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프리-메디케이션’ 투약 항암치료 부작용 줄여
▶ 면역세포 분비 단백질이 만성 염증 유발 에너지 소모 많아지고 근골격 근육 빠져 피곤·기력 없어… 지속땐 사망 이를 수도 / 암 호전돼야 증상 사라져 많이 먹는 것보다 고칼로리 음식 섭취 필요
악액질 cachexia
암환자에게 나타나는‘전신쇠약 상태’를 악액질(cachexia)이라고 한다.
이것은 단순한 암 환자의 영양결핍이 아니다. 암 치료를 위해 수술을 받거나 화학요법, 방사선 치료 등을 받으며 암과 싸우는 과정에서 환자는 무척 힘들어하고 체중도 눈에 띄게 빠져 마르게 된다. 체중도 부지불식간에 줄어드는데 6개월 동안 환자 체중의 5% 이상 확확 빠진다. 단순히 환자가 먹지 못해 체력이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환자 몸에서 암세포와 싸우기 위해 분비되는 사이토카인이 환자의 몸과 근육을 분해해 에너지로 사용하기 때문에 체중 감소가 나타나는 것이다. 안상훈 암 전문의의 도움말을 통해 암환자가 겪는‘악액질’에 대해 알아본다.
#악액질이란?
사실 암에만 생기는 것은 아니다. 안 전문의는 “만성 염증상태에 있게 되면 몸무게가 빠지는데, 특히 근골격계 근육이 빠지는 것이 특징”이라 설명했다. 암뿐 아니라 만성질환 에이즈, 류마티스성 관절염 등 만성 염증성 질환에는 다 있을 수 있는 증상이다.
예전에는 암환자에게서 체중이 빠지면 암 치료하느라 또 암 자체 때문에 잘 못 먹어서 빠진다고 생각했다. 항암제 때문에 입안이 다 헐거나 복통에 설사 등이 나타나기 때문에 잘 먹지 못해 체중이 빠지는 것으로 봤었다. 또 음식을 먹어도 암이 자라는데 에너지가 가는 것도 고려됐다. 식욕이 없어서, 잘 먹지 못해서 체중이 빠지거나 암이 자라는데 에너지가 가기 때문에 체중이 빠지는 것도 맞는 얘기다.
그러나 안 전문의는 “우리 몸은 가만히 있어도 휴식 대사량(Resting Energy Expenditure)이라고 해서 대사활동이 이뤄진다. 하지만 암 환자는 가만히 있는데도 휴식 대사량이 정상보다 올라간다. 가만히 있어도 에너지 소모가 많다”고 설명했다.
암이 있으면 암을 죽이기 위해 면역세포가 활동하는데, 면역세포가 암을 죽이기 위해서 분비하는 단백질 중에 사이토카인이란 물질이 있다. 사이토카인은 암을 죽이기도 하지만 그 자체로 염증을 유발하기도 한다. 안 전문의는 “염증을 유발하고, 항상 대사활동이 일어나 에너지 소모가 많아 몸무게가 빠질 수밖에 없다. 특히 지방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근골격근이 점점 없어져 문제”라고 지적했다.
암환자의 경우 점점 근육이 없어지고, 더 약해지며 체중이 빠지니 힘들고 피곤하고 기력이 없고, 오래 지속되면 결국 악액질 때문에도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 흔히 말하는 암환자가 암 자체 때문에 죽는다기보다는 결국 체중감소로 인한 악액질로 사망할 수도 있다. 암 환자의 10~20%는 체중감소와 영양결핍으로 인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어떤 암환자가 많이 겪는가?
구강암이나 식도암, 위암, 췌장암, 폐암 등 환자들이 많이 겪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암제는 자라지 않는 세포에는 별 영향을 주지 않고 빨리 전환되는 세포들을 공격한다. 빨리 자라 전환되는 세포는 턴오버(turnover)가 빠르다고도 하는데, 사이즈가 커지는 것이 아니라 빨리 자라서 성장하고 소멸되는 과정이 빠른 세포들을 말한다. 우리 몸에서는 혀, 미각담당 세포, 구강 안 점막, 장을 싸고 있는 점막, 머리카락 등이 빨리 전환되는 세포들에 해당된다. 또 골수에 있는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등 세포들도 턴오버가 빠르다.
암환자가 화학요법(키모테라피)을 하게 되면 항암제는 이 턴오버가 되는 시점을 공격하게 된다. 안 전문의는 “식도나 두경부, 위 등에 있는 세포들이 예민하고 빨리 턴오버 되기 때문에 더 영향을 받아 관련 암 환자들이 악액질에 더 시달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 방사선 치료 등 복합적으로 작용해 악액질이 더 심해질 수도 있다.
#암환자의 악액질 증상은
크게 말하면 전신적으로 기운이 없고 쇠약한 상태를 보인다. 또 전신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호르몬 영향이 나타나고, 내분비계에 영향을 끼치며, 신경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기억력 감퇴, 집중력 저하, 손발 저림, 기력이 없어지는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단순히 근육이 없어져서 약한 것도 아니다. 안 전문의는 “사이토카인이 분비돼서 만성 염증상태에 있는 기전이 있기 때문에 전신적으로 다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악액질을 치료할 수 있나?
