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측‘대출 없는 오퍼’선호
가격할인·절차 단축도 가능
매물로 나온 시기 상관 없이
‘헐값 오퍼’땐 실패의 지름길
주택 구입 심리가 꿈틀대고 있다. 일선업계에 따르면 새해부터 주택 구입 문의전화가 부쩍 늘고 있다고 한다. 대선을 앞둔 올해를 주택 구입의 마지막 기회로 여기는 구입자들의 움직임이 어느 때보다 빨라지고 있다.
올해는 은행들이 그동안‘비축’해 둔 차압물량을 시장에 대거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의 움직임이 부활중인 주택 구입 심리와 맞물리면서 차압 매물에 대한 거래가 큰 폭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전문 투자가들은 이미 차압 매물 구입 비중을 크게 늘려가고 있으며 일반인들의 차압 매물 구입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고 있다. 차압 매물 구입을 성공적 이끌기 위해서는 은행의 전략을 꿰뚫어야 한다. 차압 매물 구입 때 주의할 점들을 짚어본다.
■ 거래 망치는 ‘헐값 오퍼’
차압 매물은 싸겠거니 하는 생각에 무조건 ‘로우 볼’(Lowball) 오퍼를 제출하는 것은 절대 금물이다. 일반적으로 차압 매물이 일반 매물보다 평균 약 30% 정도 저렴한 가격에 매매되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차압 매물이 시장에 나온 시기와 지역에 따라 가격 할인폭이 좌우되기 때문에 무조건 낮은 가격의 오퍼를 제출하는 것은 도움이 안 된다.
차압 매물의 리스팅 기간이 가격 할인폭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차압 매물 전문 에이전트들에 따르면 은행들은 리스팅 기간에 따라 가격 인하폭을 결정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라스베가스 지역의 일부 은행은 차압 매물이 시장에 나온 후부터 90일 동안 오퍼가 없을 경우 가격을 낮추기도 한다. 버지니아 지역의 일부 은행은 지역 주택시장 재고 물량에 따라 21~30일 주기로 가격 인하를 단행한다고 지역 에이전트들이 전한다.
이제 막 시장에 나온 차압 매물을 상대로 ‘헐값’ 오퍼를 제출해도 먹힐 리가 없는 이유다.
■ 불필요한 ‘경쟁심’은 자제
주택시장의 극심한 불황 속에서도 일부 차압 매물은 뜨거운 관심을 받는 경우가 많다. 주택 구입자들이 선호하는 지역에 시세보다 매우 저렴하게 나오는 차압 매물은 전쟁을 방불케 할 만큼 구입자들의 관심을 받는다. 하지만 낮은 가격 뒤에는 은행과 리스팅 에이전트의 치밀한 판매 전략이 깔려 있다고 보면 좋다.
시장의 관심을 끌만큼 낮은 가격으로 매물을 선보인 뒤 구입자들 간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한 전략이다. 구입자들 간의 경쟁이 과열될수록 구입 가격이 올라가는 결과를 노린 은행 측의 일종의 ‘꼼수’라고 볼 수 있다.
은행 측의 이같은 전략을 알고도 일단 구입 경쟁에 발을 들여놓으면 과도한 경쟁심이 발동해 빠져 나오기 힘든 것이 구입자들의 일반적인 심리다.
은행의 이같은 치밀한 전략의 피해자가 되지 않으려면 ‘지피지기’의 자세를 갖춰야 한다. 여기서 ‘적’은 지역 주택 시세이고 ‘나’는 구입자의 재정 능력이다. 오퍼 제출 전 지역 주택 시세를 철저히 파악해야 해당 차압 매물의 적정 구입 가격을 가늠할 수 있다.
구입자의 재정 능력을 파악하는 것 역시 구입 경쟁에서 빠져 나올 수 있는 길이다. 지불 가능한 금액을 넘어설 정도까지 구입 경쟁이 과열되면 과감히 발을 뺄 수 있는 마음의 준비가 필요하다.
■ 꼼꼼한 사전 준비
차압 매물 홍수 속에서도 정작 쓸 만한 매물은 기대만큼 찾기 쉽지 않다. 따라서 ‘보석’과 같은 차압 매물이 등장하면 투자자들이 단숨에 달려드는 경우가 흔하다. 투자자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하는 방법은 꼼꼼한 사전 준비뿐이다.
내용이 좋은 매물이 시장에 나오면 시세를 따져보거나 건물 상태를 파악할 겨를이 없다. 우선 오퍼부터 제출해 놓은 뒤 은행 측의 반응을 기다려야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차압 매물 구입에 관심이 있다면 지역 주택시장 사정을 훤히 꿰뚫고 있어야 한다. 주택 구입 희망 지역의 매물 상황을 수시로 확인해 일단 매물이 나오면 오퍼를 바로 제출할 수 있도록 항상 대기한다.
융자 은행으로부터 융자 사전 승인서를 발급 받아 놓는 것은 물론 은행 잔고 증명서 등의 서류도 항상 챙겨둬 언제나 오퍼를 제출할 수 있도록 대비한다.
■ 현금 동원력이 성공 좌우
차압 매물 구입 때 현금 동원력에 따라 성공이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 구입자의 현금 보유분이 많을수록 원하는 차압 매물 구입이 수월해진다.
주택 대출을 받아야 하는 구입자의 경우 주택 거래 기간이 30~60일까지 소요되는 반면 현금 구입자의 경우 거래 기간을 2주까지 단축시킬 수 있다.
은행 측으로서는 주택 대출 승인 여부의 불확실성이 없는 현금 구입자들을 선호하는 것은 당연하고 현금 구입자들을 대상으로 가격 할인폭을 늘리기도 한다.
만약 투자성이 보장된다고 판단되는 차압 매물을 찾았다면 주변으로부터 돈을 빌려서라도 현금을 동원하라고 일부 에이전트들은 충고한다.
홈서비스 오브 아메리카의 론 펠티어 브로커는 “최근 친지로부터 동원한 현금으로 차압 매물 구입에 나서는 사례가 많다”며 “은행들은 주택 대출 조건이 없는 오퍼를 선호하기 때문에 주택 거래 체결도 수월하고 일부 은행은 구입 가격을 약 5%까지 낮춰주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주변으로부터 현금을 융통해야 할 경우 상환 계획이 있는 경우로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충고다.
■‘클린 오퍼’
차압 매물 구입 때 ‘클린 오퍼’의 성공 확률이 높다. 여러 조건이 포함된 오퍼는 은행 측이 선호하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반 매물 구입 때의 오퍼와 달리 부대조건을 가능한 삭제시킨다.
우선 차압 매물의 경우 대부분 현재 건물 상태대로 거래되는 ‘as-is’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은행 측에 굳이 수리 등을 요구하지 않도록 한다. 가능하면 현금으로 구입하되 주택 대출이 필요하다면 높은 금액의 다운페이먼트를 마련토록 한다.
현금 구입의 경우 주택 대출을 받아야 하는 조건이 없어 은행 측이 수락할 가능성이 높은 오퍼다. 다운페이먼트 비율이 높은 오퍼는 구입자의 구입 의지가 높은 것으로 은행 측에 의해 평가되므로 역시 수락 확률이 높다.
<준 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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