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누사라’ 창시자 존 프렌드 제자와 부적절한 관계 파문
성추문 원조인 요가 ‘대부’ 스와미 무크타 난다. / (오른쪽)피정 중인 아누사라 요가 창시자 존 프렌드.
요가의 건전한 이미지가 섹스 스캔들로 심각한 손상을 입었다. 세계 전역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세력을 확장 중인‘아누사라’(Anusara) 요가의 창시자 존 프렌드가 얼마 전 여성 제자와의‘부적절한 관계’로 은퇴를 선언한데 따른 여파다. 그는 “자기반성과 치료, 개인적 피정”을 위해 아누사라의 지도자 역할을 내려놓겠다고 발표했다.
아누사라 요가는 유연하고 부드러운 동작이 특징이며 사랑과 행복감을 고양시키기 위한 ‘열린 마음’을 키우는데 주안점을 둔다.
한마디로 몸과 마음의 조화로운 일치를 추구하는 심신수양법이다. 창시자인 프렌드 역시 고상한 품결을 지닌 ‘성인군자’로 추앙을 받았다.
그러나 프렌드가 속마음을 털어놓는 상대였던 엘레나 브라우어는 최근 허핑턴 포스트에 기고한 글에서 “아누사라 요가의 내부 인사들은 그가 지독히 여자를 밝히고 파티와 도락을 즐긴다는 사실을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이를 전혀 몰랐던 추종자들은 섹스 스캔들로 큰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요가 지도자가 성 추문으로 사회적 파장을 불러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요가는 ‘난봉꾼’ 지도자들의 ‘대형사고’로 벌써 여러 차례 전국적인 잡음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그렇다면 요가 수행자들이 자주 성 추문에 휩싸이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또 반복되는 섹스 스캔들에도 불구하고 사건이 터질 때마다 추종자들이 매번 충격에 휩싸이는 배경은 무엇일까?
구구한 설명이 나올 수 있겠지만 한 가지 확실한 요인은 요가에 대한 일반의 ‘무지’다.
요가 지도자인 요기, 혹은 구루(guru)는 말할 것도 없고 그 어떤 교본도 요가가 성적 황홀경을 추구하는 인도의 탄트라 밀교에서 출발했다는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히지 않는다.
이 때문에 요가를 건전한 정신수양 운동이라 믿는 일반 수련자들은 성 추문이 터질 때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터지기라도 한 듯 경기를 일으킨다.
현재 전 세계적으로 보급된 요가 스타일의 모체에 해당하는 하타 요가는 원래 탄트라 밀교의 곁가지로 출발했다.
중세 인도의 탄트라 교도들은 우주를 구성하는 음과 양의 합일에서 ‘의식의 황홀경’을 찾으려 들었다. 상징주의적 경향이 강한 탄트라 밀교 의식에는 그룹 섹스와 개별적 성행위가 포함된다. 탄트라 경전은 또 여성의 성기를 숭배하고, 왕성한 성교를 즐길 것을 권한다. 여배우와 창녀, 수련자의 누이들이 이 같은 의식의 잠재적 대상이다.
하타 요가는 탄트라의 교리를 실천하기 위한 수단으로 출발했다. 포즈와 심호흡, 성교를 포함한 자극적 행위를 통해 황홀감의 극치를 맛보도록 하는 것이 요가의 기본 목적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탄트라와 하타는 나쁜 평판을 얻게 됐다. 수련자들이 영성이라는 허울 속에 성적 쾌락을 추구한다는 비난이 평판을 망가뜨린 주된 요인이었다.
20세기로 접어든 후 현대 요가의 창시자들은 탄트라의 흔적을 지우는데 주력했고 그 결과 선정성 대신 건강에 주안점을 둔 ‘위생처리’된 요가 스타일이 앞 다투어 등장했다.
1965년 ‘라이트 온 요가’(Light on Yoga)’라는 책을 써낸 B.K.S. 아헹가는 하타가 탄트라에 뿌리를 박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전혀 언급하지 않은 채 요가를 거의 100종류의 질병을 치료하는 ‘만병통치약’으로 소개했다. 그리고 바로 이것이 현대 요가의 강령이 됐다.
하지만 ‘오명’을 가린다고 해서 실체가 바뀌는 것은 아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나는 동안 수련자들은 개인적 경험을 통해 요가가 성감을 부채질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골반 부근이 자극에 민감해졌고 오르가즘의 강도 역시 높아졌다는 체험담이 잇따랐다.
그저 단순한 느낌이 아니다. 러시아와 인도의 과학자들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요가 수련은 성적흥분을 일으키는 호르몬인 테스토스터론의 분비를 촉진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체코 과학자들 역시 요가 동작을 취할 때 나타나는 폭발적 뇌파와 남녀상열지사를 벌일 때의 뇌파를 구분하기가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이보다 훨씬 뒤에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의 연구원들은 요가 수련법 가운데 하나인 가쁜 호흡(fast breathing)이 어떻게 국부의 혈액 흐름을 촉진하는지를 추적해 문서화했다.
이들이 과학적 연구를 통해 알아낸 바로는 요가 수련은 건강한 사람들은 물론 성적 욕구가 감퇴된 사람들까지 자극을 받을 정도로 강력한 효과를 보였다.
요가 동작을 취하 다보면 성적 감흥이 일고 땀이 흐르며 호흡이 거칠어진다. 성행위 때 나타나는 반응과 유사하다. 게다가 옷차림도 단계별로 노출이 심하다. 사고가 터지기에 적합한 환경이다.
1995년 수련생과 스승들 사이에 섹스가 전염병처럼 번지자 캘리포니아 요가교사협회는 이를 “비도덕적”으로 규정하고 강사와 구루에게 요구되는 엄격한 행동규범을 마련했다.
미국에서 성추문 파장을 불러일으킨 대표적인 요가 지도자로는 스와미 무크타난다(1908~82)가 첫 손가락에 꼽힌다. 검은 선글라스와 야한 옷차림이 트레이드마크인 무크타난다는 인도 출신으로 카리스마가 넘치는 구루였다.
그가 한창 잘 나갈 때인 1980년 무렵에는 장치인과 유명 인사들을 포함한 열성적인 추종자들만도 수천 명에 달했다.
그러나 1981년 말 그의 고위 보좌관은 무크타난다가 세상에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오입쟁이며 자신의 이중성을 폭로한 측근들에게 청부폭력을 행사하겠다고 협박한 위선자라고 폭로했다.
이에 맞서 무크타난다는 자신이야말로 “박해 받는 성인”이라고 주장했으나 스캔들이 터진 후 얼마 안 돼 심장마비로 숨졌다. 무크타난다의 숱한 여자 가운데 한 명이었던 조앤 브리지스는 26세 때 스승과 첫 관계를 맺었는데 당시 그의 나이는 73세였다.
히피족의 우상이었던 요가 ‘수퍼스타’ 스와미 사치다난다(1914~2002)와 스와미 라마(1925~96)도 세상을 시끄럽게 만들었던 섹스 스캔들의 주인공들이었다. 이들은 60대와 70대의 나이에 10대와 20대 여제자들을 농락했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프렌드를 둘러싼 성추문 드라마는 아직도 진행형이다. 50명의 아누사라 강사들이 사임했고 그가 일군 기업의 운명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프렌드는 추종자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스캔들의 전모를 투명하게 밝히겠다고 약속했으나 강사들은 그가 아누사라 요가에 회복 불능의 상처를 입혔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뉴욕타임스 특약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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