단순히 많이 먹는 것으로 해결되는 것이 아니다. 안 전문의는 “특별한 치료법은 없고, 암 자체가 치료돼서 조절이 돼야 호전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따로 악액질만 치료할 수 있는 약이 있는 것도 아니다. 암 치료를 병행하면서 암 사이즈가 줄거나 증상이 호전돼야 한다. 암 치료가 되면 만성 염증이 낮아지고, 휴식 대사량이 낮아져 에너지를 덜 소모하게 된다.
또 단순히 많이 먹는 것으로 문제는 아니다. 암환자에게 악액질이 나타나면 암 치료와 함께 식사를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사실 암 치료 중에 식사를 잘 하기는 쉽지 않다. 환자 자체가 입맛이 떨어지기도 하고, 일정 음식에 대한 몸의 반응이나 몸에서 영양분을 이용하는 체계도 변할 수 있다. 입맛을 좋게 해주는 물약을 먹기도 한다.
항암제 치료를 할 때는 우유, 치즈, 달걀 등 고칼로리 음식을 섭취할 수 있게 암 환자의 식단이 마련된다. 또 인슈어(Ensure) 같은 고단백질 셰이크를 마시기도 한다. 환자는 암 치료를 받는 동안에는 고칼로리 음식을 더 많이 먹으라는 얘기를 듣는다. 과일이나 야채 등 섬유질이 많은 음식은 이때 쉽게 포만감을 일으켜 음식 섭취가 적어지고 설사를 일으킬 수도 있어 적게 먹고, 되도록이면 평소 좋아하는 고칼로리 음식을 소량씩 자주 먹는 것이 좋다.
#오심과 구토 등 후유증은
암 환자가 겪는 후유증은 암에 따라 다르고, 어떤 치료를 받는가, 치료기간 등에 따라 다 다르다. 수술에 따른 부작용이나 항암제 부작용, 방사선 치료 등에 따라 다르며, 항암제에 따라 치료 중에 바로 나타나지 않고 10~15년 후 한참 지나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장 점막이 손상을 입게 되면 복통, 설사, 머리카락 빠지는 것, 식욕감퇴, 피로감 등이 나타난다. 또 항암제에 따라 손발 저린 것이 나타나는 등 신경에 영향을 주는 항암제들도 있다.
골수기능이 떨어지면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이 감소하는데, 백혈구가 낮아지면 감염 위험성이 증가하며, 적혈구가 감소하면 빈혈이 심해지고, 숨이 차며 기력이 떨어지고, 혈소판이 감소하면 출혈이 나타날 수 있다.
안 전문의는 “대개는 환자들이 항암제 치료 중 많이 힘들어하며 오심이나 구토를 가장 걱정하며 제일 힘들어한다”고 지적했다. 오심은 속이 메스꺼운 느낌이나 위와 목 안쪽이 울렁거리는 듯한 느낌을 말한다. 오심이 나타나면 식은땀이 나타나며 어지럽고 바로 구역질이나 구토가 이어지기도 한다.
안 전문의는 “그러나 최근에는 ‘프리-메디케이션’이라고 해 항암제 치료 전 투약하는 약들이 많이 좋아졌다. 또 예전에 비해서는 항암제 부작용을 앓는 정도도 훨씬 적어졌다”고 지적했다. 오심이나 구토를 예방하는 약을 항암제 치료 전에 먼저 환자에게 복용하게 하기도 한다. 또 피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스테로이드계통 약을 쓰거나 항히스타민제, 타이레놀 등이 항암제 치료 전 사용되는 약들이다. 이런 ‘프리-메디케이션’ 약물은 항암제 치료 전 30분~1시간 정도 전에 복용하게 된다. 또 집에서 먹는 약물로 함께 처방되기도 한다.
#암환자가 고기 먹으면 안 된다는 것은 오해
암환자는 치료로 인한 부작용을 최소화하며, 감염 위험성을 낮추고, 신체를 유지시키며 빠른 치유와 회복을 위해 영양공급이 잘 이뤄져야 한다.
모든 종류의 음식을 골고루 섭취해야 균형 잡힌 영양분을 공급받을 수 있다. 단백질, 탄수화물, 지방, 물, 비타민, 미네랄 등을 모두 고루 섭취해야 한다. 단백질은 손상된 조직을 치료하고 건강한 면역체계를 유지할 수 있게 도우며, 탄수화물과 지방은 열량을 제공하고, 비타민과 미네랄은 인체 성장을 위해 꼭 필요한 영양분이다.
양질의 단백질을 섭취해야 하는데, 한인들은 암에 걸리면 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고 많이들 오해한다. 하지만 적극적인 영양관리는 항암치료 효과를 높이며 생존율을 높이는데 큰 역할을 한다. 좋아하는 음식을 자주 먹도록 하고, 요거트, 시리얼, 우유, 치즈, 크래커 등 고단백 건강스낵을 먹는다. 영양 및 음식관리, 비타민 복용 여부에 관해서는 꼭 주치의와 상담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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