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장기 바닥론 vs 조기 상승론
▶ 차압 감소·일자리 증가·저금리 지속 올 1분기 리스팅 가격 이미 1.4% 올라
주택구입 여건이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 현재 주택가격은 2006년 정점 대비 약 34% 하락, 주택가격 급등 이전인 2002년도 수준이다. 모기지 금리도 상승할 것이라는 당초 예측과 달리 오히려 떨어져 집계 이래 가장 낮은 3.83%(30년 고정)로 내려갔다. 상황이 이쯤 되자 업계에서는 평생 다시 오지 않을 절호의 주택구입 기회라며 주택구입을 적극 장려하는 분위기다. 부동산 시장 전문가들도 구체적인 자료와 전망을 근거로 주택구입 장려 분위기에 가세하고 나섰다. 이와 더불어 시장에서는 이미 주택거래량과 주택 착공이 증가하는 등 시장 전환기의 모습이 나타나고 있다. 부동산 웹사이트 질로우닷컴의 스탄 험프리 대표는 지금을“주택시장이 어두운 터널 끝자락에 다다른 상황”이라며“바이어들이 주택구입 활동에 나서도 충분한 시기”라고 단정했다.
■“장기 조정” VS “연내 상승”
6년간 하락을 거듭한 주택가격이 결국 바닥을 보이고 있다. 급매성 매물을 제외한 일반 매물의 가격 하락폭이 현저히 줄고 있고 지역에 따라 주택가격이 이미 상승중인 곳도 많다. 부동산 시장 조사업체 코어로직은 지난 2월 주택가격이 전년 동기 약 2% 하락했지만 급매성 매물을 제외하면 하락폭은 0.8%에 그친다고 발표했다. 주택가격이 일단 바닥을 치면 장기 조정기를 거칠 것으로 예상되지만 일부 전문가는 이미 올해 내 주택가격 상승을 거론하고 있다.
대형 주택대출 은행 PNC 파이낸셜의 스튜어트 호프만 수석연구원은 주택가격 조기 상승론을 내놓았다. 호프만 연구원에 따르면 내년부터 주택가격이 오름세로 돌아설 전망이다. 호프만 연구원은 차압 감소, 일자리 증가, 주택대출 기준 완화 등의 조건을 전제로 주택가격이 올해 3분기쯤 하락을 멈춘 뒤 내년 중 상승할 것으로 예측했다. 주택 가격이 이미 바닥권으로 지금 집을 사도 좋다는 진단으로 볼 수 있다.
부동산 웹사이트 트룰리아의 제드 콜코 연구원은 조금 더 이른 올 여름을 주택가격 반등시점으로 지목했다. 트룰리아의 조사에 따르면 셀러들이 시장에 집을 내놓는 가격인 ‘리스팅 가격’이 올해 1분기 전 분기 대비 이미 약 1.4% 상승했다. 주택시장이 현재 전환기로 서서히 셀러스 마켓으로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다.
콜코 연구원은 “리스팅 가격이 상승하고 있다는 것은 주택 격 상승을 암시하는 강력한 지표”라며 “빠르면 올 여름부터 케이스-실러지수 등 주택가격 지수들의 상승세가 잇따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가격 상승폭은 그다지 높지 않을 전망이다. 금융정보 업체 파이서브사의 데이빗 스티프 수석연구원은 올해 4분기부터 주택가격이 상승을 시작, 내년 9월까지 약 4.2%가량 오를 것으로 예측했다. 반면 PNC의 호프만 연구원은 내년 중 이보다 조금 낮은 2%대 주택가격 상승 전망을 내놓았다.
■차압 인한 가격하락 위험 감소
250억달러 규모 모기지 부담 경감안 합의 후 차압이 급증할 것으로 예상됐지만 실제 차압 증가세는 미미한 수준이다. 최근 은행 측의 숏세일 승인율이 높고 차압 대신 재융자 및 융자 조정으로 차압을 피하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 차압이 일시적으로 증가하더라도 주택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당초보다 크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많다.
모기지 정보업체 렌더 프로세싱 서비스(LPS)사에 따르면 지난 3월 주택차압 통보 건수는 전달 대비 약 8.1% 증가했으나 전년에 비해서는 무려 30%나 줄었다. 차압의 위기에 처할 가능성이 높은 주택의 숫자도 최근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모기지은행업협회(MBA)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모기지 연체율은 약 7.58%로 전 분기(7.99%)보다 하락해 2008년 3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보였다.
차압으로 직결될 가능성이 큰 90일 이상 연체 모기지 비율의 경우 지난해 약 15%포인트 하락, 3.1%대로 하락했고 대부분의 하락이 4분기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나 모기지 연체 문제가 서서히 개선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차압매물이 급증해도 차압매물 구입에 대한 잠재수요가 탄탄해 주택가격 하락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현재 차압매물에 대한 수요는 크게 셋으로 분류된다. 저가대 주택을 구입하려는 실수요자와 구입 후 임대주택으로 전환하려는 투자자, 그리고 임대주택을 소화해 줄 것으로 기대되는 주택 압류자 등이다.
주택시장에 나오는 차압매물의 대부분은 이미 투자자들에 의해 빠르게 소진되고 있는 상황이다. 일부에서는 투자자와 실수요자들과의 구입경쟁이 벌어질 정도로 구입 열기가 뜨겁다.
주택시장 평가업체 클리어 캐피털사의 알렉스 비아코테 디렉터는 “차압매물에 대한 높은 수요가 주택가격 바닥권의 기준을 상향 조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같은 현상으로 차압매물이 집중된 지역 중 일부의 주택가격은 이미 상승세를 탔다. 전국 차압사태의 진원지인 애리조나 피닉스의 주택가격은 지난해 4분기 전 분기 대비 약 8.4%나 상승한 것으로 집계됐다.
피닉스 소재 팀 인베스트먼트의 탄야 마치올 대표는 “6개월 전 6만~8만달러에 매매되던 매물이 이제 9만~10만달러를 호가한다”며 “주택시장이 과열되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할 정도다.
클리어 캐피털사에 따르면 또 다른 차압사태 진원지인 플로리다 주요 도시 역시 최근 약 4.5%대의 주택가격 상승을 기록하며 완연한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다.
■대선 변수도 고려해야
모기지 금리가 최근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곧 오름세로 돌아설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온라인 모기지 대출업체 렌딩 트리의 더그 레브다 CEO는 “이자율이 현재의 수준에서 오래 머물지 않을 것”이라며 “이자율이 현재보다 오를 것이 확실시되지만 급등 우려는 없다”고 예측했다.
모기지은행업협회(MBA)의 경우 올 연말까지 30년 고정 모기지에 대한 이자율이 지난해 7월 수준인 약 4.5%까지 오를 것으로 전망했으며 프레디맥은 이보다 조금 높은 약 4.7%까지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MBA는 올해 모기지 발급액이 약 4,150억달러로 지난해보다 약 3% 늘어나고 2013년에는 이보다 2배 증가한 약 7,060억달러 규모를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올 연말로 예정된 대선 역시 직간접적으로 주택심리를 자극하고 있다. 대선 결과에 따라 주택시장 상황이 어디로 향할지 예측이 힘들기 때문에 주택구입 여건이 좋은 지금 ‘일단 사고’ 보자라는 심리가 작용중이다. 대개 대선을 앞둔 시점에 정부의 부동산 관련정책은 주택시장에 우호적이다.
따라서 적어도 연말까지는 저금리 위주 정책이 펼쳐질 가능성이 높아 주택구입이 유리하겠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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