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침체·잇단 해고 등 수년째 지속된 음울한 환경 어차피 못 떨쳐버릴 거면 같이 어울려 살 수밖에… 긍정적 자세가 변화 가져와
미국인들의 스트레스 수위가 5년만에 처음으로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스트레스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스트레스에 대한 인식과 이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변화가 온 것이라고 설명한다.
■스트레스 수위 5년만에 떨어진 이유 있었네
미국인들의 스트레스 수위가 5년만에 처음으로 떨어지며 2007년 이후 최저수준을 기록했다고 한다. 미국심리학회(APA)가 발표한 설문조사 분석 내용이니 마냥 ‘헛소리’는 아닐 터인데, 뚯 밖이라는 느낌이 드는 게 사실이다. 경제 기상도가 여전히 칙칙하고 스트레스 유발요인들 역시 굳건히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무슨 잠꼬대 같은 소리냐는 반론이 터져 나올 법 하다. APA 설문조사에서도 미국인들은 이전과 다를 바 없이 심한 스트레스를 받으며 생활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응답자의 75%는 돈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고 털어놓았고 3분의 2는 직장 스트레스를 호소했다. 게다가 전체의 절반 이상이 대인관계나 건강 문제로 고민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스트레스 수위가 내려갔다는 분석은 정말 틀린 것일까?
전문가들은 스트레스 자체가 줄어든 것은 아니지만 스트레스에 대한 인식과 이를 받아들이는 태도에 변화가 온 것이라고 설명한다.
뉴욕 메디칼 칼리지의 심리학 임상 교수이자 비영리기관인 미국 스트레스연구소 소장 폴 로슈에 따르면 스트레스는 미국인들의 삶 속에서 ‘새로운 표준(new normal)’으로 자리를 잡았다. 지난 수년간 스트레스 충만한 환경이 지속되다 보니 그것이 정상처럼 받아들여지게 됐다는 뜻이다. 다시 말해 사람들이 스트레스에 적응한 셈이다.
로슈는 스트레스가 여전히 만연된 상태이지만 더 이상 새삼스런 불만 요인은 아니라며 “이제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삶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이고 있다”고 말했다.
APA가 스트레스 수위 측정을 위해 설문조사를 시작한 2007년 이래 스트레스 수위는 해마다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18세 이상 성인 122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이번 조사 결과는 조금 달랐다. 1에서 10까지의 수위 분류 등급에서 응답자들이 느끼는 스트레스의 평균치가 5.2로 떨어졌다. 8이상의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린다고 대답한 참여자들의 비중도 바로 이전 조사 당시의 32%에서 22%로 낮아졌다. 또한 응답자의 27%는 지난 5년새 스트레스가 줄어들었다는 견해를 보였다.
아틀랜타 소재 스트레스연구소의 창립자인 캐슬린 홀은 “세상에 스트레스를 안 받는 사람이 어디 있겠느냐”며 “그게 인생이고, 산다는 것 자체가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어차피 스트레스를 피할 수 없다면 적절한 대처법을 찾아내는 게 급선무다. 스트레스에 깔리는 것이 아니라 올라타는 방법을 찾아야한다.
캐슬린은 나름대로의 해소법을 개발하고 일과 생활 사이의 적절한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매사추세츠 칼리지 교수인 마리 데이시 역시 ‘스트레스와의 동거’가 문화의 한 부문으로 자리 잡았다고 진단했다.
그녀는 리얼리티 TV 쇼가 스트레스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에 변화를 가져왔다는 흥미로운 의견을 제시했다.
“리얼리티 TV쇼를 통해 어려운 상황에 처한 숫한 사람들을 접하다 보니 스트레스에 대한 인식에 변화가 생겼다”는 것.
“스트레스가 정규화(normalized)됐다”는 그녀의 진단은 “스트레스가 생활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폴 로슈의 지적과 일치한다.
APA 최고경영자인 임상 심리사 노먼 앤더슨은 스트레스가 가시화될수록 대처방법에 대한 논의도 활발해지기 마련이라며 스트레스 수위가 낮아졌다는 것은 이에 대한 관리방법이 개선됐다는 사실을 뜻한다고 말했다.
APA는 “스트레스란 개인의 처리 능력을 초과하는 과도한 요구를 받을 때 발생한다”고 정리한다. 그것이 직장일이건 학교일이건 아니면 대인관계건 간에 스스로 “처리불가능” 판정을 내릴 정도의 심리적 과부하가 걸릴 때 스트레스에 노출된다는 뜻이다.
