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사참례를 매주 한다는 것은 현재 사정으로서는 불가능하지만 한 달에 적어도 2번 정도는 미사 참례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면서 억지로라도 시간을 내어 미사참례를 하는 셈이었다. 왜냐하면 나는 육사 입시준비 때문에 일요일이 나에게는 입시준비를 위한 제일 중요한 황금의 시간이기 때문이었다.
나는 수녀원에서 빌려온 책들을 짬나는 데로 읽고 성당에 갈 때마다 가톨릭에 대한 수녀님의 이야길 들으면서 나의 마음 안에 전연 몰랐든 새로운 가치의 세계를 내가 왜 진작 몰랐을까 하는 후회되는 마음으로 목말랐든 나의 마음의 갈증을 시원스럽게 풀어주는 것 같았다.
조선왕국은 매년 4차례이상 중국의 비위를 맞추기 위해 사신을 중국에 보내 왔는데 1783년(정조7년) 12월 동지사 사절단의 서장관인 이동욱의 아들 이승훈이 아버지 따라 북경에 갔다. 사절단이 북경에 약 40일간 머무는 동안 북경에 있는 뛰어난 명소 북당(천주교)을 찾아 당시 프랑스 예수회 드 그라몽 신부로부터 교리를 배우고 1784년 2월에 배드로(Peter)란 이름으로 영세를 받음으로서 한국 최초의 가톨릭 신자가 되었다. 이승훈은 귀국할 때 예수회소속 이태리사람 마태오 리치 신부가 쓴 ‘천주 실의’ 란 책을 비롯해서 여러 서양서적들과 가톨릭교회에 관한 기도문과 성물을 많이 구입해서 귀국했다. 이미 천주교에 대한 서적은 1636년 병자호란으로 인해 조선왕조와 청나라 사이에 군신관계가 체결된 후 이때부터 조선사절단들이 청나라를 공식적으로 오고가면서 조공을 바쳐왔는데 이때 천주교에 대한 서적들이 조선왕국에 처음으로 유입되기도 했다.
북경에는 이미 최대 최고의 명소인 4개의 성당(남당, 북당, 서당 과 동당)을 구경하고 귀국할 때 마태오리치 신부가 쓴 ‘천주 실의’ 란 책을 비롯해서 서양학문의 책들이 사신들 일행으로 인해 우리 조선반도에 유입되어 들어온 것도 상당한 세월이 되었다. 당시는 오래동한 형식적인 예의(禮儀)에 관한 이론에 만 사로잡혀 헛된 이치(理致) 와 이론(理論)만을 되풀이하면서 정통(正統) 이다 비 정통(非正統)이다 하는 논리만을 주장하면서 격심한 당파 당쟁을 일삼는 조선왕조의 정치풍토였다. 다른 사람의 의견은 전부 오류투성이며 자기들만은 오른 생각이며 또한 오른 일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주자학파(朱子學派)에 대하여 평소 불만을 품고 있든 선각자들이 많았다. 이들에게는 실제적이고 과학적인 서양학문에 관한 책들이 새로운 흥미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무엇보다 주자학(朱子學)에 깊은 염증을 느꼈고 또한 당파 와 당쟁에 골머리를 앓고 있든 젊고 높은 뜻을 가진 이들 학자들 사이에 서학인 천주교에 대한 새로운 연구와 검토가 시작되었다. 대표적인 학자들은 지붕유설로 유명한 이수광(호: 지붕,1563-1628), 유몽인(호: 어우당, 1559-1623), 허균 (1569-1618) 과 그의 형 허봉(1551-1588)등의 학자들이였다. 이후 이익(李瀷,1681-1763) 과 이익의 제자인 실사구시(實事求是)의 학문을 크게 완성시킨 유명한 학자 안정복(1712-1791)같은 학자는 서양학문을 알기위해 천주교를 연구한 것뿐만 아니라 천주교를 믿고 실천하는 운동을 전개했다.
이익과 안정복의 뒤를 이어 1780년 전후로 해서 서학 즉 천주학 실천운동에 큰 역할을 한 중심인물로는 이벽, 권철신, 권일신, 이가환, 정약전, 정약종, 정약용 및 이승훈 등 남인파에 속한 당대의 뛰어난 학자들이였다. 신선하고 참다운 변치 않은 영원한 진리를 맛본 경험이 전에 없었든 우리 조선반도에 진리의 근원이신 하느님의 생명에 찬 복음의 씨가 천신만고 끝에 어렵사리 떨어졌다. 캄캄했든 조선반도의 암흑 세상에 희망찬 새벽의 여명이 이로 인해 힘차게 밝아 오르는 듯했다.
그러나 지극히 안타까운 일은 당시 극에 달한 당파싸움의 소용 도리 속에 휘말려 천주교는 사상 유래 없는 초유의 대 박해를 받게 되었다. 당시 위정자들의 짧은 안목, 사소한 일에도 허례와 가식에 지나친 집착으로 인해 국론이 쪼개지고 갈라지는 그들의 정치적인 식견이 너무나 한스럽고 또한 유감스러웠다.
(가톨릭 샌프란시스코 대 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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