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대통령에게 자신의 최대 업적을 꼽으라면 주저없이 “헬스케어 개혁법”이라고 답할 것이다. ‘환자 보호와 감당 가능한 의료법(Patient Protection and affordable Care Act)’이라는 긴 정식명칭이 있지만 반대하는 보수파는 경멸을 담아, 지지하는 진보파는 감사를 담아 ‘오바마케어’라고 부르는 이 개혁법이 내일(23일)로 서명 2주년을 맞는다.
뜨거운 논쟁과 폭력적 시위로 치달으며 국론을 양분시키는 우여곡절 끝에 ‘역사적’ 입법화에 성공한지 벌써 2년이 지났는데도 오바마케어는 정착하지 못하고 여전히 표류 중이다. 법안 자체가 2,000여 페이지로 분량이 워낙 방대하기도 하지만 일부 시행된 부분의 혜택효과는 잘 알려지지 않은 채 아직 시행에도 들어가지 않은 핵심조항은 법정소송에 휘말린 상태다.
연방대법원의 첫 심리가 다음 주 월요일부터 시작된다. 오바마케어의 위헌여부를 가리는 사안의 중요성을 감안했는지 대법원은 보통 한 케이스 심리에 1시간을 할애하는 통상을 깨고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에 걸쳐 6시간의 심리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그동안 일자리를 비롯한 경제이슈에 밀려 관심권에서 벗어났던 헬스케어 개혁법이 다시 뉴스의 조명을 받으며 정치무대 중앙으로 나오고 있는 것이다.
이 기회를 놓칠세라 찬반진영의 움직임이 부산하다. 보수진영은 24일과 27일 워싱턴에서 개혁법 폐지위한 대규모 항의시위를 가질 계획이고 진보진영은 대법원 옆 교회를 빌려 심리기간 중 개혁법 홍보위한 미디어센터로 운영할 준비를 끝냈다. 거기에 타운홀 미팅과 TV광고, 케이블 뉴스를 도배할 보도와 분석…다양한 행사가 이달 말까지 시끌시끌 전개될 것이다. 공화당에겐 2010년 중간선거 이후 조금 느슨해진 반대여론을 결집 강화시킬 황금기회요, 표밭의 분노를 선동하는 티파티 기세에 눌려 개혁법의 혜택조차 제대로 알리지 못했던 민주당에겐 역전의 계기가 될 수 있다.
비당파적 카이저 가족재단의 최근 여론조사에 의하면 응답자의 41%가 개혁안을 지지했고 40%가 반대했다. 공화당의 반대는 뜨겁고 민주당의 지지는 미지근하지만 수치는 비슷하다. 2년째 그대로다. 계속 찬반으로 대립하는 동안 개혁안이 내용 자체보다는 이념대결의 상징처럼 되어버렸으니 홍보로 여론의 방향을 바꾸기는 너무 늦었을 지도 모른다.
오바마케어의 앞날을 결정할 주요 요소는 두 가지다 : 오바마의 재선과 연방대법원에서의 합헌 판결, 이 두 가지가 실현되어야 개혁안은 원안대로 살아남아 시행될 수 있다. 원안대로 시행되어야 개혁안의 주목적인 수천만 무보험자가 구제되고, 무보험자 없는 전국민 의료보험이 실현되어야 천정부지 의료비의 고삐를 잡을 수 있고, 의료비 상승에 제동이 걸려야 해마다 치솟는 우리들 보험료의 인상폭도 합리적 수준에 머물게 될 것이다.
대법원의 위헌여부 판결은 금년 회기가 끝나는 6월말 쯤 나올 것이다. 심리의 주요 관점은 네 가지다.
첫째 모든 개인에게 의료보험에 가입하라 명하고 이를 어기면 벌금을 부과하는 의무화 조항은 위헌인가, 혹은 헌법이 보장한 연방의회의 각 주간 통상을 규제할 수 있는 경제입법권 행사에 해당되는 합헌인가. 둘째 2014년부터 시행되는, 아직 아무도 벌금부과를 받은 적 없는 의무화 조항에 대한 합헌성 판결은 대법원 소관인가, 시기상조 아닌가. 셋째 만약 의무화 조항이 위헌이라면 그 조항만 폐기되는가, 아니면 나머지 법 전체도 무효화 되는가. 넷째 연방정부는 개혁안에 의해 각 주에 메디케이드를 확대시킬 수 있는 권한을 가졌는가. 이 사안에 소송을 제기한 주는 현재 26개나 된다.
대다수의 법 전문가들은 합헌 판결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연방의회의 경제규제권을 인정해온 사법부의 오랜 전통과 판례에 근거한 추론이다. 합헌이든 위헌이든 판결의 결과는 이번 여름 대선 캠페인의 핫이슈가 될 헬스케어 논쟁을 한층 더 뜨겁게 달굴 것이다.
그런데 엊그제 금년 대선 헬스케어 논쟁에 또 하나의 화두가 던져졌다. 공화당의 폴 라이언 하원 예산위원장이 20일 공개한 내년 예산안에 포함된 메디케어 개혁플랜이다. 정부운영 노인의료보험인 현행 메디케어를 바우처시스템으로 바꾸자는 사실상의 민영화 제안이다.
노인들의 절대다수가 반대하는 메디케어 민영화를 부자감세와 함께 제안했으니 민주당에겐 그야말로 ‘3월의 크리스마스 선물’인 셈이다. 한결같이 오바마케어 폐지를 공약으로 내건 공화경선 후보들은 또 한결같이 라이언의 메디케어 개혁플랜을 지지한다. 공화당은 오바마케어 반대로 톡톡히 재미 본 2010년에 이어 금년에도 표밭의 분노를 동원하기 기대하고 민주당은 메디케어 민영화에 대한 노인들의 두려움이 민주당 지지표로 이어지길 희망한다.
미트 롬니가 공화 대선후보가 된다면 상황이 조금 달라질 수도 있다. 롬니가 주지사 시절 서명한 매사추세츠 헬스케어 개혁법의 핵심이 공화당의 주 타겟인 개인의 보험가입 의무화 조항이어서 아무리 롬니가 차별화를 주장해도 릭 샌토럼의 공격처럼 “오마마케어의 청사진은 바로 롬니케어”이기 때문이다.
정치판 이념대결의 상징으로 남용되고 있는 헬스케어 개혁법의 생사는 무보험 환자들에겐 너무나 절박한 현실이다. 롬니의 경선 승리가 오바마케어를 정치싸움에서 구해내는 한 방법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박록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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