스트레스가 완전히 나쁜 것만은 아니다. 때로는 에너지를 북돋아 어려운 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을 주기도 한다. 정신적 긴장이 불러오는 효과다.
하지만 지나친 스트레스는 심장질환, 우울증, 비만 등 건강이상으로 직결되는 조바심, 불면증, 근육통, 고혈압, 면역체계 약화 등을 초래한다.
오늘날 미국인들은 과거에 비해 조깅과 요가, 명상 등 스트레스 해소법에 훨씬 많은 관심을 기울인다. 부작용 유발 위험성이 높은 진정제나 항울제를 사용하는 대신 이른바 ‘대체접근법’ 쪽으로 기운 상태다.
펜실베니아대학 의대 임상 조교수인 마이클 바이미는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최상의 수단은 운동이라고 잘라 말했다. TV 감상 등의 수동적 관리법과 달리 운동은 스트레스가 유발한 생리적 손상을 치유하는 효과를 갖기 때문이다.
스트레스를 유발하는 주요 동인은 세대별로 차이를 보인다.
나이든 세대는 노후자금을 털어가는 경제난에 열을 받는 반면 젊은 세대는 취업난에 속을 썩인다. 18세에서 32세 사이의 연령대에 속한 이른바 밀레니멈 세대의 절반 가량이 경제를 스트레스 유발요인으로 꼽은 반면 33~36세 연령층인 X세대의 66%, 베이비 부머세대의 76%가 같은 대답을 했다. 66세 이상으로 넘어가자 경제적 이슈로 ‘내장탕’을 끓인다는 반응은 71%로 다소 낮아졌다.
40대 중반 이하의 연령대에서는 사람들과의 ‘관계’가 최대 스트레스 유발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밀레니엄 세대의 63%, X세대의 65%가 관계 문제로 가슴앓이를 하거나 골머리를 앓는다고 대답했다.
실직은 모든 연령층을 아우르는 확실한 스트레스 제조기다.
22세와 26세 사이의 자녀 네명을 둔 마이클 마골리스(48)는 15개월전 일자리를 잃었다. 5년새 두 번째 해고다. 그는 행정보조직 직원인 아내에게 미안하고, 학비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자녀들을 돕지 못하는 게 너무 답답하다고 말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현실적 상황에 익숙해진 탓인지 스트레스는 줄어들었지만 대신 우울증이 심해졌다.
집안일을 적극적으로 돕고 부지런히 일자리를 찾으며 하루하루 실직 스트레스에 적응해가고 있으나 “죄책감이 엷어진다는데 대한 죄의식”을 떨치기 힘들다.
리처드 페이톤(30)도 장기 ‘백수시대’를 거쳤다. 대학에서 연기를 전공한 그는 일자리를 찾아 뉴욕에서 미시간으로 자리를 옮긴 후 컨트리클럽의 직원으로 취직했다. 하지만 몇 년 전 실직자로 전락한 후 빚더미에 올라앉았고, 이 때문에 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원형 탈모증까지 생겼다.
그는 2010년 파산을 신청하면서 스트레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아무리 해도 안 되는 일을 붙잡고 씨름을 하느니 모든 것을 내려놓고 새로 시작하자고 마음먹으니 스트레스가 슬며시 물러서더라는 것. 현재 그는 개업의의 접수원으로 근무하며 매주 몇 차례씩 체육관에서 운동을 한다.
페이톤은 “스트레스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해봐야 진력만 날뿐 아무 소용이 없다”며 “그보다는 우리 인생의 긍정적인 면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현명하다”고 말했다.
댓글 안에 당신의 성숙함도 담아 주세요.
'오늘의 한마디'는 기사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남의 생각을 들으며 서로 다양한 의견을 나누는 공간입니다. 그러나 간혹 불건전한 내용을 올리시는 분들이 계셔서 건전한 인터넷문화 정착을 위해 아래와 같은 운영원칙을 적용합니다.
자체 모니터링을 통해 아래에 해당하는 내용이 포함된 댓글이 발견되면 예고없이 삭제 조치를 하겠습니다.
불건전한 댓글을 올리거나, 이름에 비속어 및 상대방의 불쾌감을 주는 단어를 사용, 유명인 또는 특정 일반인을 사칭하는 경우 이용에 대한 차단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차단될 경우, 일주일간 댓글을 달수 없게 됩니다.
명예훼손, 개인정보 유출, 욕설 등 법률에 위반되는 댓글은 관계 법령에 의거 민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으니 이용에 주의를 부탁드립니다.
Close
x