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궤양성 대장염과 전혀 다른
▶ 염증성 장질환으로 ‘희귀병’
크론병 환자의 대장내시경 (가운데)과 궤양성 대장염 환자의 대장내시경 사진. 궤양의 퍼진 정도가 다르다. <최명기 위장내과(LA Endoscopy Center) 제공>
얼마 전 한국의 유명 가수 윤종신(사진)이 크론병(Crohn’s disease)을 앓고 있다고 고백해 이 병에 대한 궁금증이 일고 있다.
크론병은 한인들에게는 희귀한 병 중 하나다. 궤양성 대장염(ulcerative colitis)을 영어로 크론병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도 있고, 한국에서는 궤양성 대장염으로 진단 받았다가 미국에 와서 크론병으로 진단되는 경우도 있다.
LA 한인타운의 최명기 위장내과 전문의는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은 비슷하면서도 아주 다른 질환으로 두 질환 모두 염증성 장질환(Inflammatory Bowel Disease)에 속한다”고 설명했다.
사실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 환자들이 겪는 설사나 복통은 흔한 증상들이다. 발병률이 높은 젊은 사람들의 경우 설사가 나도, 복통이어도 별로 검사해볼 생각이 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식중독이나 혹시 우유를 잘 못 먹어서 그런가 하고 넘기기 쉽다.
최 전문의는 “설사가 쉽게 멈추지 않을 때는 흔히 유행성 대장염이나 과민성 대장증후군을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설사나 복통, 혈변 등 이상 증상이 자주 생기면 한 번 고려해볼 만한 질환이 바로 염증성 장질환”이라 말했다. 최명기 위장내과 전문의의 도움말을 빌어 염증성 장질환인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에 대해 알아보았다.
#염증성 장질환 증가추세
대장이나 소장에 염증을 일으키는 만성질환이다. 미국에서만 100만명 이상 앓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 최 전문의는 “예전에는 한국인을 비롯 동양인에게는 극히 드물었던 질환이며 얼마 전까지는 서양인, 특히 크론병의 경우 유대인에게만 빈번히 발생하는 질환으로 유대인병으로 알려져 있었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에서도 염증성 장질환이 미국이나 유럽 발병률에 접근할 정도로 급격히 증가하고 있다. 최 전문의는 “일본에서도 처음에는 궤양성 대장염만 발견됐지만 이제는 크론병도 발견이 점차 늘고 있다. 한국에서도 아직 정확한 발병률이 보고되지는 않았지만 일본과 비슷하게 염증성 장질환이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는 환경적인 요소, 서구화된 식생활이나 생활습관이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닌가 풀이된다”고 설명했다.
염증성 장질환은 15~25세에 자주 발생한다. 한국에서는 중고등학생 연령층에서 제일 먼저 발생하며, 혹은 50~60대에 발견하기도 한다. 최 전문의는 “대개 10~20대에 진단이 내려진다”고 말했다.
궤양성 대장염과 크론병은 아주 다른 질환이다. 궤양성 대장염이 크론병으로 발전하는 것도 아니다. 최 전문의는 “한국에서는 한동안은 크론병이 없었다. 의사들도 병 자체가 뭔지 잘 몰랐는데, 최근 연세대 병원에 염증성 장질환만 전문으로 하는 특수 클리닉이 생길 정도로 염증성 장질환이 중요한 문제로 등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크론병이란
비연속적이며 궤양이 입에서부터 항문에 이르기까지 소화기 장기 어느 부분에서나 나타날 수 있는 질환이다. 장기 중에서는 대장 부위에 염증이 가장 흔하게 생긴다. 또 크론병은 궤양성 대장염에 비해 궤양이 훨씬 깊고 심한 편이다. 증상도 궤양성 대장염보다 훨씬 심하다. 1933년 뉴욕 마운트 사이나이 병원의 유대계 미국인 의사인 크론이 보고하면서 병명이 의사의 이름을 따 명명됐다.
