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의 유령’은 간혹 오페라로 착각되기도 하는, 뮤지컬 작품이다. 아마 제목 때문이겠지만, 이 작품은 20세기에 발표된 최고의 대박 작품으로 흔히 뮤지컬하면 이 작품을 떠올릴 만큼 뮤지컬의 대명사로 불리는 작품 중의 하나가 바로 ‘The Phantom of the Opera’ 이다.
이작품은 88년에 제작, 10여년만에 무려 6천만 관객동원에 성공했고 25년이 지난 올해까지 전세계적으로 1억 3천만명 이상이 관람했다고 한다. 뮤지컬이 큰 소리 칠 만한 성과였다. 그런데 얼마 전 이 뮤지컬에 먹칠이 가해지는 사건이 일어났다. 즉 작품의 영화화가 그것이었다. 흔히 성공한 뮤지컬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은 종종 있는 일이지만 ‘오페라의 유령’만큼은 예외였다. 이 작품(영화)은 참담한 실패로 끝나고 말았는데,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났을까?
이 극장에 유령이 산다… 이러한 제목으로 ‘오페라의 유령’이라는 소설이 출판된 때는 1910년 파리에서였다. 그 당시 파리에 세워진 대형극장 ‘가르니에’에 어느날 괴기한 사건이 일어났으니 바로 공연 중에 화재로 대형 샹들리에가 객석으로 추락한 참사가 그것이었다.
이 사건으로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기에 그 사건이 사람들의 입으로 회자된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즉 가르니에 극장 지하실 미궁에 오페라의 유령이 살고 있다는 것이 그것이었다. 실제로 당시 세계에서 가장 크게 지었다는 가르니에 오페라 하우스에는 약 1만평방미터가 넘는 건평에다 무대 뒤쪽에 무수한 방들과 미로(복도)가 설치되어 있었고, 지하실에 만들어진 호수같은 저수지를 둘러싸고 가수, 무용수들이 사용할 방들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고 한다.
지금도 파리 오르세 미술관에 가면 당시의 건축 단면도가 전시되어 있다고 하는데, 이 사건에 자극받아 탄생한 소설이 바로 추리작가 가르통 르루(1868~1927)가 쓴 ‘오페라의 유령’이었다.
플롯은 알려져 있다시피 오페라 하우스에 유령이 산다는 것이었다. 유령은 다름아닌 파리 국립 오페라 하우스의 5번 박스석에 매일밤 등장하는 미스테리 신사로서, 오페라 가수 크리스틴의 납치, 라울 드 샤니 자작의 실종, 그의 형 필립 백작의 사망 등의 사건이 일률적으로 일어나는 데 이 사건이 바로 선천적인 기형으로 얼굴을 가리고 다니는 가면의 신사, 즉 오페라의 유령때문이었다는 것이다. 추한 외모때문에 사람들을 기피하는 오페라의 유령은 페르시아에서 마법을 배워 신출귀몰하는 능력으로 자신이 사랑하는 가수 크리스틴을 납치, 지하궁에서 ‘천상의 목소리’를 선물한다는 내용이다.
사람의 이성이 할 수 것은 계산과 추리력… 그리고 결과를 예측하는 능력에 국한 한다.그러나 결과란 시간이 결정하는 것으로,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것이 미래의 일이다. 얼굴 반쪽은 번듯한 미남인데 다른 반쪽은 말할 수 없이 추한 사나이… ‘오페라의 유령’은 두 얼굴을 가진 작품이었다. 물론 작품 속에서도 팬텀(유령)은 두 얼굴의 사나이로 등장한다. 얼굴 한쪽은 번듯한 미남, 다른 한 쪽은 흉칙한 괴물이다. 이 흉칙한 괴물이 가면을 쓰고 나타날 때는 비록 반쪽일망정 팬텀은 매우 신비로운 마력을 반산한다. 그러나 일단 가면이 벗겨지고 나면 나머지 반쪽 조차도 끔찍한 흉물로 변해 버리고 만다.
‘오페라의 유명’은 분명 매우 성공한 뮤지컬임에는 틀림없다. 그러나 과연 ‘오페라의 유령이 고전이 될 수 있을까? 대답은 분명 ‘글쎄요’일 것이다. 왜냐? 그것은 ‘오페라의 유령’이 별볼일 없는 작품이기 때문이 아니라 너무 성공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어느 한 프로덕션의 성공이 곧바로 음악적 성공… 고전으로 이어지란 법은 없다. 즉 치밀하게 계산된 무대, 음악과의 영합… 예측된 감성 반응 등은 상업의 그것일 뿐, 영혼을 울리는 고전의 완성을 뜻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오페라에 유령이 산다… 이 작품은 또 플롯의 핸디캡이 있는 작품이다. 즉 유령때문에 먹고사는 작품이라는 뜻이다. 정말로 유령이 살고 있고 또 그 유령이 마법을 펼치고 있기 때문일까? 극장을 떠난 ‘오페라의 유령’은 더 이상 유령없는 오페라가 되고 만다. 김빠진 맥주라고나할까 ‘오페라의 유령’만큼 실제공연과 녹화 공연이 천지차이로 달라지는 것도 없을 것이다. 아무리 아름답다는 밤의 노래가 흘러도 또 아무리 화려한 샹드리에가 빛을 발한다 해도 현장에서 듣는 밤의 노래, 팬텀의 그 신비한 모습과는 비교할 수 없다. 왜 일까? 팬텀이라는 제목 때문일까? 정말 알 수 없는 수수께끼다. ‘오페라의 유령’을 아직 보지 못한 분이 있다면 최근 출시되어있는 런던 ‘로얄 알버트 홀’ 공연 작품(DVD, 3월4일밤 PBS 에서도 방영)으로 그나마 간접적인 체험을 맛 볼 수 있을 것이다. 다만 기대해도 좋을 것은 그 속에는 오페라의 유령이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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