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간의 신병훈련을 끝내고 이젠 논산훈련소를 떠나 6개월간의 군의교육을 받기위해 마산 군의학교로 가야한다. 훈련소 기간 동안 미사참례는 한두 차례 한 것 같은데 대전교구소속 조 종군신부님이 대위로 논산 훈련소 지도신부였다. 군 생활을 기쁘게 능동적으로 할 수 있었던 점도 역시 그동안 심어진 나의 신앙의 도움이 큰 것은 두말나위가 없다.
1960년 1월에 입소해서 4월에 훈련이 끝났기에 3개월간의 군사훈련을 통해 많은 것을 느끼고 배우고 익히고 단련할 수 있었다. 이것은 군이란 특수 조직이 아니고서는 다양한 교육의 효과를 단기간에 경험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다. 따라서 군 입대는 젊은 청년들에게는 또 다른 귀중한 인생 공부를 하는데 반드시 필요로 하는 좋은 특수 교육 현장임에 틀림없다.
그간 훈련병생활을 통해 쌓인 개인 사물을 챙겨 배낭에 넣고 3개월간 같은 막사에 기거하면서 연일 고된 훈련을 통해 사귄 친구들과 이별해야 하는 아쉬움을 안고 군용 열차를 타고 마산으로 향한다. 달리는 군용열차 안에 헌병들이 자주 지나가면서 검사를 한다는 명목으로 군신분증을 보여 달라는 등등 필요 없는 검문을 하면서 사병들을 괴롭힌다. 군용열차 통로로 헌병들이 지나가는 순간은 헌병의 얼굴을 빤히 처다 보게 되면 이유 없이 시비를 걸어 사병들을 괴롭히고 그러다보면 훈련생활 동안 한푼 두푼 숨겨 모아둔 돈을 슬쩍 건네주면 모르는 척하면서 받아 챙기고 지나간다.
군용열차 통로로 헌병이 지나가면 아무런 이유도 없이 마음이 편안하지 않고 무서움을 느낀다. 혹시 나를 보고 시비를 걸지나 않을 까 때로는 이유 없이 구타를 당하기도 한다. 이런 경우에 유일한 해결책은 돈을 건네주면 해결되기에 사병들은 군용열차 복도를 헌병이 지나가면 사병들의 마음은 불안을 느낀다. 3개월이란 짤막한 기간이지만 인생전반을 걸쳐 자기 삶에 큰 변화를 체험한 도저히 잊을 수없는 논산 훈련소를 떠나 마산을 향해 달리고 있다.
군용열차는 밤새워 사력을 다한 힘으로 새벽 5시30분경 구마산 역에 도착했다. 태어난 고향에서 첫 번째로 가장 먼 거리까지 온 곳이 논산 훈련소이다. 두 번째로 먼 거리에 오게 된 장소가 마산이다. 이른 새벽 구 마산역에 도착한 사병들은 각자 배낭을 어깨에 메고 역구내를 빠져 나온다. 항구 특유의 비린내가 나는 바닷물 생선 냄새가 바람을 타고 마산항의 고유한 인상을 심어주면서 나를 환영이나 하는 듯 나의 전신에 스며든다.
아직도 이른 새벽단잠에 취한 듯 시내는 조용하며 평화롭기만 하다. 바다로부터 밀려오는 짙은 안개로 휩싸인 가로등은 그나마도 밤새워 등을 밝히느라 지쳤는지 희미한 불빛만 안개 사이를 뚫고 퍼져나가면서 주변을 힘없이 밝히고 있다. 새벽 단잠을 즐기는 마산시를 혹시나 깨울까봐 훈련소에서 단련된 식식한 발걸음마저 내 딛기가 조심스러워질 정도로 정적이 짙게 깔인 마산시 거리를 걸으면서 우리를 기다리는 군 트럭에 도착한다. 그런데 긴장된 모습을 한 헌병들, 경찰들 군인들이 중무장을 하고 거리 여기저기에 서있다.
3월 15일 학생들 시위에 가담했다가 실종된 16세의 김주열군의 눈에 체류탄을 맞은 처참한 시신이 4월 11일 마산 신포동 앞바다에서 발견되었다. 이 사건이 기폭제가 되어 전국적으로 이승만정권의 퇴진 시위가 열렸다. 서울에서는 전국에서 모여든 교수, 학생들 학부모들과 시민들이 경무대(현재 청와대)앞에서 이승만 하야를 강력히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전북 정읍에서 태어난 김주열군은 16살 때 이모 할머니가 사는 마산 상고입학을 이해 마산에 갔다가 입학시험을 치르고 3월 15일 시위가 있든 날 저녁을 먹다말고 집을 나간 후 소식이 끊어졌다. 실종된 후 김주열 군의 상고 합격통지서가 배달되었고 실종된 후 4월 11일 마산신포동 앞바다에서 처참한 시신으로 발견되었다. 이 사건이 4.19학생혁명의 기폭제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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