최 전문의는 “최근 약이 좋아지고 재발을 확실히 알기 때문에 될 수 있으면 수술보다는 약물치료로 먼저 치료한다”고 말했다. 물론 환자에 따라 간혹 환자의 소장이나 직장에 협착이나 누관 발생으로 수술이 불가피해지거나 장을 계속 잘라야 하는 경우도 생긴다.
환자는 복통을 대개 호소하며, 급격한 복통보다는 점차적인 하복부 통증이 자주 일어난다. 통증이 심해 성격까지 영향을 주기도 한다. 최 전문의는 “크론병을 앓고 있는 경우 아주 어릴 때부터 참지 못할 정도로 복통이 심해 ‘크론병 성격’(Crohn’s personality)
라고 해서 대개 깐깐한 성격이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궤양성 대장염
한인들에게는 크론병보다는 궤양성 대장염 환자가 더 많은 편이다. 궤양성 대장염은 궤양이 대장 끝부분인 직장에서부터 시작해 연속적으로 대장에만 국한돼 일어나는 질환이다.
#염증성 장질환의 원인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 모두 원인이 확실치 않다. 최 전문의는 “어느 한가지를 들 수 없고 대부분 복통이나 설사가 오래 지속돼도 검사를 제대로 안 해 진단을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또 병원에서도 배탈이라며 집에서 쉬라고 진단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환경적 요인, 유전적이나 면역적인 원인도 질환 발병 과정에 중요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최 전문의는 “설사가 오래 지속되거나 체중이 빠지거나, 혈변을 보는 등 증상이 나타나 염증성 장질환이 의심되면 내시경 검사, 병력, 조직검사 등을 통해 정확한 진단을 받아보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염증성 장질환의 가장 흔한 증상은
지속되는 설사와 복통이다. 설사가 심할 때는 하루에 10차례 이상 화장실에 드나들게 된다. 특히 궤양성 대장염의 경우 혈변이 지속되며 설사에 피가 섞여 나오기 때문에 병이 지속될 때는 빈혈증세도 나타난다.
대부분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은 복통을 호소하는데, 크론병 환자는 복통이 아주 심한 편이다. 염증성 장질환을 앓고 있는 경우 설사, 복통, 혈변 등을 비롯해 미열, 피로, 식욕부진, 체중감소 등이 흔히 발생한다. 그 외 관절염, 담도염, 홍채염, 발진 등의 징후도 가끔 동반할 수 있다.
#진단
일단 염증성 장질환이 의심되면 종합적인 병력검토, 신체검사, 혈액검사가 필요하다.
더 확실한 진단을 내리기 위해서는 대장내시경 검사를 통해 대장 점막에 상태를 확인하고 조직검사로 대장염의 심도를 검토하게 된다. 또한 다른 합병증 의심되면 단층(CT 촬영)검사로 이를 확인하게 된다.
#치료
증상 완화와 장의 염증을 감소시켜 주는 소염제가 1차적으로 사용된다. 대체로 설퍼살레진(sulfasalazine)이나 스테로이드 약품이 정제나 좌약으로 환자에게 투여된다. 하지만 이런 치료법은 염증은 치료해도 근본적인 원인은 제거하지 못한다. 증상 완화를 위해 장기적인 약물치료가 필요한데, 보통 1~2년 정도 시도된다.
상태가 아주 심하거나 고질적인 경우 이뮤랜(imuran)이나 싸이크로스포린(cyclosporine)같은 특수 면역 감소제가 사용되기도 하며 종종 수술이 불가피해지는 경우도 많다.
#염증성 장질환, 대장암과 관련 있을까
최 전문의는 “보통 궤양성 대장염이나 크론병을 8년 이상 앓은 경우는 정기적으로 암 검사를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크론병보다는 궤양성 대장염이 암 발생률이 더 높다.
최 전문의는 염증성 장질환에 대해 “설사, 복통, 혈변 등이 증상이 지속되면 정확한 검진을 받고, 약을 제대로 복용해 적극적으로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문의 (213) 387-9000, www.laen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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