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13일 북한이 인공위성 발사를 구실로 장거리미사일을 발사했으나 실패했다. 1998년 이후 네 번째 발사다. 북한은 우주의 평화적 이용은 주권국가의 합법적 권리이므로 부당한 이중기준을 적용해서 자기들의 위성 발사를 문제 삼지 말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국제사회는 북한의 군사용 미사일은 물론 위성발사용 로켓까지 강력하게 반대하고 있다. 북한의 처지에서 장거리 미사일은 그저 ‘돼지 목의 진주 목걸이’에 불과하다는 것이 국제사회의 중론이다. 이런 여론이 형성된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북한 정권은 국제사회에서 범죄자 취급을 받아온 지 오래되었다. 원자력을 평화적으로 이용한다며 국제사회를 속인 채 핵무기를 개발했고, 수십만명의 동포를 정치범수용소에 가두고 온갖 인권유린 행위를 자행하고 있다. 근대사에 유례가 없고 소련과 중국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3대 세습을 실현한 ‘김씨 왕조’는 그 일가와 소수의 핵심 계층이 자신들의 권력 유지를 위해 대다수 동포들에게 희생을 강요하고 있다.
이들은 ‘한반도 공산화 전략’을 포기하지 않은 채 남한 사회를 교란하는 것은 물론, 천안함 폭침 및 연평도 포격과 같은 대남 도발을 일삼고 있다. 게다가 마약, 위조지폐, 핵ㆍ미사일 기술 수출 등 정권유지를 위해 돈이 되는 일에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둘째로 북한이 현재 한국전쟁 이후 가장 강력한 유엔 제재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유엔 안보리 결의(1695호, 1718호 및 1874호)에 따라 북한은 군사용ㆍ평화용을 불문하고, 탄도미사일에 관한 ‘모든 활동’을 중단하고, 미사일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으로 폐기’해야 한다. 탱크, 비행기, 장갑차 등 주요 재래식 무기도 수입하거나 수출할 수 없다. 모든 유엔 회원국들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개발에 이용될 수 있는 기술과 금융 지원을 해서도 안 된다.
특히 중요한 것은 대북한 ‘사치품’(luxury goods) 수출도 금지되었다는 사실이다. 고급 시계, 승용차, 모피, 요트, 양주 등 사치품 금수를 규정한 것은 북한 정권 핵심부를 겨냥한 조치이다. 김정일 부자가 사치품을 이용한 ‘선물정치’를 하면서 충성심을 유도한다는 것을 파악한 유엔이 이들의 통치 역량을 약화시키기 위해 만든 맞춤형 제재인 것이다. 오늘날 국제사회가 북한정권을 어떻게 바라보는 지를 잘 알 수 있는 매우 의미 있는 규정이다.
마지막으로 가장 중요한 이유는 지금 북한의 형편상 그들이 주장하는 인공위성을 쏘는 것이 말이 안 된다는 점이다. 북한 동포들의 먹고 사는 문제를 해결하는 일도 아득한 데 인공위성을 가장한 장거리 미사일이 무슨 필요가 있단 말인가? 가당치도 않은 일이다.
나라 형편이 어려워도 정권이 살림을 잘 하면 장래의 희망이라도 있지만 북한은 그렇지도 못하다. 북한은 훨씬 가난한 나라보다 더 많은 식량을 구걸하는 처지이다. 2010년 기준으로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이 1,543불이고, 네팔과 르완다가 1,210불, 1,150불인데, 세계식량기구의 연간 지원규모는 각각 19만5,000, 2만9,000, 1만2,000톤이다. 국민소득은 더 많은 데 외부의 지원에 더 의존하는 것은 특권층이 부를 독점하고 핵ㆍ미사일 개발에 나랏돈을 탕진하기 때문이다.
장거리미사일 발사대를 건설하고 발사하는 데 보통 8억5,000만달러가 든다고 한다. 이 돈이면 옥수수 250만 톤을 구입할 수 있다. 2·29 합의에서 미국이 제공하기로 한 24만톤의 식량을 10년간 조달할 수 있고, 북한의 연간 식량부족분 40만톤의 절반을 해결할 수 있는 돈이다.
김일성 부자의 유훈인 강성대국의 실체가 백성이 배불리 먹고 잘 사는 나라가 아니라 ‘핵과 미사일’로 무장한 군사강국임을 알 수 있다. 지난 3월 서울에서 열린 핵안보정상회의에 참석한 각국 지도자들이 북한에 대해 미사일 발사보다 민생을 챙기라고 충고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었다.
북한은 국제사회의 이런 충고를 받아들여야 한다. 그들에게 아직 기회는 남아 있다. 그러나 이런 축와 경고를 무시하고 자신들에게 주어진 마지막 기회까지 저버린다면 그들이 감당해야 할 결과는 너무나 자명하다. 아무쪼록 이번 미사일 발사 실패를 통해 북한이 뼈저린 교훈을 얻었기를 바란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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