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가 시작되면서 소매 매출은 급격히 떨어졌다. 소비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매고 가능한 한 샤핑을 자제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중에서도 샤핑과 담을 쌓고 산 집단은 남성들이었다.
지난 2009년 남성 의류 매출은 여성 의류에 비해 거의 두배 이상 빠르게 감소했다. 이들 남성이 다시 샤핑을 시작하고 있다. 단순히 양복이나 셔츠만 사는 것이 아니라 여성 전유물로 여겨졌던 액세서리에 돈을 쓰고 있다.
불경기가 시작되면서 샤핑몰에서 자취를 감췄던 남성들이 다시 물건을 사고 있다. 단순히 양복이나 셔츠만 사들이는 게 아니라 액세서리를 사모으기 시작해 소매상들이 기뻐하고 있다.
팔찌, 가방, 모자, 우산 등 남성 액세서리 인기가 대단해서 올해 1·4분기 중 남성 의류 및 액세서리 매출 성장은 20년만의 최고가 될 것이라는 섣부른 전망까지 나오고 있다.
전통적으로 여성전용이던 액세서리가 남성들의 마음을 끌도록 하기 위해 일부 디자이너들은 스타일 뿐 아니라 이름까지 남성적으로 바꾸었다. 그래서 팔찌(bracelet)가 아니라 팔목장식(wristwear)이 되고, 핸드백(purse)이 아니라 잡동사니 주머니(holdall)가 되는 것이다.
남성들이 샤핑을 다시 시작했다는 것은 경제에 광범위한 여파를 몰고 올 수 있다. 불경기로 소매 매출이 곤두박질 쳤을 때 가장 매출이 떨어진 것은 남성의류였다. 지난 2009년 남성의류 매출은 여성 의류에 비해 거의 두배나 빠르게 하락했다.
불경기 중 지갑을 닫았던 여성들이 구매를 다시 시작하면서 경기 회복에 도움이 되었다. 하지만 남성들은 여전히 구매를 자제했다. 그런데 지난해 하반기부터 남성용품 판매가 상승세를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남성용품 매출을 증가시킨 것은 상당부분 액세서리 판매 덕분이다. 2011년 하반기 남성 액세서리 매출은 14% 상승, 총 60억 달러에 달했다.
색스피프스 애비뉴의 남성의류 패션 디렉터인 에릭 제닝스는 “불경기가 끝나면서 제일 마지막으로 돈을 쓰기 시작한 그룹이 남성들”이라고 말한다. 불경기를 통해서 남성들이 배운 게 있다면 “외모가 꾀죄죄해서는 취직이나 승진, 아니면 지금 일자리를 고수하는 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라고 그는 말한다. 남성들이 외모에 대해 좀 더 진지해졌다는 것이다.
남성들이 다시 구매를 시작했다는 것은 취업 전망이 개선되었다는 점을 반영할 수도 있다. 지난 2009년 6월 경기가 풀리기 시작하던 당시 남성과 여성의 취업률은 그 어느 때보다도 차이가 컸다. 그러던 것이 지난 달에야 남녀 실업률이 같은 수준으로 맞춰졌다.
이번 달 뉴욕 패션위크 패션쇼에서는 남성 모델들이 다양한 액세서리를 선보였다. 이들이 주로 착용한 액세서리는 담요로도 쓸만한 스카프. 벨트, 목에 두르는 인조모피, 모자, 핸드백, 깃털 목장식, 메탈 커프스 등.
액세서리 디자이너와 패션업계 임원들에 의하면 남성 액세서리 유행은 이탈리아와 일본에서 온 것이다. 이탈리아와 일본에서는 남성들이 아무렇지도 않게 실크 스카프를 매고 팔찌, 베레모를 착용한다. 블로그가 전 세계적으로 활발하게 퍼져나가면서 특히 젊은 남성들은 빠르게 해외의 유행을 따라한다.
색스 피프스의 제닝스는 ‘보드워크 엠파이어’ 같은 TV 드라마에서 주인공 남성들이 보이는 멋진 패션이 또한 큰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남성들이 이것저것 실험을 해보는 데 점점 자신감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선택의 여지가 많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지요. 그것이 숫자, 매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버버리 매장에서 남성용 액세서리 판매는 지난해 9월까지 6개월간 그 전해 같은 기간에 비해 50%가 증가했다. 남성용 서류가방과 토트백을 만드는 코치의 경우는 지난해 6월까지의 1년 동안 남성용품 전 세계 매출이 두 배로 뛰어올라 2억달러에 달했다. 코치는 이번 회계연도에 다시 매출이 두 배로 올라 4억 달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남성용 액세서리 열기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품목은 팔찌다. 과거 남성들의 패션을 생각하면 팔찌는 상상하기가 어렵다.
지난 80년대 브로커들의 말쑥한 정장 차림, 90년대 카키 바지와 푸른색 옥스퍼드 셔츠 차림, 혹은 2000년대 테크놀로지 리더들의 후디 차림 등 과거 전형적 사업가들이 매일 아침 출근 준비를 하면서 액세서리를 고르는 모습은 상상하기 어렵다. 하지만 지금 남성용 팔찌 매출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가죽이나 금속 소재의 가느다란 팔찌가 유행이다.
남성 패션을 분석하고 전망하는 팀 베스는 “팔찌가 지금 불이 붙었다”고 말한다. 젊은 남성들이 추구하는 제1의 아이템이 팔찌라는 것이다.
런던 소재 액세서리 디자인 회사인 테이트오시안의 경우 지난 2011년 남성 팔찌 매출은 30%가 상승했다. “국제적으로 우리 브랜드는 커프스 버튼으로 유명한 데 지난해에는 커프스 버튼 보다 팔찌를 더 많이 팔았다”고 로버트 테이트오시안 사장은 말한다.
팔찌 판매가 늘어나는 것을 보면서 그는 미국의 백화점들에 자사 제품을 들여놓도록 권유했다. 그래서 테이트오시안 팔찌를 몇몇 매장에서 실험적으로 판매해본 색스 피프스는 판매 매장을 늘렸고, 니만 마커스 역시 올봄부터 이 팔찌를 판매하기로 했다. 테이트오시안 사장이 말하는 팔찌의 멋은 다음과 같다.
“회의 같은 데를 가면 팔찌가 소매 밑으로 가려지면서 일부만 살짝 보입니다. 그러면 멋쟁이에 프로답게 보이면서 외모가 완벽해집니다. 잘 차려입었으면서도 은행가 처럼 보이지는 않는 것이지요.”
남성용 액세서리 디자이너들이 가장 신경을 쓰는 부분은 가능한 한 여성 액세서리처럼 보이지 않게 하는 것. 그래서 남성용 팔찌는 로프나 금속, 가죽 등이 주 소재로 쓰인다. 암벽 등반가나 군인 복장 같은 느낌을 준다. 색상 역시 검정, 파랑, 갈색이 가장 인기이다.
<뉴욕 타임스 - 본보 특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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