연주후 휴식시간에 재미난 풍경은 지휘자로 보이는 분이 수트를 벗어던지고 열심히 다음 공연 세팅이나 악기배치를 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한국이었으면 상상도 못할 지휘자의 모습에서 피식 웃음도 나지만, 이 합창단이 이런 열정으로 자발적으로 모여서 시작한 곳이구나란 생각이 드는 장면이었다.
또하나는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자주 보지못한 지인들과 담소를 나누기 위해 1층 로비나 2층에서 모여드는 화기애애한 모습이었다. 이것 또한 한국이라면 상상을 못하는 부분인데, 공연을 보러오는 관객이 모두가 아는 분들이고 모두가 같은 생활을 하고 있는 동질감을 공유하는 분들이구나란 생각으로 귀결되어졌다. 같이 간 선배는 다른 곳에선 만나지 못해도 음악회에서 만나는 분들이 꼭 있다며, 기다리듯이 내려가서 인사드리고 있었다.이어 시작된 후반부의 합창곡은 한국가곡인데 듣기에 따라 우리나라 대표적인 가곡으로 들어도 외국인에게 좋을듯 생각되었다.
한국가곡과 민요들은 노래의 흐름에 따라 역동성 있지만 잔잔하게 흐르는 선곡들이 관객의 귀와 눈을떼지 못하게 만들었다. 사물놀이에 쓰이는 우리나라의 역동적인 악기들과 어우러진 합창 그리고 아.리.랑... 나도모르게 따라 부르며 눈가가 뜨거워지는 우리의 노래…미국인합창단과 chamber 앙상블의 악기와 함께 불러내는 아리랑은 조용히 그러나 가슴묵직한 감동으로 빠져들게 한 너무나 벅찬, 멋진 하모니였다.
보스턴으로 유학을 오고 나서, 자주 한국의 엄마와 통화를 하게 될 때면, 엄마는 항상 몸은 건강하니? 밥은 잘 먹고 다니니? 공부는 잘 하고 있니? 이렇게 이야기 하는것이 고작이다. 하루종일 너무나보고싶고, 할 이야기도많을 터인데도, 정작 전화를 하게되면 이런 대화가 고작인 것이다. 새삼 내 수업 얘기를 브리핑하듯이 해 드릴 수도 없고, 말없이 같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죄스러워 먼 친척 얘기라도 꺼내면 곧 대화가 끊기고 만다. 딸자식인 내가 엄마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하기 시작한 건 그리 오래지 않다.
"내 나이 한번 돼봐라" 며 서운함을 내비치시는 엄마의 나이가 되려면 아직 30년이나 남았지만 자신을위해 시간을 쓰는 것이 익숙치않은 엄마가 해외에 있는 딸에게 소외되지 않고 함께 대화할 수 있도록 새로운 추억거리를 공유하는 것, 또 그 새로운 추억의 기회를 소망토록 하는 것은 이제 나의 몫이 란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얼마 전부터 엄마가 재미있어 할 이야기거리를 찾아다녔는데 이번 공연은 너무 좋은 기회이다.
멋과 맛을 재미있게, 의미있게 관객에게 주었던 이번 공연은 너무나 만족스럽게 다가왔다. 처음의 기획의도대로 들을 거리가 너무나 많은 공연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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